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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밴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걱정스런 말을 가장 많이 들었던 장르의 음악이 바로 록이다. 대체로 음색이나 음량, 악기 관리, 무대설치, 공연규모 등의 현실적인 문제로 인한 걱정들이었다. 그렇다면 록밴드를 현재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그리고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록밴드 웁스나이스를 찾아갔다.

인터뷰는 지난 5일 오후 4시 합정역 근처의 한 합주실에서 진행되었다. 인터뷰에 응해 준 인디밴드 웁스나이스는 리더(기타) 이성풍, 드럼 강청춘, 건반 임호재, 보컬(기타) 마호, 베이스 최용준으로 구성된 5인조 혼성 록밴드이다.

합주실에서 합주를 하고 있는 모습
▲ 인디밴드 웁스나이스 합주실에서 합주를 하고 있는 모습
ⓒ 이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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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축구대표팀을 응원하는 노래가 있는데 어떻게 인연이 되었나요?
마호: "인연은 전혀 없었지만 만들고 싶기는 했어요. 이 오빠(임호재)가 축구를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여자 축구대표팀의 페이스북 등 SNS를 일일이 찾아가서 (응원의)메시지를 다 보냈더라고요."

임호재: "아니 그렇게 말하면 좀 이상해 보이고 오해가 있을 것 같은데, 가까운 지인 중에 축구해설위원이신 분이 있어서 그 분을 통해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것입니다."

마호: "어찌됐든 그렇게 해서 인연이 이어지고 있고요. 선수들로부터 답장이 다 왔어요. 그래서 정말 기뻤어요. 멤버들 전체가 축구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하고 또 잘하기도 하는 분들에 대한 관심이 너무 없는 것 같아서... 우리 처지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해서 응원하고 있어요.(웃음)"

"록이 인기 없는 이유, 세상이 너무 각박해서..."

- 우리나라가 언제부턴가 '록의 불모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가 되었다고 (저는) 봅니다. 이것에 대해 음악가들의 개인적 역량이 문제냐, 구조적 문제냐, 아니면 금전적인 문제 등의 현실 문제가 있는 것이냐 의견이 분분한데, 어떻게 보세요?
이성풍: "저는 셋 다라고 생각해요. 우선 사운드적인 면에서 기계로 낼 수 있는 음악이 너무나 세고 정교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연주의 범위를 넘어선 지 이미 오래 되었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고요.

(그 말에 반론을 제기하고 싶은데요. 록의 불모지는 우리나라에만 해당하는 이야기 아닌가요? 그 사운드는 세계적인 트렌드인데 왜 유독 우리나라만 영향이 큰 거죠? - 기자)

그렇죠. 지금도 대세는 록이죠. 많은 나라에서. 그러나 제가 말씀드린 정통 록은 세계적으로도 사라지고 있어요. 디지털 음색을 포함하지 않은 아날로그적인 정통 록의 음색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최용준: "우리나라의 경우에 록이라는 장르가 살아났던 것이 사실상 80년대 잠깐 아니었나 생각해요. 그 전이든 그 이후든 록이 주류였던 적은 사실 없었죠."

이성풍: "공급자들에게 있어서도 록은 쉽지 않은 장르라는 점 또한 문제입니다. 녹음하는 과정에 있어서 컴퓨터로 하는 음악은 혼자 앉아서도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반면에 밴드는 해야할 일과 비용이 훨씬 많으니까요."

마호: "저는 그 의견에는 반대예요. 지금 아이돌 음악을 내놓기 위해서 드는 비용은 밴드음악을 녹음하는 것과는 상대도 안 될 만큼 비싼데도 제작하고 있잖아요? 오히려 공급자에게 녹음비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투자 대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일이겠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듣는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에 너무 지쳐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주변 사람들에게 록을 들려주면 너무 시끄럽다, 강하다 등의 반응이 와요. 안 그래도 너무 시끄럽고 각박한 세상을 살고 있는데 음악까지 그런 것을 듣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요."

임호재: "씨엔블루나 FT아일랜드 같은 팀도 저는 록밴드라고 생각을 해요. 씨엔블루 같은 팀은 실력있는 팀이라고 생각하구요. 그러니까 록의 불모지라기보다는 언더그라운드라는 시장에 잘하는 밴드들이 많은데 노출이 안 되는 것이라고 해야 맞겠죠.

대형 기획사들도 연주를 잘하는 밴드를 키우는 것보다 노래를 잘하는 가수를 키우는 것이 더 돈이 된다고 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형 기획사에서 한때 같이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느낀 것은 '이들이 원하는 건 음악을 잘하는 밴드가 아니라 노래를 기가 막히게 하는 가수를 원하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었어요."

