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지난 5월 한국 박스오피스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무대였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가 주역이었다. 이 영화들이 지난 한 달간 모은 관객 수는 900만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한국영화 전체가 500만을 모으기도 버거웠음을 생각하면 대단한 수치다. 두 편 외에도 이십세기폭스의 <스파이>엔 150만이 넘는 관객이 들었다.

6월에도 상황은 나아질 것 같지 않다. 한 달 이상 장기레이스를 펼칠 만한 영화는 전무하다시피하고 치고 빠지기 전략을 구사하는 국내 대형 배급사의 오락영화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정면승부를 벌이기 버겁다. <악의 연대기>, <간신>이 그와 같은 영화다. 이달 3일엔 <샌 안드레아스>, 11일엔 <쥬라기 월드>가 개봉한다. 이와 정면승부를 벌일 만한 한국영화가 과연 있을까? <친구 2>로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곽경택의 <극비수사>, <돈의 맛>으로 쓴 맛을 봤던 임상수의 <나의 절친 악당들> 정도가 그나마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6월 한국 영화의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그러면 6월엔 어떤 신작들이 개봉하게 될까? 기대작 10편을 소개한다.

<샌 안드레아스>

샌 안드레아스 국내 메인 포스터

▲ 샌 안드레아스 국내 메인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너무도 많은 전쟁과 참사가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일까. 최근 극장가에선 전쟁이나 재난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마블과 DC코믹스 중심의 할리우드 영웅물이 득세하고 첨단 기술력을 한껏 활용한 액션, SF 장르물이 쏟아지는 가운데 전쟁과 재난 등 오랫동안 할리우드의 관심을 받아온 장르는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때 할리우드 재난 블록버스터를 대표하는 명장으로 군림한 롤랜드 에머리히도 티켓파워를 의심받는 게 요즘의 분위기다.

이 와중에 등장한 <샌 안드레아스>는 전 세계 영화판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겠다는 야심을 품은 작품이다. <스콜피온 킹>, <웰컴 투 더 정글>, <분노의 질주> 시리즈 등을 통해 레슬러에서 액션배우로 연착륙에 성공한 드웨인 존슨이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연출은 가족오락물을 주로 맡아온 브래드 페이튼이 맡았다.

샌 안드레아스 단층이 끊어져 규모 9의 강진이 도시를 뒤흔든다는 것이 영화의 설정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전형을 따라 재난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애와 가족애가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네팔 대지진의 충격과 고통이 채 지워지지 않은 지금, 대지진을 소재로 한 블록버스터 오락물이 흥행할 수 있을 것인지가 변수라면 변수다. 6월 3일 개봉.

<혜경궁 홍씨(DnC Live)>

혜경궁 홍씨 메인 포스터

▲ 혜경궁 홍씨 메인 포스터 ⓒ (주)마운틴픽쳐스


최근 멀티플렉스 극장에선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공연되는 유명 오페라를 녹화해 상영하는 게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극장에서 편히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이다. 오페라와 영화가 결합된 형태의 공연실황영상은 점차 공연 소비자의 요구에 맞춘 대안장르로 떠오르는 추세다. 6월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에서 개봉하는 모차르트의 <후궁탈출>, <돈 조반니>, 조아키노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도 이런 흐름 속에서 개봉한 작품들이다.

<혜경궁 홍씨>는 해외 오페라에 편중된 공연실황영상 장르에서 만나보기 힘든 국내 창작극이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선정한 '2014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에 선정되기도 한 이 연극을 <파업전야>로 유명한 장동홍 감독이 카메라에 담았다. 6월 4일 개봉한다.

<쥬라기 월드>

쥬라기 월드 메인 포스터

▲ 쥬라기 월드 메인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괴수영화의 시대는 갔다. 전 세계적 인기를 누린 괴수영화의 고전 <킹콩>과 <고지라>, 그밖에 온갖 아류작이 쏟아지던 시대로부터 수십 년이 흘렀다. 기술의 발전을 통해 괴수의 몸집을 키우지 않고도 스릴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진 탓이다. 괴수의 몸집을 키우는 대신 이야기의 경계를 허문 판타지 블록버스터가 제작되었고 화려한 액션의 영웅물이 빈자리를 채워나갔다. 오직 과거의 향수에 젖은 사람들만이 <킹콩>과 <고지라>의 시대를 추억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시리즈가 르네상스를 이룩하기까지 괴수영화는 한 때 잘 나갔던 잊혀진 장르였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최첨단 CG를 영화기술에 적극 접목해 6천5백만 년 전 살았던 멸종 동물을 스크린 위로 불러내는데 성공했다. 몸집만 큰 고지라와 킹콩에 비해 <쥬라기 공원>의 공룡은 훨씬 더 빠르고 잔인하며 포악했다. <쥬라기 공원>은 괴수영화의 혁신이었다.

오는 11일 개봉하는 <쥬라기 월드>는 <쥬라기 공원 3> 이후 14년 만에 개봉한 속편이다. 지난 달 30년 만에 새로운 시리즈를 내놓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처럼 할리우드가 간만에 선보이는 명품 블록버스터 시리즈물이다. 새로운 소재에 목마른 할리우드 제작사가 과거의 명작에 기대어 내어놓은 작품인 만큼 상당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2년작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을 통해 데뷔한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히어로 크리스 프랫이 주연한다.

<세컨 찬스>
세컨 찬스 메인 포스터

▲ 세컨 찬스 메인 포스터 ⓒ (주)영화사 오원


<프로이트의 리빙 홈>, <브라더스>, <인 어 베러 월드>, <다시, 뜨겁게 사랑하라!> 등을 통해 덴마크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자리 잡은 수잔 비에르가 돌아왔다. 그녀는 지난 2011년 <인 어 베러 월드>를 통해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며 덴마크를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감독이 되기도 했다. <세컨 찬스>는 그녀의 문제적 신작이다.

