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스토크, 네맥 마틴, 오레올 카메호(왼쪽부터)

얀 스토크, 네맥 마틴, 오레올 카메호(왼쪽부터) ⓒ 국제배구연맹(FIVB)·한국배구연맹


[심층진단] 프로배구 7개 구단, 2015~2016 V리그 준비상황

호수 위의 백조. 고요해 보이지만 물 밑에서는 맹렬하게 발길질을 하고 있다. 요즘 프로배구가 그렇다. 외국인선수 영입, 전지훈련 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15~2016 V리그 정상을 향한 남자 프로배구 구단의 시즌 준비 상황을 점검해 봤다. 7개 구단의 감독과 핵심 관계자의 생각도 들어봤다.

현재 외국인선수가 확정된 팀은 삼성, 대한항공, 한국전력, LIG손해보험 4팀이다. OK저축은행, 현대캐피탈, 우리카드는 협상 중이거나 열심히 찾고 있다.

삼성에서 4년 연속 뛰게 된 레오(26·206cm·쿠바)는 여전히 V리그 최고 외국인선수이다. 3년 연속 득점왕과 오픈공격 1위, 3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과 정규리그 MVP, 2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과 MVP를 기록했다. 확실한 '믿는 구석'이다.

다만 삼성은 올 시즌부터 '신치용 없는 배구'를 해야 한다.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군 입대를 고려했던 지태환은 연기 신청을 할 계획이다. 김명진, 류윤식, 최귀엽도 특별히 아픈 데 없이 훈련을 잘 소화하고 있다. 전력이 지난 시즌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도 산체스(30·205cm·쿠바)와 일찌감치 재계약을 마쳤다. 국내선수도 대폭 보강된다. 국가대표 주전 세터였던 한선수가 8월 초 제대해 팀에 복귀한다. 한선수는 지난해 아시안게임이 끝난 직후 어깨 수술을 했다. 지금은 재활까지 마무리 단계이다. 좋은 몸 상태로 시즌을 시작할 수 있다. 한선수-산체스 조합은 많은 팬들이 고대했던 볼거리이다.

구단도 올 시즌이 우승에 도전할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2006~2007시즌부터 3년 동안 대한항공 외국인 세터 코치로 있으면서 한선수를 키운 잠본(슈빠)도 다시 데려왔다. 센터 부문까지 외국인 코치를 새로 영입했다.

얀 스토크... '득점왕 하기 딱 좋은 나인데'

한국전력은 얀 스토크(33·205cm·체코)를 영입했다. 세계 최고인 러시아 리그에서 최근 2년 연속 득점왕을 한 선수다. 러시아 리그는 유럽 남자배구 리그 중 랭킹 1위다. 이어 이탈리아 리그, 폴란드 리그, 터키 리그 순이다. 여자배구는 김연경이 활약하는 터키 리그가 1위이다.

얀 스토그는 이탈리아 리그에서도 9시즌을 뛰면서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특히 트렌티노를 3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과 챔피언결정전 2회 우승으로 이끈 주역이었다. 2010~2011시즌에는 후안 토레나, 카지스키와 함께 트렌티노의 주공격수로 활약하며 이탈리아 리그 우승, 유럽(CEV)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일궈냈다. 당시 얀 스토크는 팀내 득점 1위로 MVP를 수상했다. 화려한 경력과 중요한 상황에서 책임감 있는 경기력이 강점이다.

지난해 한국전력은 팀 창단 사상 최초로 겨울리그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올 시즌도 서둘러 세계 정상급 외국인선수를 영입했다. 전광인, 서재덕이 건재할 때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아보고 싶은 의지가 그만큼 강렬하다.

문제는 전광인의 부상 상태다. 혹사로 인해 무릎 뼈에 멍이 들었다. 월드리그 대표팀에 합류한 이후 무릎 연골에도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15일 MRI 검사를 다시 했고 6주 진단이 나왔다. 수술할 정도는 아니지만, 1~2개월 정도는 안정을 취하면서 치료와 재활에 전념해야 한다. 문용관 국가대표 감독은 17일 전광인을 소속팀으로 돌려 보냈다. 한국전력은 불안한 세터와 허약한 센터진의 보강도 시급하다. 신영철 감독은 언제든지 선수 간 트레이드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지만 카드가 마땅치 않다.

217cm 레안드로, 시몬 공백 메울 수 있을까

KB손해보험으로 바뀔 예정인 LIG손해보험은 네맥 마틴(32·200cm·슬로바키아)을 영입했다. 마틴은 2011~2012시즌부터 2년 동안 대한항공에서 뛰었다. 지난해에는 이탈리아 트렌티노에서 뛰면서 정규리그 우승과 유럽(CEV)컵 준우승으로 이끄는 데 맹활약했다.

강성형 감독은 지난 4월 유럽으로 건너가 마틴 경기를 직접 보고왔다. 과거 대한항공에서 뛰던 때와 비슷하게 공격과 서브가 강하다고 판단해 영입키로 결정했다. 성실하고 팀에 충성심이 강한 마틴은 벌써 한국에 들어와 시즌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11일 입국해 몸을 풀기 시작했다. 특별한 부상도 없어서 다음 주부터는 팀 훈련에 참가할 예정이다. LIG는 세터 보강을 위해 현대캐피탈 주전 세터였던 권영민을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인 OK저축은행은 세계 최고의 센터 공격수인 시몬(29·206cm·쿠바)의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국내에서 무릎 건염 수술을 하고 재활까지 하면, 내년 1월까지 경기 출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OK저축은행은 시몬이 복귀할 때까지 뛰게 될 대체 외국인선수를 찾고 있다. 최근 브라질 출신의 217cm 라이트 공격수인 레안드로(Leandro Martins da Silva·24세)를 영입했다. 조만간 국내에 들어와 테스트를 할 방침이다. 김세진 감독은 레안드로를 신예 유망주로 보고 육성형으로 영입했다고 한다.

