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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밭에서 수확한 감자의 알이 작다
▲ 올해 수확한 감자 작은 밭에서 수확한 감자의 알이 작다
ⓒ 정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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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주말농장에서 감자를 수확했다. 부모님이 이웃과 함께 주말농장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은 3년 전부터다. 해마다 비슷한 작물을 키우는데 자주 따먹는 상추에 비해 1년에 딱 한번 수확하는 감자를 보면 신기하다.

주로 부모님이 가꾸기는 하지만 나도 아주 가끔은 물을 주기 위해 밭에 간다. 볼 때마다 커가는 식물들이 무척이나 신비롭다. 오직 태양에서 나오는 열과 물 만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자연이 만들어 내는 신비함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가끔 토요일 자습을 끝내고 주말농장에서 물을 준다
▲ 주말농장에서 물 주는 필자 아주 가끔 토요일 자습을 끝내고 주말농장에서 물을 준다
ⓒ 정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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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많은 어른들은 주말농장에 자주 나와 작물들을 가꾼다. 다른 사람들의 밭을 여기 저기 살펴보면 공통적인 작물들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상추다. 그 밖에 깻잎 쑥갓 같은 쌈채소를 많이 심고 방울토마토, 파, 감자, 오이를 종종 볼 수 있다.

일주일에 한두번 밭에서 가져오는 상추를 싸먹으면 식당에서 고기 싸먹을 때 먹는 상추와 차이가 있다. 우리밭에서 직접 가져왔다는 선입견 때문일 수도 있지만 싱싱하다는 게 큰 장점이다.

주말농장에 '땀흘려 재배한 농작물 훔쳐가면 천벌을 받는다"는 현수막이 걸린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아마도  농작물을 몰래 훔쳐가는 사람들이 계속 있었기 때문에 이런 현수막을 걸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농작물을 훔쳐가지 말하는 호소문과 같은 현수막
▲ 주말농장에 걸린 현수막 농작물을 훔쳐가지 말하는 호소문과 같은 현수막
ⓒ 정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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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작은 밭에서 농사를 짓는다고 해도 하나의 농작물을 키우는 데는 많은 노력이 따른다. 수시로 풀을 뽑아주고 가뭄이 계속되면 물도 자주 줘야 한다. 이렇게 소중히 키운 농작물을 훔쳐가는 것은 일반적인 절도와는 다르게 농사짓는 사람의 마음에 큰 상처를 주는 일이다.

가을이 되면 시골에서 말리던 벼를 훔쳐갔다는 뉴스가 나오곤 한다.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남일 같아 보였는데 우리집 앞에 있는 주말농장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요즘 한 작가의 표절과 관련해 시끄러운데 다른 작가의 노력으로 쓴 글을 베끼는 것과 귀중한 농작물을 훔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부가 땀을 흘려 농사를 지었다면 작가는 머리와 가슴에서 땀과 눈물을 흘리며 문장을 썼을 것이다. 표절이나 절도나 양심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태그:#주말농장, #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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