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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일본 교토 부 아야베시 구로타니 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에서는 대략 500 여 년 전부터 닥나무를 이용하여 종이를 만들었습니다. 급속한 산업화와 근대화로 옛 종이를 만들던 사람들은 모두 돈벌이에 눈이 어두워 가까운 공장이나 직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말았습니다. 

        교토부 아야베시 구로타니 마을에서 조합원이 옛 종이를 만들고 있습니다. 옛종이를 만드는 방법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합니다.
 교토부 아야베시 구로타니 마을에서 조합원이 옛 종이를 만들고 있습니다. 옛종이를 만드는 방법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합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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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타니는 마을 한가운데로 개울이 흘러 늘 물이 많은 곳입니다. 이 마을에 사는 54개 세대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종이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모두 돈벌이를 찾아서 종이를 만드는 일이 그만 두고 말았습니다. 닥나무로 만드는 옛 종이는 우리나라에서는 한지(韓紙), 일본에서는 와시(和紙)라고 합니다.

마을을 떠나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젊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어려서 보았던 종이 만드는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이들이 다시 고향 마을 구로타니 마을에 돌아와 옛 종이를 만들고 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종이 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종이 조합을 만든 10여 명은 마을 사람들이 사용하던 기계나 도구를 현대화시키기도 했습니다. 보다 효율적이고, 기능적인 작업을 위해서 물레방아를 이용해 돌리던 기계를 전기 모터를 이용해 돌리고, 유럽의 기술을 도입하여 반죽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물레방아로 돌리던 방아를 전기를 이용하고, 유럽 기술을 끌어들여 기계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물레방아로 돌리던 방아를 전기를 이용하고, 유럽 기술을 끌어들여 기계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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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나무로 종이를 만드는 일은 손질이 많이 갑니다. 닥나무를 키우는 일만 해도 한 해가 걸립니다. 한 해 동안 퇴비나 비료를 주어서 길러야하고, 닥나무 둘레에 풀이 자라지 않도록 김을 매거나 제초제를 뿌려야 합니다. 그리고 닥나무 잎 사이에 나는 잔가지를 없애서 줄기가 곧고 잘 자라도록 손질을 해 주어야 합니다.

한 해 동안 가꾼 닥나무를 베어서 삶고, 껍질을 벗기고, 물에 담가서 불리고, 두드려서 반죽을 하고, 풀과 섞어서 발에 떠서 종이를 만듭니다. 닥나무 100 kg을 베어서 손질하여 나오는 껍질은 20kg이고, 이것을 다시 물에 불리고 반죽하여 종이를 만들기 위해서 준비한 재료는 7kg에 불과합니다. 

잔손질이 많이 가고, 여러 가지 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옛 종이는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펄프로 만든 종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옛 종이가 지닌 깊은 맛이나 풍부한 감성은 세상이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구로타니 마을 앞 종이 전시관 문 앞에 있는 닥나무와 마을 사람들이 가꾸기 시작한 닥나무 밭입니다.
 구로타니 마을 앞 종이 전시관 문 앞에 있는 닥나무와 마을 사람들이 가꾸기 시작한 닥나무 밭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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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타니 마을 사람들은 종이 조합을 만들어서 교토의 적극적인 지원도 받고 있습니다. 수공업으로 전통 공예품을 만드는 곳이나 실내 디자인이나 장식에 필요한 특수한 종이를 주문 받아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구로타니 마을에선 종이 만드는 데 필요한 원료 대부분을 다른 곳에서 구입해서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자체 원료 공급을 통해서 가격을 낮추고, 원활한 원료 공급을 위해서 마을 사람들이 직접 닥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했습니다.

구로타니 마을에서 종이를 만드는 일이 시작되자 옛날 종이를 만들던 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을 돕고 있습니다. 이제 80을 넘어 90을 바라보는 나이이지만 젊은 사람들의 열정에 감동하여 자신의 옛 경험을 살려서 기술을 전수하기도 합니다.

사라져버린 옛 전통을 되살려 내는 일은 어렵습니다. 옛 종이를 만드는 일이 아주 없어져버리기 전에 가치를 알아차린 젊은 귀향인과 조직을 꾸며 체계적으로 일을 진행해 온 덕분에 구로타니 마을에서는 전통이 다시 꽃이 피려하고 있습니다.    

        구로타니 마을 와시 회관 안에 있는 전시관입니다. 전시장 한 쪽에 한국에서 만든 옛 삼베라고 쓰여 있습니다.
 구로타니 마을 와시 회관 안에 있는 전시관입니다. 전시장 한 쪽에 한국에서 만든 옛 삼베라고 쓰여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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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참고 문헌> 김무열 외 1, 한국산 닥나무속(Broussonetia, 뽕나무과)의 분류학적 연구, 한국식물분류학회, 식물분류학회지, 2009년, 정재민 외 4, 충남 내륙지역 민속식물의 전통지식, 한국자원식물학회, 한국자원식물학회지,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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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