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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기가 어렵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두렵다. 이유 중 하나는 물가가 비싸서이다. 이 정도 벌어서는 다른 데는 쓰지 못하니 먹는 것이라도 잘 먹자. 그랬는데 그것도 어렵다. 먹기는 잘 먹는다. 무엇을 위해 먹는지를 잘 모르고 있으니 문제다.

먹는 티브이프로가 유행이다. 우린 못 먹으니 화면으로라도 만족해야겠다는 것 아닌가?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쑥쑥 자라고 입으로 들어가는 양은 한참 늘었는데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양이 줄어들고 있는데 접시 위의 아름다운 음식을 놓고 평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인스턴트(물론 싸고 맛도 나쁘지 않아서 그렇다)도 감지덕지인 것이다.

매장 진열대 앞에서 오랜 시간 망설였다. 다리도 아프고 수많은 지나가는 이의 눈길도 부담스러웠다. 매번 걸리는 것은 두부였다. 옛날에는 동네에 두부공장에서 가져온 두부를 동네슈퍼에서 백원 주고 샀던 기억이 있다. 동네마다 있던 두부공장과 가게를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어쩌다 행사장에서 직접 만든 손두부는 없어서 못 팔 정도가 되었다. 마트에 진열된 브랜드 두부가 익숙해져버렸다.

두부의 갈등

오늘도 계속 갈등한다. 국산콩으로 만든 두부가 좋을까. 유기농 콩으로 만든 두부가 좋을까. 보통은 국산콩 쪽으로 기울어진다. 글씨가 깨알 같아서 자칫 눈의 초점거리를 잃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은 성분과 원재료 표기를 들여다본다. 너무 오래 보고 있으면 꼰대같아 보일까봐 재빨리 스캔하려 하지만 그것 역시 잘 되지 않는다.

중요한 정보만 눈에 넣자. 국산콩은 생산지나 재배환경의 정도까지 알 수는 없다. 유기농두부도 마찬가지다 유기농 재배되었다지만 중국산 콩이다. 유전자조작농산물(GMO)일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

공산품이나 과자를 살 때마다 '유기농'을 강조하는 그에게 한마디 붙였다가 "넌 그리 믿음이 없어서 세상을 어떻게 사느냐"는 이야기를 듣는다. 의심이 나쁜 건가? 슬픈예감은 틀린적이 없다. 먹을거리에 대한 파동은 내 삶과 함께해왔다. 초등학교 때의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는 우지라면, 콩나물 농약 사용, 화학조미료(MSG) 논란, 사카린, 스테비오사이드(소주 감미료), 고름 우유사건, 그리고 미국산 쇠고기 촛불 시위와 통조림 포르말린 사건, 중국산 기생충알 김치 사건, 납 꽃게, 멜라민 분유, 폐타이어 홍합 등.

기억에서 쉽게 끄집어낸 것만 이 정도다. 식품의 유해 논란, 그 기억은 현실에 투영된다. 도대체 먹을 것이 무엇이 있단 말인가는 그때가 되면 누구나가 하는 말이다. 그리고 파동이후 논란은 쉬이 잊혀지지만 그 식품에 대한 조처는 제대로 되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러니 난 기억력을 최대한 동원하고 이 자료를 분석해 예상 가능한 위험까지 막야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내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일이고 자본으로 움직이는 식품시장에 가장 소극적으로 대항하는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이기도 했다.

 가와나 히데오 지음/전선영 옮김/판미동 펴냄
 가와나 히데오 지음/전선영 옮김/판미동 펴냄
ⓒ 판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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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흐름으로 보면 채소의 종류도 줄어들고 각 채소의 품종도 줄어들 것이다. 쌀의 자급률도 떨어질 것이고 1차농산물의 비중도 확연히 줄어들 것이 뻔하다. 당장 내가 살고 있는 산골 마을만 해도 그렇다.

정리된 논의 반 이상은 비닐하우스에서 부추를 재배하고 있고 밭은 '돈이 된다는' 율무와 사과, 고사리, 오미자 등이 대부분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불과 10년 전과 비교해도 엄청나게 바뀐 풍경이다. 늙어가는 농촌은 이제 자가채종도 하기 어렵고 노동력을 많이 요구하는 유기농재배는 더더욱 힘든 상황이다.