- 제가 그간 취재를 하면서 록밴드가 인디시장에서조차 설 자리가 줄어들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게 아주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라서 개선되는 걸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보는데 혹시 다른 방향을 생각해보신 바는 없나요?
이성풍: "이 인터뷰도 그 방법의 일환일 수도 있겠죠. 그리고 KBS에 '올댓뮤직'이라는 프로그램에도 출연을 하게 될 것 같고요. 저희를 더 알리고자 하는 것이 일단은 할 수 있는 것이겠죠."

임호재: "더 솔직히 말하자면, 아이돌이나 대형기획사에서 음악을 만드는 분들이 일반 사람들의 기호에 맞는 것을 만드는 일을 더 잘하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반면에 저희를 포함한 인디밴드들은 그런 일을 더 못하는 것이겠죠. 근본적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 만한 노래가 나오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제가 그런 음악이 나온다면 그리고 그 시기에 적절하게 이어진다면 다시 록이 주류음악이 되는 날도 오겠죠. 주류라는 것은 계속 도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음악보다 연주 자체에 희열을 느낍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는 웁스나이스
▲ 인디밴드 웁스나이스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는 웁스나이스
ⓒ 이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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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움 속에서도 이 음악을 하는 이유는 뭘까요?
마호: "저 같은 경우는 음악이 좋아서가 아니에요. 사람들이 좋았던 거죠. 이 자리에서 같이 음악을 하는 이 사람들이 좋았고, 제 주변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도 좋았고요. 또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최근에 어떤 친구가 가족을 잃었어요. 그 친구와 같이 대화를 나눴는데 그 대화를 가사로 만들기도 했어요. 저와 그 친구의 이야기지만 다른 사람들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음악을 하는 이유가 사람인 것 같아요."

임호재: "질문에 짧게 대답을 해야 한다면 '표현'이라고 답할게요.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내성적이고 말이 없다고 (인터뷰 중 나눈 대화에서)이야기를 하셨는데 음악을 하는 사람이 그런 면이 있어요. 그 이유는 아마도 음악으로 표현을 하기 때문에 굳이 말을 많이 할 필요가 없어서 라고 생각해요. 자신을 표현하고 공감을 나누는 것이 제가 음악을 하는 이유입니다."

강청춘: "2006년에 청계천에서 월드컵 거리응원이 있었어요. 토고전 때였어요. 그때 응원가를 연주했죠. 그 당시가 제 인생에 가장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한 순간이었는데요. 그 자리에 끝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거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가 된 것처럼 똑같은 곳을 바라보고 똑같은 곳에 집중했는데 그 정점에 저희 음악이 있었어요. 저는 그 당시 희열의 끝을 느꼈어요. 그 느낌을 밴드를 하면서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어요. 규모의 문제가 아니고 모두가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느낌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어요"

최용준: "저는 음악보다 연주 자체에 희열을 느낍니다. 어렸을 때부터 연주음악을 즐겨 들었는데 제가 직접 그들처럼 연주자가 되어서 그들이 느꼈던 미묘한 감정들을 저도 느끼고 싶은 거죠. 그리고 제 연주를 듣고 또 누군가는 저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음악을 합니다."

이성풍: "저는 왜 음악이 좋은지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빠져들어 본 적이 있어요. 이 음을 이곳에 두면 좋은데 왜 저기다 두면 후질까? 고민을 많이 했고 좋다는 게 뭔지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죠. 그런데 그게 사람들 사는 모습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친구(최용준)가 여기서는 훌륭한 연주자지만, 만약에 이 모습으로 회사원 사이에 앉아 있다면 정말 어울리지 않겠죠. 그냥 '놈팽이'잖아요.(웃음)

음악도 그런 것 같아요.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저도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있을 수 있는데 그것 없이는 아무것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그걸 다 겪어내고 제자리를 찾았을 때 더 큰 희열도 있고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음악을 하고 있어요."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마호: "많이 검색해 달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요즘은 관심만 있으면 다 찾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관심을 가지고 검색을 해 달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그런 것들이 나비효과를 일으켰으면 합니다. 그리고 11일에 '올댓뮤직' KBS홀에서 녹화가 있어요. 녹화 후 두 주 안에 방송에 나오니까 '올댓뮤직' 시청해 주세요.(웃음)"

덧붙이는 글 | 한국뉴스투데이에 동시기재, 팟캐스트 이기자의 거북이 뉴스에 인터뷰 전문 업로드.



태그:#인디밴드, #웁스나이스, #여자축구대표팀 응원가, #EAT YOUR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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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터넷 언론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세월호사건에 함구하고 오보를 일삼는 주류언론을 보고 기자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로 찾아가는 인터뷰 기사를 쓰고 있으며 취재를 위한 기반을 스스로 마련 하고 있습니다. 문화와 정치, 사회를 접목한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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