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에 이어, 무난하게 1% 이상(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가입기준, 이하 동일)의 시청률을 보이며 고정 시청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JTBC <크라임씬2>.

본격 롤플레잉 추리 예능인 이 프로그램의 재미 중 하나는 매회 등장하는 게스트와 기존 출연자들이 함께하는 롤 플레잉의 묘미이다. 예를 들어 배우 김지훈처럼 매력이 십분 발휘되는 게스트가 등장하면 그 어느 때보다도 추리 과정에는 활기가 넘치고, 짜고 치는 고스톱 같던 기존 출연자들의 연기에도 생기가 돈다.

 JTBC <크라임씬2>에 출연한 프로파일러 표창원

JTBC <크라임씬2>에 출연한 프로파일러 표창원 ⓒ JTBC


그러던 <크라임씬2>에 드디어 진짜가 나타났다. 이미 출연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현직 프로파일러 표창원이 현장에 등장한 것이다. 17일 방송된 11회 '윤현준 PD 살인사건' 편에서 표창원은 단지 화제성을 잡은 것만이 아니라, 아마추어들의 추리 게임과 같었던 <크라임씬2>에 추리의 정석을 보여주며 '군계일학'의 묘미를 한껏 자아냈다.

공인된 프로파일러 표창원을 맞이하는 <크라임씬2>의 자세는 '살신성인'이다. 실제 <크라임씬> 담당인 윤현준 PD는 살인사건 피해자가 됐고, 출연자들은 각자 현재의 자신을 연기한다. 이들은 <크라임씬2>의 출연자로, 각자 윤 PD와는 개인적 인연과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것으로 설정됐다.

이와 함께 사건은 실제 방송가에서 있을 법한 각종 사연들을 등장시키며,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묘하게 비튼다. 이미 사건 자체로 '유머'와 '상상'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오랜 지기였던 장진과 윤현준이 과거 학창 시절 같은 동아리 멤버였으며 그 당시 장진이 감독하던 영화에서 한 여학생이 장진의 과실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식이다. 그렇게 홍진호는 '임용한'(?)의 그늘에 가린 '영원한 2인자'가 되고, 다른 회차에서 해프닝을 빚었던 하니와는 연인이 된다. 그런가 하면 개그맨 장동민과 방송인 박지윤은 치정과 금전으로 윤 PD와 얽힌다. 아이돌의 노예 계약도 빠지지 않는다.

표창원의 '정석 수사', 추리의 재미를 더하다

이들이 얽힌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현장에 나타난 표창원은 젠틀한 의상처럼 방송 중 단 한번도 언성을 높이거나, 과격한 몸놀림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등장만으로도 출연자들은 절로 '오금이 저리는 듯' 구석으로 몰린다. 고개는 조아려지고, 두 손을 앞으로 모은 공손한 자세도 나온다. 표창원을 두고 박지윤은 '그의 입가에는 언제나 미소가 지어져 있고 목소리는 나긋나긋하지만, 막상 그의 눈을 마주치는 순간 저절로 고개가 돌려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파일러로서 표창원의 면모는 그의 '카리스마'에서만 빛나는 것이 아니다. 용의자이자 추리 당사자인 출연자들이 닭들이 모이를 쪼듯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어수선하게  범죄의 실마리를 찾아 다니는 반면, 표창원은 '범죄 수사의 정석'을 보여준다.

 17일 방송된 JTBC <크라임씬2> 현장 스틸컷

17일 방송된 JTBC <크라임씬2> 현장 스틸컷 ⓒ JTBC


1차 범인 선정 과정에서 여타 출연자들이 추측성 이유를 들어 여러 사람들 범인으로 추측할 때, 표창원은 별다른 증거가 등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현장에 가장 마지막에 등장했다는 '사실'을 들어 하니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여기에서 시작해 표창원은 피해자인 PD의 목에 남겨진 멍을 근거로 출연자들을 유도 심문하는가 하면, <크라임씬2>의 묘미답게 하나 둘씩 드러나는 용의자들의 숨겨진 사연에 흔들리지 않고 수사에 매진한다.

이 결과 그는 장동민으로부터 PD를 만났으며 목을 졸랐다는 자백을 받아 내지만, 장동민의 살인 충동이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약물 투여와 목의 자상으로 인한 살해로 이어질 수 는 없다는 논리적 추론을 펼친다. 파헤치면 파헤칠 수록 악연으로 범벅된 윤현준 PD와 출연자들의 관계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거'가 될만한 범죄 수단을 찾는데 고심한다. '진범은 증거를 통해 자신이 살인범임을 말한다'는 프로파일러로서의 정석에 충실한 것이다.

덕분에 이날 방송은 때론 예리하고, 그래서 종종 어수선했던 <크라임씬2>에서 제대로 된 '추리'를 따라가는 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간 출연자들이 각자 뽐내는 '추리'가 흥미롭긴 해도 그것이 사건을 해결하기 보다는 시청자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해 결국 '누가 범인인가 보자'고 포기하게 만들던 것과 달리, 표창원의 '추리'는 사건과 증거를 놓치지 않고 따라가는 본격 추리의 묘미를 맛보게 했다. 이에 보답하듯, 17일 방송은 1.678%의 시청률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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