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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자료사진).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자료사진).
ⓒ 경실련통일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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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 이후 북한에 유례없이 강력하고 촘촘한 유엔의 경제 제재가 가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왜 북한의 경제 상황은 오히려 호전되고 있는 것일까.

임을출(51)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그 이유 중 하나로 북한의 사(私)금융을 꼽았다. 임 교수는 23일 방송된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한반도 통일이야기, 속시원하게 풀어드립니다)에서 "탈북자들 면접(80%)과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사업가들을 통해 확인(20%)한 결과, 북한의 김정은 시대는 김정일 때와는 다른 큰 경제사회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 변화의 중요 키워드가 돈주들의 사금융"이라며 "북한 권력자 대부분이 돈주들과 깊숙한 관계를 맺고 뒤를 봐주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북한 권력층 자체가 돈주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돈주는 전통적으로는 북송 재일교포, 화교, 탈북자를 둔 가족들 중에서 미화 5만~100만 달러 정도를 가진 부유층을 말한다. 최근에는 장마당(시장)과 대중무역을 통해 돈을 번 자생적 돈주들이 출현해 주목받고 있다.

임 교수는 "김정일 시대에는 직업이 변변치 않은데 돈을 잘 쓰면 출처를 추궁 당했고 심지어 간첩으로 몰려 처형당하기도 했다, 김정은 체제에서는 돈주들로 하여금 외화를 쓰게 만들고 이를 경제발전에 활용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돈주의 역할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2014년에 나온 이른바 5·30조치(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돈주들의 자금이 북한에서 시장 활성화와 확대의 배경이 되고 있다"면서 "주택 등 부동산 사업, 생산이 중단돼 있는 지방 공장 들을 활용한 생필품 생산, 남한이나 중국에서의 화장품 수입이 최근 북한 돈주들이 선호하는 사업 아이템"이라고 전했다.

또 "평양에는 나이 든 여성들이 오전 9시나 10시부터 오후 5시나 6시까지 영업을 하는 보통 장마당과 달리 오후 6시~10시까지 문을 여는 야간 장마당들도 있다"며 "평양에 다녀온 외국인들에 따르면 한두 곳이 아니라 큰길에서는 잘 안 보이지만 평양 골목골목마다 야간 장마당이 들어섰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평양의 직장인들이 퇴근 후에 공식적으로 장마당 활동을 한다는, 투잡을 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화 확대 흐름 거스르면, 김정은 정권에게 진짜 위기 올 것"

북한 장마당 입구에 걸려있는 영업 시간표
 북한 장마당 입구에 걸려있는 영업 시간표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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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장화 흐름은 정치 상황에 따라 2009년 화폐개혁처럼 과거로 돌아갈 수도 있는 게 아닐까. 임 교수는 이에 대해 "지금의 시장화 확대 흐름을 되돌릴 일은 없을 것이고, 그렇게 하면 김정은 정권에 진짜 위기가 올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김정은의 5·30조치는, 장마당을 인정하는 한편 농민들이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몫을 늘려주고, 기업의 자율경영폭도 상당히 넓혀줬던 2002년 김정일의 7·1경제관리개선조치의 증보판으로 보인다"면서 "그 원본은 중국이 개혁개방과정에서 내세운 '중국적 특색을 지닌 시장사회주의' 정책 같은데, 북한도 그런 쪽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또 "우리 정부도, 국제사회도 '압박만 하면 된다는 착각을 그만두고, 이처럼 북한에 사경제 영역이 커지는 것을 어떻게 지원하고, 정책과 연결시켜야 할지 관심을 둬야 한다"면서 "보수가 됐든 진보가 됐든 다음 정권에서는 햇볕정책 복원과 함께 국제사회의 협조 속에서 북한의 사경제를 확대할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경제의 새로운 흐름에 대한 임 교수의 생생하고 자세한 분석을 담은 <한통속> 38회, 39회 방송은 팟빵과 아이튠즈에서 들을 수 있다.

☞ 팟빵에서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 듣기
☞ 아이튠즈에서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 듣기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 #북한 장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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