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에 예정됐던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와 두산의 정규시즌 6차전이 이 날 오전부터 내린 많은 비로 우천 순연됐다. 롯데 입장에서는 전날 승리의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한 게 조금 아쉬웠지만, 쉴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고 두산으로선 불펜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하루였다.

린드블럼 vs. 유희관

<표>린드블럼-유희관 올시즌, 6월 성적 롯데 린드블럼과 두산 유희관 두 투수의 올시즌, 6월 성적이다.

▲ <표>린드블럼-유희관 올시즌, 6월 성적 롯데 린드블럼과 두산 유희관 두 투수의 올시즌, 6월 성적이다. ⓒ 한국야구위원회


이제 이번 시리즈에서 남은 경기는 단 한 경기다. 현재 양 팀을 대표하는 실질적인 에이스, '린동원' 조쉬 린드블럼과 '유희왕' 유희관이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을 펼친다. 특히 최근 두 투수의 페이스가 좋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의 우세를 점칠 수 없는 맞대결이다. 말 그대로 '뜨거운 남자'들이 잠실벌을 뜨겁게 달굴 준비를 마쳤다.

전반적 성적만 놓고 보면 유희관이 조금 앞서는 건 사실이다. 10승까지 단 1승만 남겨두고 있고 지금까지의 페이스라면 커리어하이 시즌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6월 성적에서도 유희관은 에이스다운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며 흔들리는 팀의 기둥이 되었다.

린드블럼은 14경기, 유희관은 13경기에 등판하며 등판 경기 수는 린드블럼이 한 경기 더 많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유희관이 1승을 더 챙겼다. 또 토종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을 책임지며 경기 당 이닝을 감안한다면 이닝 소화 면에서도 두 투수는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6월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 소화 이닝은 비슷한데 대부분의 수치에서는 유희관의 압승이다. 올 시즌 등판했던 13경기 모두 5이닝 이상을 책임질 만큼 본인의 의지 또한 그 어느 시즌보다 크다. 반면 지난 4일 삼성전과 지난 9일 kt전에서 모두 패전을 기록하며 상승세가 한풀 꺾인 린드블럼으로선 직전 등판이었던 지난 14일 SK전 완봉승을 통해 어느 정도 부진을 만회했다.

공교롭게도 두 투수는 잠실구장 마운드를 가장 선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잠실구장 성적이 매우 좋다. 린드블럼은 LG와 두산을 각각 한 번씩 상대하며 14이닝 동안 피안타율 .188, 평균 자책점은 1.93에 불과했다. 지난 4월 18일 토요일 두산전에서는 8이닝을 소화하며 두산 타선을 경기 내내 꽁꽁 묶었던 좋은 기억이 남아있다.

유희관은 '잠실 황태자'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올 시즌 홈에서 극강의 모습을 보였다. 9경기 중 무려 7승을 챙기면서 62.2이닝, 경기 당 7이닝을 소화한 셈이다. 다만 사직과 잠실을 통틀어 롯데를 올해 처음 상대하게 된다. 일요일 경기에서의 강점을 이번에도 뽐낼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일요일 전승 행진'을 달리고 있는 린드블럼도 마찬가지다.

린드블럼은 우투수, 유희관은 좌투수이지만 좌타자보다 우타자에게 조금 더 강했다.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2푼 이상 높았고 린드블럼은 4푼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김현수, 정수빈 등 까다로운 좌타자를 막아야 하고 유희관으로선 우타자 상대 피홈런이 8개인 만큼 황재균과 최준석, 정훈, 강민호 등 컨택과 펀치력을 겸비한 주축 우타자들과의 승부가 관건이다.

선취점 +α, 찬스 잡았을 때 멀리 달아나라

두 선발 투수들의 호투를 도울 야수들의 지원도 절실하다. 수비도 수비이지만 지난 19일 경기에서 양 팀 감독들을 답답하게 한 것은 타선의 침체다. 롯데는 11개의 안타와 4개의 볼넷으로 4득점, 두산은 9개의 안타와 5개의 볼넷으로 3득점에 그쳐 안타, 볼넷으로 내보낸 주자들 중 각각 11명씩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했다.

이 날 선발이었던 레일리와 허준혁이 한 번이라도 삐끗해 와르르 무너졌으면 몰랐을까, 팽팽한 투수전을 이어가며 경기가 끝날 때까지도 승부의 추는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았다. 팀 타율 5위(롯데, .276)와 4위(두산, .281)라는 수치에 걸맞지 않게 대량 득점 생산에 실패했다.

롯데는 손아섭이 엔트리에서 제외된 게 무척이나 아쉽다. 올 시즌 두산전 상대 타율은 무려 5할에 육박하고 홈런도 세 개나 때려냈다. 황재균과 정훈 등 우타자들이 그 공백을 아직까진 다 지워내지 못했다. 반면 두산은 보이지 않는 기복에 시름하며 완벽한 공-수 짜임새로 승리하는 경기가 그렇게 많지 않다. 선두권 경쟁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 말하는 팬도 있다.

결국엔 선취점으로 승기를 잡고 추가 득점이 최대한 빠른 시간 내로 나와야 한다. 두 투수가 가진 또 하나의 공통점이 초반 페이스가 좋다는 것인데, 린드블럼은 1~3회 피안타율이 .203 유희관은 .240으로 안정감 있게 스타트를 끊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4회~6회 피안타율은 린드블럼 .307, 유희관 .281로 급격히 높아진다.

투구수가 65개를 넘어서면서 체력적인 부담과 더불어 상대 타자들의 적극적인 공략이 시작되며 고전을 면치 못한 게 수치상으로 그대로 나타났다. 진짜 승부는 4회부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매일 똑같은 페이스를 유지할 순 없지만 이 경기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에겐 중위권 경쟁에서의 도약을, 두산은 선두권 유지가 주된 목표다. 다른 목표의 두 팀 중 이번 주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할 팀은 과연 어느 팀일까. 두 명의 에이스, 린동원과 유희왕의 어깨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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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위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 유준상의 뚝심마니Baseball(Blog.naver.com/dbwnstkd16)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 롯데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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