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마무리 송창식 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한화의 시범경기. 8회 말 한화 송창식이 역투하고 있다.

한화 송창식 선수. 사진은 지난해 3월 두산과의 시범경기 당시 모습. ⓒ 연합뉴스


송창식(30)이 또 한 번 팀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송창식은 지난 1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LG와 홈 경기에 선발로 나서 5이닝을 2피안타 4탈삼진 2볼넷 1실점으로 막아내는 역투를 펼치며 팀의 8-1 승리에 밑거름을 놨다. 전날 연장 접전 끝에 아쉬운 패배를 설욕한 한화는 33승 29패로 5위를 유지했고, LG는 27승 1무 35패로 9위에 머물렀다.

송창식은 시즌 3승(2패)째를 첫 선발승으로 장식했다. 구원승을 거뒀던 지난 5월 8일 두산전 이후 약 한달여만의 승리이자, 선발승으로만 놓고보면 지난 2012년 6월 20일 대전 LG전 이후 무려 1088일 만이었다.

송창식은 올 시즌 30경기에 나서 46이닝을 소화하며 자책점 4.89를 기록 중이다. 홀드(8개)는 박정진(11개)에 이어 팀내 2위, 여기에 두 번의 선발등판 경험도 있다. 겉보기에 별로 특출한 성적이 아닌 데다 권혁, 박정진 등 다른 주력 필승조의 활약에 가려진 감이 있지만, 송창식 역시 올시즌 한화 마운드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구원이면 구원, 선발이면 선발, 어디에 놓아도 기본 이상은 해주는 송창식의 희생이 있었기에 한화는 급할때마다 마운드의 전력 누수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송창식은 올 시즌 첫 선발등판이었던 지난 4월 25일 대전 SK전에서도 당시 햄스트링 부상으로 등판이 불발된 미치 탈보트를 대신해 선발로 투입돼 5이닝 4피안타 2실점으로 비록 승패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기대 이상의 호투를 선보였다. 당시 상대 투수가 SK 에이스 김광현(6이닝 2실점)이었음에도 내용상 크게 밀리지 않는 피칭을 선보였기에 더욱 돋보였다. 당시 한화는 송창식의 호투에 힘입어 예상을 깨고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두 번째 선발 등판이었던 13일 LG전은 상황이 더욱 좋지 않았다. FA로 영입하여 큰 기대를 모았던 송은범이 1승 5패, 자책점 7.50이라는 참혹한 성적을 남기고 2군으로 강등되면서 한화는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뜷렸다.

송창식 역시 삼성과의 10~11일 경기에서 이틀 연속 등판하여 홀드를 챙긴 이후 고작 하루의 휴식만을 가지고 다시 선발로 투입된 상황. 앞선 경기에서의 투구수 자체는 많지 않았지만 갑자기 기용딘 대체 선발이었던 송창식에게 많은 이닝을 기대할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한화 불펜도 전날 경기에서 필승조 포함 7명의 투수를 투입하고도 연장전 패배를 당한 후유증이 남은 터라 부담이 큰 것은 마찬가지였다.

5이닝에 70구... 경제적인 투구

하지만 송창식은 공격적인 피칭으로 모든 우려를 불식시켰다. 2회 초 선두타자 한나한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한 것이 유일한 실점이었고, 5이닝을 버티는 동안 70구만 던졌을만큼 투구 내용도 경제적이었다. 이중 스트라이크가 47개로 안정된 제구력과 자신감있는 피칭이 돋보였다. 충분한 휴식일을 가지고 등판했더라면 퀄리티스타트 이상도 노려볼수 있을 정도의 구위였다.

송창식의 호투에 한화 타선도 응답했다. 한화는 1-1로 팽팽하게 맞선 5회에만 6점을 몰아치는 '빅 이닝'을 선보였다. 특히 2사 후에만 세 번의 적시타가 몰아터졌을만큼 승부처에서의 집중력이 돋보이며 LG 선발 투수 우규민(4.2이닝 8피안타 6실점)을 무너뜨렸다.

송창식의 야구인생은 파란만장하다. 2004년 청주 세광고를 졸업하고 한화 유니폼을 입은 송창식은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에 이어 손 끝에 피가 통하지 않은 버거씨병을 앓는 등 험난한 역경을 거친 끝에 어느덧 한화의 주축 투수로 성장했다. 전임 한대화-김응용 감독 등도 송창식의 재능과 팀 공헌도를 높게 평가했으나, 그동안은 팀 성적이 좋지못한 탓에 묻히는 감이 없지 않았다.

열악한 팀사정상, 여러 가지 보직을 전전해야 했던 경험은 송창식에게 어떤 역할을 맡겨도 자기 몫은 해준다는 믿음을 안겨줬다. 송창식은 김응용 감독 시절이던 2013년에는 마무리로 활약하며 20세이브를 따낸 경험도 있다. 당시에도 마무리치고는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중무리 혹은 롱마무리였다.

과도한 혹사의 후유증 탓인지 지난해는 구위가 떨어지는 조짐을 보이며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으나, 올 시즌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다시 한화 마운드의 한 축으로 부상했다. 송창식은 올 시즌 두 번의 선발등판 포함 3이닝 이상 던진 경기가 무려 여섯 차례나 될만큼 롱릴리프로도 충분한 역량을 증명해왔다.

필승조와 추격조, 긴 이닝과 짧은 이닝, 선발과 불펜을 모두 소화할수 있는 투수는 현재 한화 마운드에 송창식이 유일하다. 어쩌면 한화가 송은범을 영입하면서 기대했던 역할을 바로 송창식이 대체해주고 있는 셈이다.

송창식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그동안 한 가지 보직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개인 기록적으로는 손해를 본 측면도 있다. 송은범의 공백으로 현재 한화 마운드에 마땅한 선발 대안이 없는 가운데, 송창식에게는 지금이 안정적인 풀타임 5선발로 자리잡을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