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메르스 확진자 14명 추가, 총 122명"

11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전일대비 14명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로 추가됐다. 이로써 지금까지 총 122명이 감염됐고, 사망자는 10명이다. 감염의심자는 2500명, 격리자는 3800명에 이르고 있다. 지난 5월 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세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 번째 감염 국가의 오명을  쓰게 됐다. 사람들은 외출을 자제하며 TV에서 흘러나오는 메르스 속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오늘이다.

12년 전에도 세계를 죽음의 공포로 몰아 넣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발생됐다. 메르스보다 전염력이 더 강한 것으로 알려진 사스는 아시아의 대부분 국가에서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감염자 4명에 사망자는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사스 확산 당시 국내 방역의 컨트롤타워였던 김문식(68) 전 국립보건원장(현재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번 메르스 사태가 확산된 원인을 초기 판단이 잘못된 것이며, 경계에 실패한 것으로 지목하고 있다.

내달 3일 시민청에서 삼풍백화점의 실화를 담은 창작판소리를 진행하는 안숙선 명창은 "작은 일을 소홀히 하다가 큰 일이 생긴 겁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된 것이죠.우리가 원칙을 지키고 살았으면 백화점도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고, 많은 분들에게 아픔을 주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 창작판소리 '유월소리'의 명창 안숙선 내달 3일 시민청에서 삼풍백화점의 실화를 담은 창작판소리를 진행하는 안숙선 명창은 "작은 일을 소홀히 하다가 큰 일이 생긴 겁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된 것이죠.우리가 원칙을 지키고 살았으면 백화점도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고, 많은 분들에게 아픔을 주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 이규승

관련사진보기


"작은 일을 소홀히 하다가 큰 일이 생긴 겁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된 것이죠.우리가 원칙을 지키고 살았으면 백화점도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고, 많은 분들에게 아픔을 주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오는 6월 29일은 서초동 삼풍백화점이 붕괴된 지 20주기가 되는 날이다. 서울문화재단은 삼풍백화점 붕괴 실화를 담은 창작판소리 '유월소리'(소리 안숙선/작 오세혁)를 선보인다. 이번 작품은 당시 민간구조대원였던 최영섭(57)씨의 증언을 토대로 명창 안숙석(66, 국립국악원 예술감독)과 극작가 오세혁(34,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 대표)이 제작한 판소리 공연이다. 이번 공연에서 소리와 작창을 맡은 명창 안숙선은 내달 3일 시민청 활짝라운지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앞두고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마치 메르스로 카오스가 된 현재의 상황을 대변하는 듯.

이번 판소리 공연은 당초 24일에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메르스로 인해 다음달 3일로 연기됐다. 연기되기 전에 약속됐던 안 명창과의 인터뷰는 예정대로 지난 9일 국립국악원에서 진행됐다. 인터뷰 전 미리 도착해 점심을 함께 먹으면서도 메르스에 대한 걱정을 놓치 않았던 안 명창은 이번 공연에 대해서 각별한 감정을 표현했다. 필자는 인간문화재와 흔치 않는 점심이라 멋드러진 한정식을 내심 기대(?)했지만, 안명창은 6천원짜리 콩나물 국밥을 드실 정도로 보통 어머니였다.

"판소리는 이 시대가 아니고 지나간 것들에 대한 희노애락을 담은 것이다. 시대가 처한 환경이 각기 전혀 다르다. 흥부가의 어느 한 장면을 얘기하면... 놀부가 흥부를 찾아온 장면에서 흥부가 다 쓰러져가는 오막살이집에서 놀부를 위해서 음식상을 차리를 장면이 나온다. 그런 일상의 모습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시대상과 생각을 반영하고 있다. (판소리는) 수백년을 이어져 내려오면서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안 명창은 그동안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시절부터 끊임없이 '작창'에 대해 관심을 보여왔다. 어린이창극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활발하게 진행했다. 누군가는 우리나라에서 판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으나 창작 판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그런 안 명창에게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작창'의 의미를 이처럼 말했다. 마치 현대인의 삶을 후세에게 남기기 위한 사명감처럼. 

이번 공연은 <메모리인서울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2013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3년째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서울에 대한 시민들의 기억을 목소리로 채록해 사장될 수 있는 고유의 미시사적 스토리를 발굴하는 사업이다. 특히 지난해 8월부터는 '서울의 아픔, 삼풍백화점'이라는 주제로 동화작가, 영화PD, 사진작가 등 15명의 기억수집가들이 유가족, 생존자, 구조대, 봉사자 등 100여 명의 시민을 만나 삼풍백화점에 관한 기억을 수집해왔다. 이번 공연은 안 명창의 막내아들과 동갑으로 연극계에서 주목받는 연출가 겸 극작가인 오세혁(34)씨와 공동으로 제작했다. 오 작가가 민간구조대의 증언을 토대로 초고를 작성했으며, 안 명창이 작창과 소리를 진행한다.