외국인선수에서 차질이 생기긴 했지만, OK저축은행은 국내선수가 전 포지션에 걸쳐 가장 탄탄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거함 삼성화재를 무너뜨리고 챔피언에 등극하면서 갖게 된 경험과 자신감도 큰 자산이다.

최태웅의 도전... 무세르스키 아닌 카메호 선택

현대캐피탈은 그동안 드미트리 무세르스키, 막심 미하일로프, 오레올 카메호 3명과 접촉하며 영입을 타진해 왔다. 최태웅 감독이 러시아까지 직접 가서 세 선수의 경기력과 몸 상태를 확인하고 왔다.

무세르스키(28·218cm·러시아)와 미하일로프(28·202cm·러시아)는 설명이 필요없는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다. 무세르스키는 시몬과 함께 세계 최고의 센터 공격수다. 미하일로프는 지난 시즌 제니트 카잔이 러시아 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 러시안컵 우승,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3관왕을 차지하는 데 라이트 주공격수로 맹활약을 했다.

오레올 카메호(30·207cm·쿠바)는 2012~2013시즌 V리그에서 LIG의 외국인선수로 뛰었다. 기대와 달리 인상 깊은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그후 러시아 리그의 로코모티브 노보시비리스크 팀으로 이적해 비교적 성공적인 활약을 펼쳤다. 2013~2014시즌에는 팀의 주전 레프트로 활약하며 러시아 리그 챔피언결정전(준우승)까지 올라갔다. 2014~2015시즌에도 득점 캥링 6위를 기록했다.

무세르스키와 미하일로프는 이미 현대캐피탈 구단에 연봉 금액과 계약 조건을 제시한 상태다. 실력으로 보나 흥행 면으로 보나 두 선수의 영입에 주력해야 하지만, 최태웅 감독은 생각이 다르다. 카메호를 더 선호한다. 최 감독은 "카메호가 LIG에서 뛸 때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현대캐피탈을 빠른 배구와 토털 배구를 하는 팀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그에 따라 문성민을 라이트로 돌리고, 외국인선수는 리시브 되는 레프트 선수를 영입하고 싶어 한다. 또 하나는 무세르스키와 미하일로프가 내년 1월 초 올림픽 유럽 예선전에 국가대표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카메호는 그럴 일이 없다. 최 감독의 시도는 분명 바람직하고 성공해야 한다. 다만 지금까지 V리그에서는 모험에 가깝다. 지켜볼 일이다.

문성민은 무릎 재활운동을 착실히 하고 있고 상태도 호전되고 있다. 7월 31일 시작되는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이란)에 출전이 가능할 수도 있다. 현대캐피탈은 우리카드와 현금 트레이드한 신영석의 합류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신영석은 내년 1월 20일 제대한다. 안준찬(우리카드)과 진상헌(대한항공)도 같은 날 제대해 소속팀으로 복귀한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1~2개월 안에 신영석 트레이드 승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달라진 우리카드 "감독이 원하는 선수라면 금액과 상관없이 수용"

우리카드는 올 시즌부터 배구단을 제대로 운영하겠다고 공언했다. 그 연장선에서 김상우 감독을 영입했고, 연고지와 홈구장도 서울 장충체육관으로 이전했다. 인천 송림체육관을 훈련장으로 정하고, 근처 아파트에 선수단 숙소도 마련했다. 시설과 환경이 이전보다 좋아졌다.

우리카드 구단 관계자는 "감독이 원하는 외국인선수라면 금액과 상관없이 전적으로 수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몇몇 선수를 물망에 올려놓고 꼼꼼하게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성에 차지 않는 모습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좋은 외국인선수를 찾아보겠다는 입장이다.

우리카드는 날개 공격수로 최홍석, 신으뜸이 버티고 있고, 1월에는 안준찬이 복귀한다. 박상하-박진우로 이뤄진 센터진은 어느 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FA였던 김광국 세터도 잔류했고, 국가대표 리베로인 정민수도 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력 보강의 여지도 있다. 외국인선수만 잘 영입하고 모기업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얼마든지 중위권 이상의 성적이 가능한 팀이다.

올림픽 예선전 대비... V리그 개막 일주일 앞당겨

2015~2016 V리그 개막은 지난 시즌보다 1주일 앞당겨졌다. 10월 10일(토)에 시작해서 내년 3월 26일 모든 일정을 마칠 예정이다. 5월 일본에서 열리는 올핌픽 세계 예선전 준비를 위해서다.

올 시즌도 스포츠 전문 채널인 KBSN SPORTS와 SBS Sports가 V리그 중계를 할 예정이다. 중계권 계약이 2015~2016시즌까지로 돼 있다. 2016~2017시즌 중계권부터는 KOVO가 내년 4월경 새로 결정한다.

최근 몇 년 동안 V리그는 TV 시청률에서 비약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시즌 남자 프로배구는 사상 최초로 케이블TV 평균시청률 1%대(1.03%)를 돌파했다. 여자 프로배구도 경기당 평균시청률이 0.77%로 폭등했다. 관중수와 인터넷·모바일 접속자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프로배구가 겨울철 최고의 킬러 콘텐츠로 자리를 잡게 되자 방송사의 관심도 커졌다. 기존 방송 3사의 스포츠 전문 채널은 물론, 일부 종편 방송사도 2016~2017 V리그 중계에 뛰어들 의사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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