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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이들하고 살면서 여러 가지로 놀랍니다. 무엇보다 아이들 웃음이 이렇게 맑구나 하고 놀랍니다. 다음으로, 아이들 노래가 이렇게 싱그럽구나 하고 놀랍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짓는 이야기가 참으로 사랑스럽구나 하고 놀랍니다.

동생한테 한글 가르쳐 주기
 동생한테 한글 가르쳐 주기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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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일, 이 가운데 한국말사전 엮는 일을 하는 아버지를 둔 우리 집 아이들은 으레 '글 쓰는 아버지'를 봅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글놀이'를 자주 하지는 않는데, 아이가 곧잘 보여주는 '글'이나 '이야기꾸러미'를 보면 새삼스레 깜짝 놀랍니다.

아이가 이야기꾸러미 만드는 모습
 아이가 이야기꾸러미 만드는 모습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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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어느 집에서나 아이들은 저희 어버이를 깜짝깜짝 놀래키겠지요? 아이가 짓는 웃음이랑 노래랑 이야기에다가, 한글을 막 깨우치면서 보여주는 사랑스러운 손놀림은 그야말로 '이 땅에 태어나서 아이를 낳아 사는 기쁨'을 그득 베풀어 주겠지요?

큰아이가 아버지한테 보내는 선물 일기.
 큰아이가 아버지한테 보내는 선물 일기.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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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가 아버지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큰아이 마음에 드는 모습만 골라서 '수수께끼 그림 이야기'를 빚었습니다.
 큰아이가 아버지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큰아이 마음에 드는 모습만 골라서 '수수께끼 그림 이야기'를 빚었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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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느 날 빚은 '일기'라고 하는 글놀이+그림놀이를 보고는 괜히 가슴이 찡합니다. 아이가 맨 먼저 그린 '아버지 모습'은 하하하 웃는 아버지입니다. 웃는 아버지가 가장 마음에 든다는 뜻일 테지요. 다음으로 코호 자는 아버지를 그립니다. 여러모로 집안일을 도맡느라 힘에 부쳐서 낮잠을 자는 모습일 테지요.

아침저녁으로 밥을 차리는 아버지이니, 밥 먹는 아버지도 그려주고, 아버지가 그림을 그릴 때면 곁에서 무척 반기고 좋아해 주는 큰아이인 터라, 그림 그리는 아버지도 그려 주었습니다.

아버지 그림놀이
 아버지 그림놀이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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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하고 함께 그림놀이를 합니다.
 아이들하고 함께 그림놀이를 합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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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숲이요, 우리 집은 놀이터요, 우리 집은 배움터요, 우리 집은 사랑이다, 하고 늘 입으로 외고 노래로 부릅니다. 아이들은 이런 소리를 늘 곁에서 들으며 자랍니다. 내가 어버이로서 제대로 못하는 대목도 많을 테지만, 내가 어버이로서 아이들한테 물려주는 사랑이 있으면, 아이들은 이 사랑이 아무리 자그마해도 곧바로 알아채고는 기쁘게 받아들이는구나 싶습니다.

글씨 쓰는 장난
 글씨 쓰는 장난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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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처음 익히며 쓰던 글놀이도, 한글을 제법 잘 익힌 요즈음 여러모로 재미나게 꾸미는 글놀이도, 모두 사랑스럽습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나는 아이들하고 함께 살면서 으레 시를 씁니다. 시인이기 때문에 시를 쓰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글을 익히도록 하자니, 짧은 글을 지어야 합니다. 가장 맑고 정갈한 한국말로 이야기를 손수 지어서 들려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늘 마주하는 삶을 쪽글에 담고, 아이가 앞으로 꿈꾸면서 사랑스레 하루를 뛰놀 수 있도록 이끌 만한 이야기를 짓습니다.

아이가 읽을 글을 아버지로서 쪽종이에 시처럼 적어서 건네주면, 아이는 이 쪽글을 읽으면서 한글을 익힙니다.
 아이가 읽을 글을 아버지로서 쪽종이에 시처럼 적어서 건네주면, 아이는 이 쪽글을 읽으면서 한글을 익힙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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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하고 여덟 해째 한집살이를 하며 생각합니다. 모든 아이들은 시인입니다. 그리고, 시인인 아이들하고 함께 사는 어버이도 모두 시인입니다. 아이도 어버이도, 다 함께 시인이 됩니다.

아이하고 함께 살면 누구나 시인이 됩니다.
 아이하고 함께 살면 누구나 시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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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모든 글을 손수 짓습니다. 아이는 스스로 생각한 가장 즐거운 이야기를 글로 씁니다. 아이는 언제나 모든 이야기를 스스로 길어올립니다. 뛰고 놀고 달리고 웃고 노래하던 하루 이야기를 기쁘게 글로 씁니다.

글은 꾸미지 않아도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글을 꾸미거나 손질하면 더 아름다울 수도 있습니다. 어떤 글을 쓰든, 스스로 삶을 사랑하면서, 한집살이 하는 사람들이랑 이웃이랑 동무를 아낄 수 있는 마음이 되면, 누구나 아름답게 웃고 노래하는 넋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오늘도 아이들하고 글놀이를 하면서 함께 웃고 노래합니다.

글 쓰며 놀다가 꼬물그림도 그린다
 글 쓰며 놀다가 꼬물그림도 그린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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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글순이는 거의 날마다 누군가한테 편지를 씁니다. 어머니한테도, 아버지한테도, 이모나 할머니한테도, 큰아버지한테도, 꼭 한 번만 만난 동무한테도, 신나게 편지를 씁니다. (사름벼리야, 네 편지 하나를 이렇게 사진으로 찍어서 미안하고 고맙다)
 우리 집 글순이는 거의 날마다 누군가한테 편지를 씁니다. 어머니한테도, 아버지한테도, 이모나 할머니한테도, 큰아버지한테도, 꼭 한 번만 만난 동무한테도, 신나게 편지를 씁니다. (사름벼리야, 네 편지 하나를 이렇게 사진으로 찍어서 미안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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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들하고 살며 나 스스로 새로운 이름을 하나 그립니다. 바로 '삶노래님'입니다. '시인'이라는 말을 쓰기가 멋쩍어, 내 나름대로 새 이름을 지어 보았습니다. 삶을 노래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삶노래님'입니다. 지구별 모든 아이들도, 지구별 모든 어버이들도 삶노래님입니다.

아버지 그림놀이 가운데 하나. 이 그림에 모델이 되어 준 큰아이한테 새삼스레 고맙습니다.
 아버지 그림놀이 가운데 하나. 이 그림에 모델이 되어 준 큰아이한테 새삼스레 고맙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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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글쓴이 누리사랑방(http://cafe.naver.com/hbooks)에도 함께 올립니다.



태그:#글쓰기, #아이키우기, #시골살이, #삶노래, #삶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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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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