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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첫 번째 혁신안을 발표했다. '무난한 혁신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혁신안의 방향이나 내용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그다지 획기적이지 못하다는 뜻도 된다. 애초 '혁신'이라는 단어와 '무난'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첫 번째 혁신안이 이러니 앞으로 혁신위가 '더 쎈' 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 되기도 한다.

23일 오전 광주시청에서 혁신안 발표 직후 만난 최인호 혁신위원은 "'교체지수'를 제시한 것이 핵심"이라며 "일정한 기준에 따라 (공천에서) 인물을 교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혁신안이 인적쇄신을 위한 단초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교체지수'는 일정한 평가를 통해 일정한 비율로 하위권의 공천 신청 자격을 박탈하는 제도다. 새누리당이 지난 2012년 총선을 앞두고 평가 하위 25%를 교체시킨 것이 그 사례다.

최 위원은 또 혁신위가 7월 당헌당규 개정을 위한 중앙위원회 소집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그래야 혁신안의 실효성이 생긴다"라며 "문재인 대표는 '혁신안이 수용되지 않는다면 당 대표직을 걸겠다'고 말했다. 중앙위원회는 그것을 확인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안이 (중앙위원회에서) 부결된다면 문 대표도 사퇴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혁신위가 혁신안 관철을 위해 던진 승부수인 셈이다.

현재 부산 사하갑 지역위원장인 최 위원은 자신이 소위 '친노'로 분류되는 것과 관련해 "조국 교수가 '자타가 공인하는 친노 최인호'라고 말했더라. '핵심'인지는 모르겠고 친노는 맞다"라며 "1998년 입당을 했고, 이제 17년째다, 김대중과 광주 정신 그리고 노무현 정신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의원시절 비서관과 참여정부의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그는 이후 부산에서만 세 번 출마해 모두 낙선한 바 있다.

다음은 최 위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재보궐 원인 제공시 무공천, 정치적 책임 지겠다는 것"

최인호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
 최인호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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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혁신안을 발표했다. 선출직 평가, 재보궐 무공천, 지역위원장 기득권 타파 등이 주요 내용이다. 어떤 취지인가?

"혁신위가 제시한 다섯 가지 과제 가운데 첫 번째가 기득권 타파였다. 그리고 당의 기강을 세우는 것이다. 그와 관련된 혁신안이 23일 발표됐다. 가장 많은 기득권을 가진 것은 선출직공직자들이다. 특히 국회의원이다. 여기서부터 기득권 내려놓기가 시작돼야 진정성이 있다. 이러한 선출직 공직자들을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이 확립돼야 한다. 그리고 그 평가가 다음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제시된 것이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다. 위원장을 포함해 2/3가 외부인사로 구성해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 보여주기식 업적 평가는 하지 않는다. 단순 입법발의나 수상 실적만으로 평가하는 건 한계가 있다. 문장 하나만 고쳐 놓고 마치 뭔가 새로운 입법을 한 것처럼 할 때도 있다. 제 발의 법안의 내용까지 봐야한다. 정량평가뿐 아니라 정성평가도 실시한다.

무엇보다 '교체지수'를 제시한 것이 핵심이다. 앞선 평가를 진행한 다음 일정한 기준에 따라 (공천에서) 인물을 교체해야 한다. 교체지수를 어떻게 정할지는 추후에 세밀히 검토해서 발표 할 것이다."

- 지역위원장직을 후보 등록 120일 전에 사퇴하게 한 것도 기득권 타파라는 측면이 있지만, 지역위원장 프리미엄이 사라지면서 지역위원회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현재는 당에 후보등록을 할 때 사퇴하게 돼 있다. 선거 2~3개월 전에 이뤄진다. 그러니까 혁신안 대로 될 경우 두 달 정도 일찍 사퇴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위원회 활동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만 통상 120일 전부터는 경선시기가 된다는 점을 감안했다. 다른 경선 지원자들과 공정하게 경쟁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도 당원명부 등 지역위원장이 독점하는 권한이 있다. 혁신위 안에서는 그 사퇴 기한을 6개월, 1년으로 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실효성이 없다고 봤다."

