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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8월 5일, 대통합민주신당이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갖고 `새정치의 지평을 열어갈 정당`의 출범을 선언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창당대회에서 손학규 전지사, 천정배 의원과 나란히 앉은 정동영 전장관이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있다.
 지난 2007년 8월 5일, 대통합민주신당이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갖고 `새정치의 지평을 열어갈 정당`의 출범을 선언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창당대회에서 손학규 전지사, 천정배 의원과 나란히 앉은 정동영 전장관이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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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의원에 이어 김한길 의원을 비롯한 소위 '비노' 의원이 탈당했다. 이들은 현재의 정당으로는 눈앞에 다가온 큰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중도 노선의 신당을 창당했다. 여기에 손학규, 정동영, 정대철 등이 합류하면서 판을 키웠다.

여기서 잠깐, 이걸 현재 일어난 일로 오해하면 안 된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17대 대선을 앞둔 지난 2007년 일이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세력과 구민주당 세력, 여기에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세력이 만든 대통합민주신당을 이야기한 것이다. 그야말로 '탈당의 추억'이다.

다시 야권에 '신당창당' 바람이 불고 있다. 여러 가지 설화가 난무하고 있지만, 핵심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지난 4.29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천정배 의원이다. 정작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박지원과 김동철 의원 등의 입을 통해 창당설이 설파되고 있다.

여기에 김한길 전 공동대표도 최근 여야 인사가 모인 토론회 자리에서 "양당중심 정치는 이제 수명이 다해가고 있는지 모른다"라고 말해 신당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추측을 낳고 있다. 또 박영선 전 원내대표를 중심 개혁적인 여야 인사가 참여하는 신당설도 퍼지고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일은 없는 법. 이쯤 되면 야권 내에서의 신당 창당 가능성은 더는 부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한 방송개그 프로그램의 표현을 빌려서 말하자면 '문제는 문재인'이다.

사실 신당이 언급된 건 문 대표가 경선을 치를 때부터였다. 경선 상대였던 박지원 의원은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당이 쪼개질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당내 '친노-비노' 갈등이 격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문 대표의 취임 후 당직 인선을 비롯해 선거 패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계속됐고, 급기야 '신당설'이 파다한 상황에 왔다.

그러나 '설은 설'일 뿐이다. 박지원 의원도 신당 합류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문재인 대표가 신당 창당의 명분과 구실을 만들어주지 말아야 한다"라며 거리를 뒀다. 신당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김동철 의원 역시 "당장 분당이 되고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이런 신당설이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7년 분당 과정과 비교해 보면 그 이유가 세 가지 정도로 드러난다. 이것은 새정치연합이 분열되기 위한 조건, 거꾸로 보면 분열을 막기 위한 조건이 될 수 있다.

[하나-지지율] 분당 하려는 것도, 못하는 것도 '문재인' 때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사진은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린스호텔에서 메르스사태로 긴급대책 마련을 위해 상인대표들과 간담회를 하는 모습.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사진은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린스호텔에서 메르스사태로 긴급대책 마련을 위해 상인대표들과 간담회를 하는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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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신당 창당설의 문제 원인으로 문재인 대표를 꼽았지만, 의원들이 쉽사리 당을 나가지 못하는 이유도 역설적으로 문 대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2007년을 복기해 보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당시 의원들이 열린우리당을 박차고 나갈 수 있었던 것은 노무현 대통령과 당이 가혹할 정도로 낮은 지지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상태로는 다시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없고, 그 다음해 치러지는 총선에서 전망이 불투명했다. 당시의 열린우리당으로는 가망이 없다는 인식이 당을 나가는 위험을 감수하게 만든 것이다.

당시에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를 넘지 못했다. 2007년 초 한 여론조사에서는 10% 초반으로 떨어졌다. 열린우리당의 지지율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2007년 2월 김한길 의원 등 23명의 의원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 탈당 직후 이들이 준비하는 중도신당을 지지하겠다는 여론은 7%가량이었다. 열린우리당은 17.4%에서 6.1%포인트 떨어진 11.3%를 기록했다.

이후 이들은 당시 민주당과 국민중심당, 통합신당 창당을 추진했고,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을 앞서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최종적으로는 열린우리당까지 흡수통합 된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 여름 10%대로 떨어졌던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25%~30%정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 문희상 비대위 체제에서 회복세를 보이던 지지율이 문 대표의 취임 후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4.29재보궐 선거의 패배 이후 문 대표의 리더십에 상처가 나고 당내 내분이 계속됐지만 지지율의 변동은 크지 않았다. 문 대표 역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이 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주춤했지만,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내줬던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재선 의원은 "당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상승세에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당을 깨자고 말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분당의 명분을 찾으려고 하면 할수록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모습으로만 비쳐질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이 계파 갈등으로 안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유능한 경제정당의 면모를 갖춰가면서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당 지지율이 20% 이상을 유지한다면 쉽사리 분당을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둘-명분] 호남민심? 친노패권?  

