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도도할 것만 같았던 손담비의 변신이다. 제모를 하다 겨드랑이를 베이고, 배달음식을 먹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 눈물을 펑펑 흘리다가 식당에 전화를 걸어 "옛날에 먹던 그 맛이 아니다"라며 '진상'을 떤다. 눈물이 그쳤다 싶으니 온통 화장이 번진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곤 "(화장품이) 워터 프루프라더니, 날 속였어!"라는 비명과 함께 다시 통곡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이 모든 게 가능한 건 10부작 시트콤 올리브 TV <유미의 방>(극본 박정희·최우주, 연출 김영화) 덕분이다. 3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손담비는 "외모 탓에 차갑게 보는 분들도 많은데 실제론 코믹한 면이 많아 망가지는 데엔 부담감이 없었다"며 "오히려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전했다.

그가 맡은 방유미는 한 잡지사의 제품 리뷰 에디터로, 2년째 동거하던 남자친구 전나백(이이경 분)과의 이별 이후 홀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혼자가 된 방유미가 각 에피소드마다 의상과 메이크업, 음식, 여가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인다는 것이 <유미의 방>의 주된 줄거리다. 술이 취해 자신도 모르게 방유미의 집에 들이닥치곤 하는 전나백, 그리고 새롭게 방유미 주변에 등장한 오지람(현우 분)-구해준(윤진욱 분) 사이에서 펼쳐지는 로맨스 또한 <유미의 방> 제작진이 내세운 볼거리다.



연출을 맡은 김영화 PD는 "<유미의 방>은 혼자 사는 후배 PD들이 낸 기획안을 발전시킨 것"이라며 "남성에겐 생소하지만 여성은 공감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소재를 다뤘다. 기존 시트콤보다 여성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성 출연진 또한 이 부분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이이경은 "대본 리딩 때부터 현우와 나는 '정말 그래요?'라는 질문을 많이 했고, 손담비나 박진주(허세지 역)는 공감을 많이 하더라"며 "남자들이 몰랐던 부분이 많이 녹아 있어 (남성들이) 보고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 드라마를 보고 여성에게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는 드라마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우 또한 "아직 남성이 여성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유미의 방>은 여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우리 누나 같은 경우엔 집안에서 사소한 것 하나 때문에 감정적인 부분이 크게 좌우되더라. 그런 부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홀로 사는 2030대 여성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하는 만큼, 드라마의 배경도 제목처럼 '방'에 집중했다. 김 PD는 이를 두고 "<식샤를 합시다> 시리즈가 1인 가구끼리의 관계 형성에 주목했다면, <유미의 방>은 싱글 라이프를 꿈꾸는 사람들이 보며 '이것 괜찮다' 할 수 있는 드라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손담비 역시 "누군가와 함께 연기하기보다 혼자 방 안에서 원맨쇼와 같이 연기하는 역할은 처음이었다"며 "30대인 유미가 방 안에서 여러 가지를 하는 것이 다른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제작진과 출연진의 확신처럼 <유미의 방>이 '남성의 여성에 대한 이해' '여성 사이의 공감대'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잡지사와의 합작을 통해 제작된 탓인지 <유미의 방> 속 방유미의 라이프스타일은 마치 패션 잡지를 보듯 전시될 뿐, 보편적인 여성의 그것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또한 "여자 나이 서른이 넘으면 똥차"와 같은 대사가 아무렇지 않게 등장하고, 드라마가 '자취녀' 방유미가 '누구를 방에 들일 것인가'에 집중하는 모습은 외려 여성에 대한 편견과 판타지를 증폭시키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한편 <유미의 방>은 30일 오후 8시 30분에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