안숙선 명창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오는 자신의 목소리에 대해 "나도 젊었을 때는 보여지는 것에 치중을 했다. 지금은 인생사를 가감없이 과장하지도 않고 순수한 자체를 유지해서 소리를 하고 싶다. 이쁜 목소리를 내려고 하지도 않고 관객에게 서비스보다는 있는 것으로 다가서고 싶다. 지금의 나의 목소리는 애기처럼 더 순수해지는 것 같다. 덧씌우는 것 없이...그런 소리가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 창작판소리 '유월소리'의 명창 안숙선 안숙선 명창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오는 자신의 목소리에 대해 "나도 젊었을 때는 보여지는 것에 치중을 했다. 지금은 인생사를 가감없이 과장하지도 않고 순수한 자체를 유지해서 소리를 하고 싶다. 이쁜 목소리를 내려고 하지도 않고 관객에게 서비스보다는 있는 것으로 다가서고 싶다. 지금의 나의 목소리는 애기처럼 더 순수해지는 것 같다. 덧씌우는 것 없이...그런 소리가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 서울문화재단

관련사진보기


"판소리는 구조가 간단하지 않다. 어느 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서 다른 장면을 도입해야 하고... 상황의 앞뒤가 잘 맞아 떨어져야 한다. '나는 가고 싶다'고 하면 어디를 갈지... 왜 가는지... 등 여러 가지 요건들이 다 맞아야 한다. 판소리는 이면(裏面: 판소리에서 사설 혹은 음악의 리얼리티(사실성)를 뜻하는 말)을 잘 이해해야 한다. 하나의 사건만 단순하게 제시하면 안된다. 처음에는 함께 작업하는 작가분이 젊다고 해서 걱정을 한 것도 사실이다.(웃음) 그런데 몇 번 만나서 얘기해보니 (오세혁 작가가) 만만한 분이 아니더라.(웃음) 그래서 안심했다"

안 명창은 지난해 7월 13일 경기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해금 연주자 강은일 등과 함께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공연을 진행한 바 있다. 세월호와 삼풍백화점이 국가적 재앙이라는 공통점 속에서 안 명창은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는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로 삼풍백화점 붕괴 20주기를 맞아 진행되는 이번 공연을 제안받은 안 명창은 쉽지 않은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삼풍백화점은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일이 생긴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볍게 생각한 것이 큰 일을 만든다는 것에 경종을 울린다"며 소감을 말했다.

"이번 작품을 이해하면서 당시 민간구조대분들이 (대체적으로) 잘 사는 분들은 아닌 거 같았다. 오히려 가난한 분들이 세상을 돕는구나하고 생각했다. 밖에서는 (구조에서) 철수하는 소리가 나고...안에서는 구조를 기다리는 소리가 나온다. 가만히 들어보니까 여러 소리가 나는데 차마 그것을 떨치고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보인다. 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래도 정의로운 분들이 있다는 간절함도 느꼈다. 옛날 같았으면 나라를 잃었을때 스스로 목숨을 바치는 분들이 계셨던 것과 같이... 이런 분들 덕분에 삼풍백화점의 아픔을 씻을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안 명창이라도 '작창'에 대한 부담감을 숨기지 않았다. 당초 증언을 토대로 제작된 오 작가가 쓴 분량을 가지고 30분 정도의 공연을 만들 예정이다. "이 정도 분량이면 적어도 1년 전에는 제안을 받았어야 했다"며 "판소리라는 것이 심신을 쥐어짜는 것과 같다. 내가 만족하지 못하면 어떤 것도 할 수가 없다"며 작창을 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도 더했다. "구조대가 들어가는 곳곳에 있는 시체를 보면서 충격적인 장면이 많이 나온다. 어둡고 음침한 부분에서는 계면조로 진행되다가 구조가 진행되는 곳에서는 빠른 자진모리로 바뀐다. 이후로 통탄하는 부분에서는 중모리... 마지막은 육자배기와 같은 것으로 불러볼까 고민 중이다"(실제로 장단을 설명하면서 약간의 시연을 보여주기도 했다)

삼풍백화점의 붕괴에 아픔을 경험한 유가족, 생존자, 자원봉사들에게 안 명창은 치유와 희망의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다른 장르에 비해서 판소리가 전하는 '치유'의 특성에 대해 분명 절실함이 있을 것이라 말했다. "꼭 어떤 부분이라기 보다는 우리 판소리의 성음이라는 것이 외국인들이 처음 들었을 때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판소리는 저마다 색깔이 전부 다르다. 즐거울 때와 슬플 때가 전부 다르다. 판소리의 성음만 듣고서도 그때의 감정을 다 구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도 젊었을 때는 보여지는 것에 치중을 했다. 지금은 인생사를 가감없이 과장하지도 않고 순수한 자체를 유지해서 소리를 하고 싶다. 이쁜 목소리를 내려고 하지도 않고 관객에게 서비스보다는 있는 것으로 다가서고 싶다. 지금의 나의 목소리는 애기처럼 더 순수해지는 것 같다. 덧씌우는 것 없이...그런 소리가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다"


태그:#안숙선, #유월소리, #메모리인서울프로젝트, #삼풍백화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정치는 빼고 문화만 씁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한겨레신문에 예술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사람in예술' 코너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