영화는 정의감 넘치는 형사가 자신의 죽은 아들과 최악의 환경에 방치된 범죄자의 아들을 바꿔치기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순간의 선택과 그로 인한 딜레마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된다. 11일 개봉한다.

<심야식당>

심야식당 국내 메인 포스터

▲ 심야식당 국내 메인 포스터 ⓒ 영화사 진진


바야흐로 요리 프로그램의 전성기다. 전통적인 스튜디오 요리 프로그램부터 소문난 맛집을 찾아다니는 프로그램, 유명 요리사가 특정한 테마로 경연을 벌이는 프로그램, 요리사가 되기 위해 참가자끼리 경쟁하는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TV만 틀면 너도 나도 요리에 대한 이야기로 바쁘다.

유행은 매체를 가리지 않는다. 요리에 대한 관심은 TV를 넘어 스크린으로까지 이어진다. 올해 초 개봉한 <아메리칸 셰프>가 작지만 은근한 인기를 얻나 싶더니 오는 18일에는 마쓰오카 조지의 <심야식당>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수입배급사는 요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극장으로 이어지길 기다리는 눈치다.

원작인 TV 드라마 <심야식당 시즌1>의 연출자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한 마쓰오카 조지는 드라마에서와 같이 코바야시 카오루, 오다기리 조를 주연으로 작품을 영화화했다. 이제 요리는 끝났다. 이 영화는 과연 두 시간 동안 관객들의 몸과 마음을 달래줄 영양가 높은 작품이 되었을까? 18일 맛볼 수 있다.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메인 포스터

▲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메인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18일, 흥미로운 한국영화 한 편이 개봉한다. 각본가 출신으로 <천하장사 마돈나>를 통해 인상적으로 데뷔한 이해영 감독의 두 번째 영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이 막을 올리는 것이다. 1938년 경성의 한 여자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학생들이 한 명씩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미스터리 드라마 장르로 녹여냈다는 설정이 흥미를 자아낸다. 박보영, 엄지원 등 유명 배우 이외에 박소담, 공예지, 주보비 같은 신예배우들의 출연도 눈길을 끈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다.

<미스 줄리>

미스 줄리 메인 포스터

▲ 미스 줄리 메인 포스터 ⓒ 그린나래미디어(주)


<인터스텔라>의 제시카 차스테인, 철 들지 않는 스타 콜린 파렐,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예언가로 강한 인상을 남긴 사만다 모튼이 공연하는 <미스 줄리>도 18일 출격을 대기 중이다. 거장 잉마르 베리만의 작품에 여러 차례 출연하며 그 스스로도 전설적인 배우로 인정받는 배우 겸 감독 리브 울만이 연출했다. 그녀에겐 잉마르 베리만이 각본을 쓴 전작 <트롤로사> 이후 14년 만의 연출작이다. 한국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충분한 재능을 가진 예술가의 작품을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18일 개봉한다.

마돈나

마돈나 국내 포스터

▲ 마돈나 국내 포스터 ⓒ 리틀빅픽처스


신수원 감독은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공립 중학교 교사 출신으로 두 편의 소설을 집필했고 시나리오 작업을 하다 연출에 뛰어들었다. <명왕성>, <가족시네마-순환선> 등이 대표작이다. 그녀의 신작 <마돈나>는 칸 영화제 공식부문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며 개봉 전부터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서영희, 변요한 등 재능 있는 배우들의 출연도 기대치를 높인다. <마돈나>의 성패는 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 등 유력 배급사가 장악하고 있는 한국 영화계에서 많은 시사점을 던져줄 것이다. 25일 개봉한다.

<19곰 테드 2>
19곰 테드 2 메인 포스터

▲ 19곰 테드 2 메인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폼생폼사 욕정곰 테드가 돌아온다. 미국은 물론 호주, 독일, 뉴질랜드, 헝가리, 우크라이나, 태국 등 전 세계 박스오피스를 박살내며 3억 8천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거둔 성인 코미디 <19곰 테드> 이후 3년 만의 귀환이다. 세스 맥팔레인, 마크 월버그의 조합이 건재하고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 가운데 한 명으로 떠오른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합류해 기대를 모은다. 과연 욕정곰 테드는 전설이 될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최면전문의>

최면전문의 메인 포스터

▲ 최면전문의 메인 포스터 ⓒ (유)영화사 화수분


6월엔 북유럽 영화인의 작품이 유독 눈에 많이 띈다. <세컨 찬스>의 수잔 비에르는 덴마크 국립영화학교 출신이고 <미스 줄리>의 리브 울만은 노르웨이의 유명한 배우 겸 감독이다. 2012년작 <최면전문의>를 들고 한국 관객을 찾아온 라세 할스트롬은 스웨덴을 대표하는 감독인데 한 달에 한 명 만날까 말까 한 북유럽 감독의 영화를 세 편이나 볼 수 있다는 건 대단히 희귀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라세 할스트롬은 1985년작 <개같은 내 인생>을 통해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12살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이 영화는 감히 아름답다고 부를 수 있는 얼마 되지 않는 작품 가운데 하나다. 이후에도 그는 <길버트 그레이프>와 같은 명작을 만들었는데 최근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다. <디어 존>, <사막에서 연어낚시>, <세이프 헤이븐> 등을 연이어 내놓았지만 전작들과 비교해 실망스런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가 간만에 모국인 스웨덴 배우들을 기용해 찍은 <최면전문의>는 어떨까? 이 달 확인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씨네만세 이 달의 기대작을 소개합니다 샌 안드레아스 쥬라기 월드 19곰 테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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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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