- 재보궐 선거 원인제공 시 무공천하겠다는 것은 이전에 '공천 하지 않을 수 있다'라는 기존 당헌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당이 선거에 나가지 않는다는 건 또 정당의 역할을 반기하는 게 될 수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우선 현재는 '부정부패로 인한 원인제공'이지만 여기에 '중대한 사유'라는 부분을 추가했다. 선거법 위반 등의 사유로 재보궐이 될 경우도 공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향응제공과 같이 누가 봐도 '중대한 잘못'이라면 원칙적으로 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게 이번 혁신안의 취지다. 물론 공천을 하지 않는다는 것에 불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정당의 책임성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 당의 의원이나 단체장이 중대한 잘못을 해 재보궐 선거의 원인을 제공했다면 정치적인 도의상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친노 기득권 있다면 먼저 문제제기 할 것"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이 지난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권재민 혁신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당권재민 혁신위원회 실천 선언문'을 낭독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조국, 우원식, 최태욱, 임미애, 이동학 위원, 김 위원장, 이주환, 정채웅, 정춘숙, 박우섭, 최인호 위원.
▲ 새정치연합 혁신위 첫 회의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이 지난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권재민 혁신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당권재민 혁신위원회 실천 선언문'을 낭독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조국, 우원식, 최태욱, 임미애, 이동학 위원, 김 위원장, 이주환, 정채웅, 정춘숙, 박우섭, 최인호 위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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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혁신안에는 당헌과 당규를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 있다. 이를 위해 7월 중 중앙위원회 소집을 요구하기도 했다. 혁신안의 집행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나?
"그렇게 해야 혁신안이 실효성이 생긴다. 일상적으로 당헌당규 개정은 전당대회에서 하지만 그 권한은 중앙위원회에 위임돼 있다. 또 중앙위원회는 분기별로 열게 돼 있다. 그 자리를 통해 당헌당규를 개정하고 혁신안을 실천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당 지도부와 혁신위 상견례에서 문재인 대표는 '혁신위가 나를 밟고 가라'라고 밝혔다. 그 후에 비공개 자리에서는 '혁신안이 수용되지 않는다면 당 대표직을 걸겠다'라고도 말했다. 중앙위원회는 그것을 확인하는 자리다. 혁신안이 부결된다면 문 대표도 사퇴해야 한다."

- 이번 혁신위를 두고 '당 대표가 하지 못한 혁신을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냐'는 의문이 제기 된다. 혁신위가 얼마나 유효한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나?
"왜 혁신위가 출범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당내에는 계파 간의 갈등이 지속, 확대 돼 왔다. 특히 지난 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노골적으로 표면화 됐다. 당연히 당 대표가 혁신에 앞장서야 하지만 대표가 무슨 안을 내놓던 '친노 기득권'이라는 공격을 받는다. 소위 말하는 계파 프레임이 작동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혁식을 멈출 수는 없다. 그래서 혁신 과제에 전권을 위임 받은 중립적이고 공정한 기구에서 하게 된 것이다."

- 박지원 의원 등 당 일부에서는 이번 혁신위를 통해 '친노 패권주의를 청산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친노-비노라는 분열 속에서 덕을 보는 사람이 있을 거다. 덕을 본다는 건 계파 뒤에 숨어서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정치에서, 정당에서 계파가 없을 수는 없다. 어떤 계파인가가 중요하다. 선의의 경쟁이 가능한 계파여야 한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고 연장하기 위한 계파라면 당의 혁신을 가로 막는 세력이다. 혁신위가 타파해야 한다. 친노에게 정말 문제가 있고, 기득권이 있다면 내가 먼저 제기할 것이다."

