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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용 애플리케이션들. 주로 운동, 음악, SNS 관련 앱들이다.
 애플워치용 애플리케이션들. 주로 운동, 음악, SNS 관련 앱들이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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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설 시간입니다!"

'톡톡' 시계가 내 손목을 가볍게 두드렸다. 1시간 가까이 앉아만 있었으니 그만 일어나 운동 좀 하라는 메시지다. 처음 며칠은 귀찮아서 무시했는데 이젠 잠시 일어나 가볍게 기지개를 켜는 여유도 생겼다. 기다렸다는 듯 "잘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뜬다.

애플워치와 1주일 함께 지내며 달라진 모습 가운데 하나다. 한국에 처음 출시된 지난 26일 판매 현장 취재를 갔다 겁도 없이 50만 원짜리 시계를 샀지만 당장 어떻게 활용할지도 몰랐다. 막연히 운동할 때 쓰면 좋겠다 싶어 가장 저렴한 '애플워치 스포츠'를 골랐을 뿐이다(애플워치 구매기: 50만 원이 비싸? 1900만 원짜리도 차봤거든).

지난 1주일 애플워치를 쓰면서 느낀 소감을 6가지 질문으로 정리했다.

[Q1. 어디에 쓰는 물건인가?] '톡톡' 무시할 수 없는 '건강지킴이' 

애플워치 '일어서기' 알림 메시지. 1시간 가까이 앉아만 있으면 일어나서 운동하라고 안내한다. 다만 시계를 착용하지 않으면 메시지가 뜨지 않는다.
 애플워치 '일어서기' 알림 메시지. 1시간 가까이 앉아만 있으면 일어나서 운동하라고 안내한다. 다만 시계를 착용하지 않으면 메시지가 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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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사용설명서는 필요 없었다. 애플워치도 결국 시계일 뿐이었다. 현재 시간과 날짜를 확인하고 알람이나 스톱워치 등 기본 기능은 일반 시계와 똑같다. 다만 아이폰6와 연결하면 전화나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수시로 뜨고 일정, 이메일, 날씨, 현재 위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카카오톡, 라인, 트위터, 플립보드 같은 각종 애플워치용 애플리케이션(앱; 응용 프로그램)도 깔아 사용할 수 있다.

애플워치가 가장 앞세우는 건 피트니스 기능이었다. '활동' 앱에서 하루 500칼로리 소모를 목표로 설정했더니, 내 움직임을 실시간 측정해 '움직이기(소모 칼로리)', '운동하기(걷거나 달린 시간)', '일어서기(1시간 간격으로 일어선 횟수)' 등 3가지 활동 상태를 보여줬다. 이 기록은 아이폰에도 바로 전송돼 일간, 주간, 월간별로 목표 달성 여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고, 일정한 목표를 달성하면 '배지'도 준다.

또 애플워치 아래쪽에 달리 심박센서도 내 심장 박동수(심박수)를 수시로 체크해 기록했다. 자신의 최대 심박수를 알아두면, 달리기나 축구 같은 격렬한 운동을 할 때 운동량을 적절히 조절할 수도 있다.

이미 아이폰도 '걸음수'와 '걷기+달리기 거리', '계단 오르내리기'를 측정해 '건강' 앱에서 보여주지만 거의 들여다볼 일이 없었다. 반면 애플워치는 늘 몸에 지니고 다니는 탓에 좀 더 정확하고, 수시로 톡톡 거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일깨웠다.

[Q2: 아이폰과 잘 통하나?] 알림 연동은 만족... 전화 통화는 어색

애플워치 활동 앱. 애플워치로 측정한 움직이기, 걷기-달리기, 일어서기 기록이 아이폰으로 전달된다
 애플워치 활동 앱. 애플워치로 측정한 움직이기, 걷기-달리기, 일어서기 기록이 아이폰으로 전달된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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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과 연결은 비교적 만족스러웠다. 전화나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메시지 등 각종 알림이 아이폰과 동시에 애플워치로도 전달된다. 애플워치로 직접 전화를 걸거나 받는 건 처음 며칠은 어색했지만 1주일 가까이 되니 조금 익숙해졌다. 다만 애플워치에선 외부 스피커로 상대방 목소리도 노출돼 주변 시선을 의식해야 했고, 시끄러운 야외에선 시계를 얼굴에 바싹 갖다 대야 해 장시간 통화는 불편했다.

대화형 음성 명령 기능인 '시리'도 아이폰보다는 쓸모가 있었다. 애플워치 액정화면 크기는 최대 1.7인치(42mm 모델 기준)에 불과해 키보드 입력이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 전화해 줘!" 같이 전화를 걸 때나, 지정된 메시지나 이모티콘 이외에 간단한 답변도 '시리'를 활용했다. 아쉽게도 애플워치 시리는 문자로만 대답해 시계와 직접 대화를 주고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Q3. 디자인이 튀지 않나?] '아날로그'보다 '디지털' 느낌  

애플워치(왼쪽)와 LG 워치 어베인. 둥근 액정화면을 사용한 어베인이 기존 아날로그시계 형태에 더 가깝다.
 애플워치(왼쪽)와 LG 워치 어베인. 둥근 액정화면을 사용한 어베인이 기존 아날로그시계 형태에 더 가깝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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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만 보면 둥근 액정화면을 사용한 'LG 워치 어베인'이 아날로그시계에 훨씬 가깝다. 애플워치는 사각형 화면 안에 둥근 아날로그시계 자판을 넣다보니 더 작아 보인다. 대신 빈 공간에 '활동' 앱이라든지 배터리, 일정, 날씨, 스톱워치, 알람, 달 모양 등을 표시할 수 있어, 스마트시계다워 보이기도 한다.