신당창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분'이다. 명분 없는 탈당과 신당 창당은 오히려 '분열'의 책임만 물게 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여론은 갈라지게 마련이고 완벽한 명분을 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2007년 분당 당시도 마찬가지였다. 먼저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김한길 세력과 천정배 세력은 그 명분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기존의 열린우리당 노선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지 대선을 앞두고 '중도'의 바람이 불었던 것뿐이다. 때마침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세력이 합류하면서 중도노선은 대선을 앞두고 유일한 전략이 돼버렸다.

지금 새정치연합 내에서 나오는 신당설의 명분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호남민심의 이반', 또 하나는 '친노패권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호남민심의 이반은 분명한 사실이다. 호남에서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하락세고, 새로운 세력에 대한 기대는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호남에 불었던 '안철수 신당' 바람과 탈당한 천정배 의원의 당선이 이를 증명한다. 4.29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당에서는 '호남 홀대론'이 제기 되기도 했다. 문재인 대표가 대선 후보였을 때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던 호남이 이제는 그의 최대 약점이 된 모습이다.

그러나 이것이 신당 창당의 명분이 되기는 충분하지 않다. 호남 민심이 떠나간 것을 단지 문재인 대표의 잘못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해 7.30재보궐 선거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당선된 것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호남은 문 대표로 상징되는 소위 친노뿐 아니라, 기존의 호남 기득권 세력에도 강한 불만이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즉 신당설에 불을 피우는 호남지역 의원들 역시도 호남 민심을 대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는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광주를 방문해 여론을 수렴한 결과기도 하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지난달 23일 광주에서 1차 혁신안을 발표하며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과 우리 당 정치인의 기득권적 행태가 호남의 심각한 민심 이반의 원인이라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민심 이반에는 문 대표뿐 아니라 호남 의원들의 책임도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천정배 의원 역시 새정치연합의 기득권을 문제 삼으며 탈당해 당선됐다. 그런 점에서 천 의원은 다음 총선에서 '새로운 인물'을 내세울 것을 강조했다. 이것이 그가 기존의 새정치연합 호남 지역의 의원들과 손을 잡기 어려운 이유다.

'친노 패권주의' 문제 역시 아직은 충분한 명분이 되지 못한다. 일부 신당 창당을 말하는 의원들은 "혁신위가 혁신에 실패할 경우"라는 조건을 제기한다. 그러나 무엇이 '혁신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굳이 해석을 해본다면 '혁신위가 친노 패권주의를 청산하지 못한다면'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즉 '공천 룰이 공정해야 한다'는 뜻인데, 이것 역시 기준이 불분명하다. 만약 자신의 유불리를 기준삼아 자의적으로 혁신안의 성공여부를 판단한다면 신당창당의 명분이 되기 어렵다.

[셋-인물]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안희정은 어쩌고 나가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메르스 피해 지방자치단체장 정책간담회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메르스 피해 지방자치단체장 정책간담회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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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열린우리당의 분당과 대통합신당의 탄생이 가능했던 요인 가운데 하나는 당의 핵심 인물들이 이동했다는 점이다. 정치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 결국 누가 어떤 길을 가느냐가 중요하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이명박-박근혜'라는 한나라당의 빅2 대선주자에 가려져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었다. 참여정부에서 총리나 장관을 지낸 이해찬, 한명숙, 천정배, 정동영, 김근태, 유시민 정도가 대선 후보군이었다. 결과적으로 천정배, 정동영이 시차를 두고 탈당을 하면서, 열린우리당은 힘을 완전히 잃었고, 대통합신당으로 '헤쳐모여'가 이뤄졌다.

지금의 새정치연합은 문재인 대표뿐 아니라 안철수 전 공동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차기 대선주자들이 뚜렷하다. 특히 이들은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도 상위권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는 신당 창당으로 움직일 만한 사람이 없다. 그나마 안 전 공동대표가 종종 신당설에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새정치연합 창당에 지분이 있는 그가 움직일 거라는 전망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임기가 상당 기간 남은 두 광역단체장 역시 신당창당과는 거리가 있다.

그나마 가능성이 언급되는 건 정계은퇴를 선언한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대구에서 정치경력을 차곡차곡 쌓고 있는 김부겸 전 의원 등이다. 손 전 상임고문은 구체적으로 8월 복귀설까지 정치권에 돌고 있지만, 말 그대로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김 전 의원은 박영선 전 원내대표 등과 중도개혁정당을 창당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지만 그 역시 아직까지 실체가 불분명하다.

설령 어떤 인물이 나서게 된다고 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새정치연합이 안정적 지지율을 유지하고, 특별한 명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신당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끝으로, 2007년 당시 분당과 신당 창당 상황을 복기해 봤으니 그 결과도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대통합민주신당은 국민경선을 통해 정동영 대선 후보를 냈으나,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참패했다. 이어진 총선에서도 86석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처럼 앞으로 어떤 정치적 변화가 생길지 아무도 알 수는 없다. 지금은 어렵지만 신당을 창당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그러기에 앞서 과거가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 되새길 필요가 있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태그:#새정치연합, #문재인, #천정배, #정동영, #김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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