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 전라북도 익산시 약촌오거리에 한 택시기사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흉기에 10여 차례 찔린 탓에 곧 숨을 거뒀다. 처음에 목격자로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최아무개(당시 15세)군은 3일 만에 용의자로 체포됐다. 경찰은 그가 목격자 조사를 받은 후 천안에 간 점 등을 의심했고, 자백을 받아냈다. 최군은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했지만 소용없었다. 법원은 그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고, 최군은 지난 2010년 만기출소했다.  

 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 전라북도 익산시 약촌오거리에 한 택시기사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 전라북도 익산시 약촌오거리에 한 택시기사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 freeimages.com

관련사진보기


자백 하나만으로 살인자가 됐다며 출소 이후 줄곧 결백을 주장해온 최군은 2013년 4월 광주고등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지난 2월 열린 심문기일에서 그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잠을 못 자고, 머리를 바닥에 박는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1심에선 혐의를 부인하다 항소심에서 번복한 이유는 "당시 아무도 제 말을 믿어주지 않아서 형이라도 줄여보려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그는 사건 발생 3년 후 잡힌 '진범'의 진술, 택시 주행기록과 맞지 않는 자신의 통화기록 등도 새로운 증거로 제출했다(관련 기사 :"내 말 믿어주는 사람 없었다... 형 줄이려 거짓 진술").

이 기록들을 검토한 광주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서경환)는 22일 "이 사건은 형사소송법 420조 5호가 정한 '유죄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한다"며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과거사 사건이 아닌 일반 형사사건의 재심 개시라는 매우 드문 결정이었다.

이 사건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23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재심을 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며 "당시 판결은 지금 봐도 아무런 증거가 없고,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이 나온 만큼 검찰이 하루 빨리 재수사를 시작, 8월 9일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에 진범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재심 개시는 당연... 검찰 하루 빨리 진범 잡아야"

 박준영 변호사.
 박준영 변호사.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 어제(22일)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재심 개시 결정이 나왔다. 사건이 발생한 지 10년 만인데, 간단히 어떤 사건인지 설명해달라.
"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쯤 익산시 약촌오거리라는 곳에서 택시기사가 몸 10여 군데를 찔린 상태로 발견됐다. 워낙 심하게 다쳐서 병원으로 옮기자마자 사망했는데 이때 오토바이를 타고 사건 발생 직후 현장을 지나간 최아무개군이 살인범으로 몰렸다. 1심은 징역 15년을 선고했고, 2심에서 징역 10년이 확정됐다. 최군은 지난 2010년 만기 출소한 상태다."

- 과거사 사건이 아닌 살인사건 재심 개시는 드문 일이다. 재심 청구하며 어떤 점을 강조했고, 무엇이 재판부를 설득시킨 것인가.
"재심은 이미 법원에서 확정된 사건의 잘못을 바로잡는 제도인데, 그 주체가 법원이라 굉장히 소극적으로 이뤄졌다. 과거사 사건 같은 경우 재심이 잘 이뤄진 까닭은 과거사위원회가 있어서였다. 과거사위가 진실규명 끝에 재심을 권고하면 법원은 보통 재심을 개시했다. 그런데 일반 형사사건은 유죄 판단을 뒤엎을 새로운 증거 등 재심 요건을 입증할 주체가 없다.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라 시간도 많이 걸린다.

하지만 이 사건 같은 경우 법원이 재심 청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판결 자체가 너무 엉터리였다. 지금 봐도 아무런 증거가 없다. 또 재심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진술이나 택시기록장치 분석, '진범'으로 보이는 사람 관련 수사기록 등이 나왔다. 법원이 의심을 넘어서, 그 판결을 도저히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 재심 개시 결정의 또 다른 의미는 무엇인지.
"저는 이렇게 본다. 우리가 재심을 청구한 지 2년 2개월 만에 개시 결정이 났지만, 올 2월 들어 재판부가 달라졌다. 그로부터 4개월 만에 결과가 나왔다. 또 세월호 관련 사건들을 심리한 재판부라 기록을 보는 데에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재심 개시 결정을 서두른 것은 공소시효 때문이다. 8월 9일이면 이 사건 공소시효가 끝난다. 이것을 넘기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재심 개시 결정이 난 만큼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이 불복하지 말고, 법원 결정 취지에 맞게끔 수사해야 한다. 새로운 증거로 받아들여진 것 중 하나가 사건 발생 3년 후 군산경찰서가 수사한 진범 관련 기록이다. 재판부는 그 기록들이 믿을 만하다고 본 것이다. 군산경찰서가 잡은 이들이 진범이라고 시사하는 결정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검찰이 하루 빨리 진범을 잡아들여야 한다."

- 아직 재심이 시작되진 않았다. 일단 검찰이 결정문을 받고 3일 이내에 불복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검찰이 쉽게 받아들일까.
"잘못된 결정이라면 검찰이 불복할 수 있다. 그런데 범인을 잡는 것만큼, 잘못 붙잡힌 범인을 풀어주는 일 역시 그들의 공익적 의무다. 물론 재심 개시 결정에 불복하느냐 마느냐는 검찰의 판단 영역이지만, 생각 없이 불복한다면 나중에 공소시효가 끝난 상황에서 재심이 시작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엄청난 지탄과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그 점을 분명히 생각해야 한다. 검찰이 조치를 취하는 일이 시급하다."

- 오늘(23일)로 공소시효 만료까지 51일 남았다. 이 기간 안에 수사가 제대로 될 수 있을까.
"현행법상 범인이 기소되거나 해외도피해야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결국 검찰이 빨리 움직여야 한다. 이 사건은 2003년 당시 수사가 상당히 잘 이뤄졌다. 새로운 수사가 필요하긴 하겠지만, 군산경찰서 기록만 잘 정리해도 충분히 (진범 기소가) 가능하다."

- 또 다른 살인 사건의 재심도 추진 중이라던데.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에 처해진 김신혜씨와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서 일어난 나라슈퍼 강도살인사건의 재심 사건을 맡고 있다. 이 사건들도 하루 빨리 재심이 개시됐으면 좋겠다. 재심이라는 게 확정 판결을 뒤집는 일이라 힘들다. 하지만 잘못된 판결로 누군가 계속 고통 받는 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다. 충분히 재심이 이뤄질 수 있는 사건은 하루 빨리 재심 개시 결정이 나와야 한다. 그게 사법부가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