- 혁신위 구성 이후 호남 물갈이론, 486세대 용퇴론 등도 거론됐다. 이런 것이 실제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하나?
"공천은 투명하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 시스템 공천이 이뤄져야 한다. 새로운 인재의 등용도, 좋은 후보를 만드는 것도 결국 시스템에 따라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특정 지역, 특정 계층, 특정 세대만의 문제로 국한 시켜 이야기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정치적 기득권이 유독 강한 지역도 있고 의원도 있다. 이번 2박3일 동안의 혁신위 워크숍에서 광주 시민들과 간담회 결과 호남 정치인들의 기득권 구조에 민심 이반이 컸다. 분명 다른 지역의 국회의원들이 가지는 기득권과는 다르다. 이런 부분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86세대들은 좀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그들이 정치권에 수혈 된 지 16년이 지났다. 그동안 당에서 여러 중요한 직책을 맡았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우리 세대의 지도자라고, 정치 변화에 획을 그었다고 평가할 수 있나? 내가 듣는 범위 내에서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개개인의 역량은 훌륭했고, 헌신적이었다. 그러나 특정 인물이 아닌 86세대의 총합적 활동을 생각해 보면 지적 받을 부분이 많다. 이런 점을 스스로도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86세대도 혁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여의도 정치에 안주하는 모습이 있다. 어려운 곳으로 가 헌신하는 김부겸, 김영춘의 길을 쫓아야 한다. 또 여의도 안의 86세대와 여의도 밖 86세대의 연대감은 상실돼 있다. 네트워크가 사실상 끊어져 있다. 이것은 구조상 여의도에 진출한 사람들이 풀어야할 과제다."

"전국 정당화를 위해 온몸으로 싸웠다"

- 부산 사하갑의 지역위원장이다. 당과 혁신위를 바라보는 지역의 분위기는 어떤가?
"부산의 경우는 혁신위 과제 중에 정치쇄신을 통한 전국정당화 방안에 관심이 높다. 혁신위에서도 최근 중앙선관위가 제시한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관, 참여정부 청와대 부대변인을 지냈다. 소위 '친노 핵심'으로 분류하는 것에 동의하나?
"조국 교수가 '자타가 공인하는 친노 최인호'라고 말했더라. 사람들도 다 알고 있지 않나? '핵심'인지는 모르겠고 친노는 맞다. 그러나 내 운동의 시작은 광주였다. 1985년 대학에 입학했을 때 광주에서 벌어진 학살 사진이 붙어있었다. 민주주의를 요구한다고 어떻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가. 대학에 들어 온 이유가 공부만 하기 위해서는 아니라고 생각해 학생운동을 시작했다. 광주의 사진을 보고 운동을 시작했고, 1987년 대선 때는 학내에서 김대중 당시 후보의 지지를 조직했다. 그 다음 대선에서도 그랬다. 1997년 대선에서 당선 됐을 때도 앞장섰다.

그렇게 해서 1998년 입당을 했고, 이제 17년째다. 김대중 정부의 성공을 위해 정치에 뛰어 들었다. 그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 도움을 요청했다. 그때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이 시작됐다. 노 전 대통령을 모시고 국회의원 선거와 대선을 치렀고, 청와대에 가서 비서관도 했다. 그래서 나는 김대중과 광주 정신, 노무현 정신을 골고루 가지고 있다. 그런 사람이 흔치는 않다. 부산에서 세 번 출마해 모두 낙선했지만 혼신을 다해 우리 당의 전국 정당화를 위해 온몸으로 싸웠다. 떳떳하게 이야기 할 수 있다."

- 계속 부산에 출마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말 그대로 부산 사람이다. 초중고, 대학을 다 부산에서 다녔고, 정치 활동도 잠시 청와대에 있었던 때를 빼고 부산에서 다 했다. 우리 당의 전국 정당화, 영호남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정치 쇄신을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사실 영남에서 활동하는 소위 '친노'는 이중 고통을 겪는다. 별 기득권도 없고, 지역에서는 '호남당'이라고 핍박을 받는다. 또 당 내에서는 마치 '패권주의'에 줄 서 있는 사람처럼 공격을 당한다. 이중 삼중의 고통이다."

- 김상곤 위원장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혹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할 생각이 있나?
"김 위원장의 불출마는 혁신위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의지의 표출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부산에 출마하는 게 기득권의 연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혁신을 장려하는 차원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불출마를 요구하는 사람도 없다. 요즘 지역에서 활동과 혁신위원회 활동으로 잠을 하루 3~4시간 정도밖에 못 잔다. 버스를 타고 왔다 갔다 하는 시간에 잠을 자려고 부산-광주를 오가는 일정도 차를 가져오지 않았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문재인, #김상곤, #최인호, #친노, #새정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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