대안은 없을까. 우리 농촌과 농업의 상황과 미래를 소비자이자 같은 국민이 공유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교과서에서도 이런 비관적인 상황을 강조하고 자국의 식량산업을 지속가능하게 만들 방안을 손잡고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농촌이 살려면 무엇보다도 바른 먹을거리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 농민이 도움을 받고 있는 관련 중앙부처나 지자체는 이를 방관하고 있는 느낌이다. 집약화하고 단일화 하는 것이 미래농업의 비전이 아니라는 점은 지속가능한 한국농업을 걱정하는 전문가라면 같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바다. 소농을 지원하고 키우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라는 점도 공유하고 있지만 정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결국은 농민 스스로가 알아서 지키고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소비자도 똑똑해져서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다. 나도 잘 모른다. 앞으로 알아야 할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푸른 나무와 '덜' 푸른 나무

우리 집 앞의 느티나무가 여섯 그루가 있는데 두 그루는 진한 녹색이고 나머지는 연한 녹색이다. 그리고 그 성장속도도 매우 차이가 많이 났다. 진한 녹색의 나무중 한 그루는 '유기질퇴비'를 준 것이고 또 한 그루는 아이들과 내가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자주 오줌을 싼 나무였다. 두 그루와 네 그루, 어느 나무가 건강한 쪽일까. 아니 어느 나무가 가장 '자연'스러운 것일까.

자연스러움을 지향해 시골에서의 삶을 택했다.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잡초는 없다>가 시작이었을거다. 그리고 10년. 매 순간 갈등하고 있다. 이런 삶이 나에게, 또 우리 가족에게 자연스러운 것인지. 농사를 짓겠다고 했지만 시골에서도 다른 일이 있었다. 게을러서 농사는 짓지 못하고 책과 마음으로만 농사를 지어왔다. 그리고 책으로 다시 만난 게 자연농업이었다. <기적의 사과>도 하나였다.

유기농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고 할까. 유기농업이 가지고 있는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을 보완한 농사법이라고 해야겠다. 유기농업은 일단 투입을 많이 해야 한다. 유기질로 이루어진 퇴비나 농자재 등의 부자연스러움을 지적한다. 자연농업은 말 그대로 자연이 주는대로 받자는 느낌이다.

화학, 유기 비료와 퇴비 일체를 투입하지 않고 자연에 맡긴다. 하지만 사람의 역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밭을 갈아엎는 경우가 있고 아예 갈지 않는 경우도 있다. 비닐은 덮지 않고 자라는 '잡초'는 베어서 작물 옆에 깔아준다. 이를 거듭하면 땅의 본성이 회복되고 작물에 맞추어져서 나중에는 작물외의 '잡초'도 없어진다는 이야기다.

믿겨지지 않는 이야기다. 제초제와 화학비료는 오늘 늙어가는 한국농촌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농자재이다. 아무리 유기농이 좋다 외쳐도 사람의 품이 많이 들어가야 하는 이상 답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꿋꿋하게 친환경농사를 이어가는 이들은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확고한 '철학'이 있다. 미디어가 이런 사례를 소개하는 일을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자연농법의 사례는 국내에도 많아지고 있다. 가까운 일본사례와 국내 사례를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국내 농민들이 자극을 많이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금씩 자연농이 확장되면 주변의 농민도 자극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현대 농업은 거의 기계와 비료, 농약으로 짓는 것이나 다름없다. 많은 품을 들이는 농업은 점점 힘들어지고 석유가 많이 투입되는 농업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를 줄이고 효율을 얻을 수 있고, 자가채종을 통해 다양한 종자의 보전이 가능한 농업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없이 모두가 공감하는 바다. 문제는 농촌의 현실 앞에 당위만 추구하기는 힘들다는 점.

보다 다양한 농법과 농자재 등으로 작은 농업을 지킬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요즘 열풍이 부는 귀농귀촌과 맞물려 우리 농업을 지켜나가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주는 저에너지 고효율과 '자연스러움'은 큰 시사를 남긴다.


진짜 채소는 그렇게 푸르지 않다 - 우리가 미처 몰랐던 채소의 진실

가와나 히데오 지음, 전선영 옮김, 판미동(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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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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