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연예인들의 그런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습니다. 주로 우리는 간접적으로, 대중매체를 통해 그들을 만납니다. 그러기에 오해도 많고 가끔은 그들도 나와 같은 사람임을 잊기 쉽습니다. 동시대 예인들이 직접 쓰는 자신의 이야기, '오마이 스토리'를 선보입니다. [편집자말]
아버지로서는 100점이지만, 남편으로서는 0점이라고 어머니가 말씀하시곤 했던 우리 아버지. 열심히 일해서 가족은 지켰지만, 결국 외톨이가 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전 '결혼해도 연애시절처럼 사랑하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2013년 10월 5일, 드디어 결혼했습니다. 확실히 결혼은 연애와는 다른 게 많더라고요. 심지어 결혼한 지 4개월만에 아기가 태어났기 때문에 연애와 다른 결혼의 모습을 더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몸도 정신도 혼자일 때보다 과부하가 많이 걸리더군요. 언제부턴가 점점 편한 것을 찾게 되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아버지의 모습이 스쳐갔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결국 그렇게 되겠구나 싶더라고요. '이건 아니다'라며 아내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법을 생각하기 시작했고, 소(小)프라이즈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특별한 날만을 위한 서프라이즈(surprise)가 아닌 평소에 아내를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소소한 일들이었죠. 그 소소한 실천을 글로 올리려 합니다.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그 효과는 실로 대단하기에 다 함께 공유해서, 우리 모두가 사랑을 주고받으면서 살아가길 기원해봅니다. <방송인 이정수 드림>

 기부놀이인 '놀이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는 개그맨 출신 배우 이정수가 29일 오후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개그맨 출신 방송인 이정수. ⓒ 이정민


아내의 몸은 만삭이었고, 저는 부산에서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아침부터 KTX를 타고 국토횡단을 했습니다. 아내는 몸이 무거워질수록 아침잠이 많아져서, 부산으로 가는 당일 전 알아서 식사를 빵으로 해결하고 갔습니다. 안동 정도를 지나고 있을 즘, '카톡'이 옵니다.

"뿌뿌(우리끼리의 애칭)야! 아침도 못해주고... 미안해."
"아냐!! 뭐가 미안해! 안 그래도 빵 먹고 싶어서, 먹고 나왔어."
"아냐! 미안해..."

아내가 아침을 못 챙겨준 것이 미안했던 것 같습니다. 참 착한 사람이죠?! 요즘은 아침을 차려 달라는 것이 이혼사유라던데. ㅋㅋㅋㅋ 일정을 마치고 오후 6시쯤 서울로 다시 올라오고 있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아내의 깜짝 이벤트...이게 말로만 듣던 해신탕?

"뿌뿌야!! 언제 도착 하냐?"
"6시 30분쯤?!"
"그래? 그럼 역에 도착해서 집에 오면 얼마나 걸릴까?"
"아마도 7시쯤?!"
"그럼 주차하고 올라오면, 7시 10분쯤 되겠다. 그치?"

아내가 너무 자세히 물으니, 좀 귀찮았습니다. 하지만 다 대답하고 7시 10분쯤 집에 들어간다고 하고 얘길 마무리 했죠. 진짜 집에 도착하니 7시10분이었습니다! 일부러 맞춘 것도 아닌데...

집에 들어서서 식탁을 보고서야 아내가 왜 시간을 꼬치꼬치 물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식탁엔 이제 막 그릇에 담은 영양과 정성의 결정체 '해신탕'이 김을 모락모락 내고 있었습니다. 제가 허기진 상태로 들어왔을 때, 바로 식탁에 앉아서 수저를 들게 하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이럴수가! 말로만 듣던 해신탕을 아내가 직접!?

이럴수가! 말로만 듣던 해신탕을 아내가 직접!? ⓒ 이정수


참 사랑스런 여자죠. 제게 아침을 못 차려준 것이 맘에 걸려서 저녁이라도 최선을 다해 준비해주고 싶었던 겁니다. 감동적이었어요. 이번엔 아내의 소프라이즈였네요!! 해신탕은 전복, 문어, 삼계탕이 합쳐진 거라 일반 냄비로는 못 만들 텐데, 어떻게 만들었냐고 물었더니, 압력밥솥에 했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닭도 살이 너무 부드럽고, 전복은 탱글탱글 했으며, 문어는 쫄깃쫄깃 하더군요. 흐흐흐, 지금 생각해도 침이!!!

맛있게 먹은 뒤 발견한 깜짝 사건...그것은?

게다가 이렇게 진수성찬을 차려줬는데도, 아내는 아침 일이 계속 걸리는지 표정에 약간 미안한 기색이 있었습니다.

"미안한 표정 이제 안 지어도 돼!! 뿌뿌야!!"
"아냐... 쫌 미안해."

미안해 할 필요 없다는데 자꾸 그러는 이유를 식사 후에 목격하게 됐습니다. 아내가 압력밥솥에 해신탕을 하면서 냄비 바닥을 완전히 검은색으로 태운 겁니다. 그래서 제가 그 냄비 바닥을 일일이 벗겨내야 했던 거죠!

 해신탕의 후폭풍입니다!

해신탕의 후폭풍입니다! ⓒ 이정수


해보신 분은 알겠지만, 이게 참 고된 작업입니다. 결국 탄 자국을 제거하는데 총 3일을 소비했습니다. 일 끝나고 집에 와서 매번 냄비를 붙잡은 결과죠. 그래도 그 아내의 마음 씀씀이가 예뻐서 넘어갑니다.

그리고 다시는 해신탕은 안 먹는 걸로~ㅋㅋㅋㅋ

 아내의 소프라이즈 이후 저의 노고의 흔적입니다!

아내의 소프라이즈 이후 저의 노고의 흔적입니다! ⓒ 이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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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방송인 이정수는 KBS 공채 17기 개그맨으로 2002년 데뷔했다. <개그콘서트> 등에서 훈남 이미지에 특유의 유행어까지 더하며 데뷔 연도에 KBS 연예대상 코미디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드라마 <사랑과 전쟁>, 영화 <달콤한 거짓말> <신이 보낸 사람>에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아왔고, 최근엔 '이정수의 놀이 콘서트'의 기획과 진행을 맡아 문화기획자로까지 저변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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