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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대한민국에서 서민으로 산다는 것은 참 힘겨운 일이다. 더군다나 30대 청년으로 산다는 것은 어쩌면 혼란 그 자체일 수도 있다. 하지만, 20대에 세상을 고민하며 세계여행을 했던 한 청년이 지금은 아름다운가게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 10일, 아름다운가게 안성점에서 주인공 심우상(33) 매니저를 만났다.

- 언제부터 일하게 되었는가.
"2014년 12월부터 안성점 매니저로 채용되었다. 안성점 매니저 구인공고를 보고 지원했고, 발탁이 되었다."

- 아름다운가게를 지원한 이유가 있나?
"사실 매니저로 지원하기 전에 아름다운가게를 알고 싶어 아르바이트 형태로 수개월 일하고 있었다."

- 왜? 아름다운가게를 알고 싶었나. 다른 일도 많을 텐데.
"평소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등에 관심을 가졌다. 돈도 벌고 의미도 찾는 그런 일 말이다. 캐나다를 여행하면서 아름다운가게와 비슷한 형태의 자원재활용가게를 주로 애용했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아름다운가게에 국한된 평범한(?)이야기를 들을 줄 알았다. 하지만, 캐나다 여행은 우상씨에게 있어 소위 인생전환점이 된 듯 보였다.)

심우상 씨의 해맑은 웃음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하고 사는 사람들의 공통된 미소를 보았다. 친구들에 비해 월급이 많진 않지만, 사회에 대한 책임과 자신이 원하는 일을 모두 만족시키는 이 일이 좋다고 했다. 더불어 안성지역을 위한 고민과 지구환경을 위한 고민을 이 사업을 통해 해보겠다고 했다.
▲ 심우상 매니저 심우상 씨의 해맑은 웃음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하고 사는 사람들의 공통된 미소를 보았다. 친구들에 비해 월급이 많진 않지만, 사회에 대한 책임과 자신이 원하는 일을 모두 만족시키는 이 일이 좋다고 했다. 더불어 안성지역을 위한 고민과 지구환경을 위한 고민을 이 사업을 통해 해보겠다고 했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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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그럼 세계여행을 다녀온 건가. 언제, 무슨 계기로?
"29세에 대학 무역학과를 졸업하면서 고민이 많았다. 촛불집회도 나가고, 방송과 책등을 통해 사회적 고민이 무르익었다. 그냥 사회의 부속품으로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나의 삶을 살아갈 것인가를 두고 고민했다. 그러다가 세계여행을 통해 눈을 넓혀보자는 맘이 들었고, 세계여행을 하려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1천만 원을 모아 캐나다로 떠났다."

- 왜 하필 캐나다인가?
"두 가지 이유다. 내가 음악을 좋아하기에 음악인으로서 캐나다 토론토에 가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대도시와 비슷한 토론토 같은 도시에 가서 경험해야 돌아와서도 써먹을 게 있을 것이라 판단되었다. 사실 캐나다를 거쳐 미국, 아르헨티나, 쿠바 등 아메리카 대륙을 모두 돌아보고 싶었다."

- 지금 말에 의하면 당초 계획에서 벗어나 캐나다만 다녀왔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 나의 부친이 뇌졸중으로 쓰러지셔서 장남인 내가 귀국해야 했다. 귀국해서 처절한 현실에 맞부딪혔다."

- 처절한 현실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병환의 아버지를 집에 홀로 모셔 놓고 나는 학원 매니저로 일해야 했다. 오로지 이 힘든 상황을 넘기기 위해 일만 했다. 밤에 집으로 돌아와선 아버지를 간호했다. 이런 생활들이 이어지자 공허함이 물밀듯 밀려왔다."

- 그런데, 어떻게 지금 아름다운가게로 지원하게 되었나
"아버지가 작고하셨다(잠시 그가 아버지 생각 때문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학원매니저를 조금 더 하다가 그 생활을 접었다. '내가 원하는 일'을 찾아 나섰다. 그 계기로 아름다운가게를 알고 싶었고, 문을 두드렸다."

- 캐나다에서 귀국 후 바로 아름다운가게를 지원한 게 아닌데, 그동안 생각의 변화가 있었나?
"그렇다. 바로 귀국해서는 현실에 쫓겨 여유를 부릴 수 없었다. 사실 캐나다에 있을 때에도 인생전환점을 맞이할 만큼의 일은 없었다. 캐나다를 떠나와 한국 현실에 맞닥뜨리니 캐나다가 더 선명하게 보였고, 우리사회가 더 선명하게 보였다. 내 생각의 전환은 캐나다 여행 이후에 일어난 거 같다."

- 당신이 본 캐나다는 어떤 사회였나?
"시민들이 세금을 많이 내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였다. 그렇기에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었다. 지하철 청소부란 직업이 그들에겐 로망인 사회였다.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기에 그런 일을 해도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없더라. 자연스럽게 직업의 귀천은 따지지도 않는 사회였다. 도시 곳곳에 생활 공원이 많은 것도 부러웠다." 

- 캐나다는 왜 그런 사회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그건 사회시스템의 고민에 이어 시민적 합의가 잘 이루어진 곳이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캐나다는 건강한 사회구조를 위해 노력했다."

- 캐나다를 통해 한국을 본 것인가?
"그렇다. 우리나라도 노력해서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나도 그런 사회를 위해 일역을 담당하자고 맘먹었기에 아름다운가게를 지원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회에 유익을 끼치는 이 일이 좋다."

- 안성에 온 지 6개월이 지났다. 안성이 어떤가?
"살펴보니 안성이 매력 있더라. 안성의료생협이 전국 원조 의료생협이라는 점과 아름다운가게 안성점이 전국 유일하게 안성시민의 힘으로 개점된 곳이라는 점 등이 내 맘을 사로잡았다."

- 요즘 안성 생활은 어떠하며 앞으로의 계획은?
"안성에서 내 속에 미담이 쌓여가고 있다. 안성에 좋은 사람이 많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안성지역사람들과 함께 지역을 디자인할지 고민 중이다. 더불어 지구환경에 대한 고민도 이 사업을 통해서 풀어볼 계획이다.

끝으로 우상씨는 "전 요즘 안성과 연애 중"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가게에 아름다운 청년'이 아닐 수 없지 않은가.


태그:#아름다운가게, #청년, #세계여행, #심우상,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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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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