아이폰의 홈버튼을 겸한 디지털크라운(용두)도 단순한 장식품은 아니었다. 용두를 돌려 화면을 위아래로 움직이거나 키웠다 줄였다 할 수 있는데, 이걸 손가락으로 하면 작은 화면을 가려 내용을 볼 수 없어서다.

또 액정화면은 '포스 터치' 기능을 추가해 화면을 가볍게 두드릴 때와 꾹 눌렀을 때를 구분해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시계 화면을 꾹 누르고 있으면 다른 디자인으로 바꾸거나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다.

[Q4. 배터리 매일 충전해야 하나?] '1박 2일'은 버텨... 최소 1주일은 가야

비싼 가격 못지않게 애플워치 구입을 주저하게 하는 건 배터리 사용 시간이다. 애플워치 최대 사용 시간은 18시간으로, 최소 1주일인 '핏비트'나 '미밴드' 같은 스포츠 밴드는 물론, 1~2일 정도인 삼성 기어S나 LG 워치 어베인 같은 다른 스마트워치보다 짧다.

실제 1주일 쓰면서 배터리 압박은 거의 없었다. 밤새 충전한 뒤 하루 종일 써도 배터리 용량은 절반 이상 남아 있었다. 하루는 밤늦게까지 잔량이 70% 가까이 남아 충전하지 않고도 다음날 저녁까지 '1박 2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도 매일매일 충전해야 하는 부담을 없애려면 최소 1주일은 버텨줘야 하지 않을까?

사실 액정화면이 배터리 소모가 가장 많은데 평소에는 화면이 꺼진 상태고, 손목을 젖혀 시계를 들여다볼 때만 화면이 자동으로 켜졌다. 또 대부분 간단한 알림 확인 정도지 애플워치로 전화 통화나 카카오톡 메시지 주고받기, 게임처럼 장시간 쓸 일이 거의 없어 하루 실제 사용시간은 1~2시간 정도에 불과했다.

[Q5. 애플워치만 있어도 작동하나?] 아이폰 없으면 '시계'... 앱도 무용지물

첫 달리기에 앞서 애플워치로 운동 앱 '런키퍼'를 불러왔다.
 첫 달리기에 앞서 애플워치로 운동 앱 '런키퍼'를 불러왔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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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용 시간이 적다는 건 아직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애플워치에는 16가지 기본 앱 말고도, 애플워치와 호환되는 기존 아이폰 앱을 자동으로 설치할 수 있다. 내 아이폰에 깔려있던 200개 남짓한 앱들 가운데 3일 현재 애플워치 호환이 되는 건 네이버를 비롯해 20여 개 정도였다.

주로 카카오톡, 라인, 트위터, 인스타그램 같은 SNS, 지니, 벅스 같은 음악, 허핑턴포스트, 플립보드 같은 뉴스, 나이키 러닝, 엔도몬도, 런키퍼 같은 운동, 카카오택시, 우버 같은 위치기반서비스들이 대표적이었다. 애플 앱스토어에선 아이폰과 연동한 간단한 게임도 추천했지만 끌릴 정도는 아니었다.
 
사실 애플워치를 쓰면서 '배터리 부족' 표시보다 무서운 건 아이폰과 연결이 끊어졌다는 표시였다. 애플워치는 3G, LTE 등 자체 네트워크 기능이 없어 아이폰과 떨어지면 기본 기능을 빼고는 거의 무용지물이다. 대부분 앱들이 블루투스와 와이파이로 연결되는 10m 이상을 벗어나면 아예 작동하지 않는다.

달리기나 마라톤 할 때 아이폰 없이 애플워치만 있어도 '런키퍼' 같은 앱을 사용할 수 있으리라던 기대도 무너졌다. 자체 GPS가 없어 아이폰과 연결하지 않으면 지도상 위치 표시나 정확한 거리 측정이 불가능했다. 대신 내장된 '운동' 앱을 사용하면 실내외 걷기나 달리기를 할 때 자체 가속도계를 사용해 걸음수로 거리를 추정했다. 

[Q6. 애플워치 지금 사야 하나?] '애플워치 에어' 정도는 기다려야

1주일 애플워치를 차고 다니면서 주변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그거 쓰면 뭐가 좋아?"였다. 사실 선뜻 대답하기 어려웠다. 애플워치가 스마트시계는 물론,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컴퓨터'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았지만 아직 기능도 부족하고 화면, 배터리 같은 하드웨어 성능도 떨어진다.

사람마다 기대치도 다르다. 스마트폰을 완전히 대체하거나 뛰어넘길 바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단순히 액세서리에 만족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처방도 다를 수밖에 없다. 단지 스마트폰 기능을 보조하고, 기존 디지털시계보다 좀 더 똑똑한 시계를 바란다면 지금 애플워치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다만 더 얇고 우수한 스마트시계를 바란다면 지금 애플워치는 한참 모자라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처럼 '애플워치2'나 '애플워치 에어' 쯤은 나와야 하지 않을까?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애플워치, #애플, #스마트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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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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