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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김 대표의 딸 김운아 씨
▲ 김반아 대표가 이재봉 교수와 대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왼쪽은 김 대표의 딸 김운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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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가 본 평양은 너무나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지난달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를 도보로 넘는 행사를 위해 북한을 방문했던 '위민크로스DMZ(WCD)'의 공동대표인 김반아(69) 생명모성연구소장은 8년만의 방북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김 대표는 2일, 통일단체 '남이랑북이랑'이 주최하고 원광대학교 한중관계 회의실에서 열린 원광대 정치외교학과 이재봉 교수와의 간담회에서 2007년 이후 평양을 다시 방문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새로 지은 아파트를 비롯해 평양 시내 거리가 몰라보게 달려졌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이번 대회에 함께 방북한 김 대표의 딸인 김운아(47)씨는 첫 방북 소감을 묻는 질문에 "사상적으로는 통제되고 있을지는 몰라도 평양의 젊은이들은 휴대폰은 사용하는 등 나름 활기에 넘쳐 보였다"며 "전혀 다른 느낌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같았지만, (북한의) 젊은 세대들은 (그래도) 열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관해 대담 사회를 맡은 이 교수는 "평양은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계획도시"라면서 "6.25전쟁 당시 미군 폭격기 조종사가 더 이상 폭격할 대상이 없다고 보고했을 만큼 초토화되었으나, 이후 북한 당국이 계획도시를 다시 건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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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대표가 방북 당시의 소감을 여러 사진과 함께 설명하고 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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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아씨는 북한 공연 관람 당시의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그는 "공연 관람 도중 미국을 비난하는 '미국 놈들'이라는 표현이 등장해 (한국말을 알아듣는) 자신을 포함한 미국 국적자들이 웃음을 지었다"며 이에 "북한 관계자가 청중석에 찾아와 '왜 웃느냐고 하길래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다시 자세를 바로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김 대표는 북한의 여러 곳을 관광하면서 느꼈던 불편함도 그대로 설명했다. 그는 특히, "묘향산에 있는 '국제친선관람관(북한 정권이 해외 지도자 등으로부터 받은 선물을 전시하는 곳)'을 방문했는데, 거기에 실물 크기의 사람과 똑같이 생긴 김일성, 김정일 밀랍 인형이 입구에 전시되어 있어 깜짝 놀라 쓰러질 뻔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본인뿐만 아니라, "여러 해외에서 참가한 여성운동 지도자들도 이 밀랍 인형 등을 보고 머리가 아프다고 두통을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동석한 김운아씨는 "(밀랍 인형에 인사하라고) 그렇게 강요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으나, 그냥 멍하니 손을 뒤로 하고 뒷짐을 지고 서 있자, 한 안내원이 자세를 바로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방북 당시 느꼈던 이런 불편함을 북한 관계자에게 그대로 전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평양에서는 5천여 명의 군중과 개성에서는 2천여 명의 군중들이 함께 행사에 참여했다"며 "이러한 동원된 군중뿐만 아니라 아파트 베란다에서 많은 북한 사람들이 우리의 행진 행사를 지켜보는 등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고 방북 당시의 열기를 설명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또한, 북한 주관으로 행사가 펼쳐지는 과정에서 "북한 측이 준비한 모자를 우리에게 주었으나, 우리가 "쓰지 않아도 되느냐"고 하자 북한 측은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 측이 나름 자체적으로 많은 조직적 행사를 준비했으나, 이를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북한 측 주최 행사 일방적으로 강요 안 해"

김 대표는 만경대 방문 당시의 로동신문 보도에 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우리는 이미 그러한 의도와 가능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체의 인터뷰를 사양했다"고 밝혔다. 이에 관해 김운아 씨는 "로동신문 기자라는 사람이 크리스티 안에게 몇 마디 묻기는 했으나, 크리스티 안이 한국말을 잘하지 못하고 통역하는 과정에서 크리스티 안이 (김일성의) '그러한 항일 게릴라 활동을 할머니한테 들었다'고 이야기한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애초 비무장지대 판문점을 횡단 목표로 삼은 이유를 묻는 이 교수의 질문에 "판문점은 우리 민족의 비극적 아픔의 상징인 정전협정이 체결되었던 장소"라면서 "이 상징적인 장소를 걸어서 횡단함으로써 남북한의 평화와 화해의 물결을 불려 일으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자 함이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어 "방북 당시에도 북한은 이를 허가하였으나, 남한 측은 허가 여부를 통보해 주지 않았다"며 "나중에 남한 정부가 이를 불허하고 경의선 육로 이용을 권고하자 이를 두고 3시간 이상이나 행사 지도부가 마라톤 회의를 벌였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 과정에서 "북한 당국자도 판문점 통과를 고집한 경우, (남한 측이 반대하고 있어) 안전 문제도 있고, 남북한 간의 긴장도 조성될 수 있는 만큼, '남측의 경의선 육로 이용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혀, 끝내 의선 육로를 이용해 입경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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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하는 목사' 최광호 목사가 간담회에서 열창을 하고 있는 모습 .
ⓒ 김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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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이번 '위민크로스' 행사를 진행한 전반적인 소감에 관한 이 교수의 질문에 "이번 행사를 통해 남북이 분단 70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공통점을 가진 민족이라는 것을 확인한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번 행사를 통해 해외뿐만 아니라 남북한 모두에서 통일을 향한 열망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올해 행사 과정에 대한 전반전인 평가를 진행 중"이라면서 "해외에서 참가한 여성 지도자들도 내년 행사를 다시 추진하자는 열기가 대단하다"며 "내년에는 남한에서 북한으로 횡단할 계획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러한 행사는 해외의 여성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남북한의 모든 여성들이 자유롭게 동참해 남북한을 오갈 수 있는 것으로 승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반도의 이러한 평화는 곧 세계 평화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는 '노래하는 목사'로 알려진 최광호 목사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온 각 통일 단체 회원을 포함해 50여 명에 이르는 청중들이 참여해 관심을 보였다.

한 참가자가 김 대표 모녀가 입은 개량 한복에 관해 "북한 측으로부터 선물 받은 것이냐"고 묻자, 김 대표 모녀는 "제주도 향토 흙으로 물감을 들여 직접 만든 옷"이라고 밝혀 참석한 청중들의 폭소가 일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중의소리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위민크로스DMZ, #김반아, #방북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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