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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전 나에 고희때 나와 함께 인수봉 정상에 오른 선착순 대장의 아내 착순언니(신금균)여사가 회갑을 맞이해 인수봉 암벽 등반을 하였다. 필자도 일행들과 어울려 72세 나이에 또 한번 인수봉 암벽 등반을 했다.
 2년전 나에 고희때 나와 함께 인수봉 정상에 오른 선착순 대장의 아내 착순언니(신금균)여사가 회갑을 맞이해 인수봉 암벽 등반을 하였다. 필자도 일행들과 어울려 72세 나이에 또 한번 인수봉 암벽 등반을 했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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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2013년 5월 12일) 칠순 기념으로 인수봉 고독길 암벽을 등반한 후, 걱정하는 가족과 주변 친구들의 만류에 따라 '두 번 다시' 인수봉에 오르지 않으리라 약속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그런데 사정이 생겼다.

나의 이전 등반 때 위험을 무릅쓰고 앞에서 선등하며, 나에게 인수봉 정상에 오르는 영광을 안겨준 '선착순 대장의 아내 신금균 여사'께서 회갑을 맞은 기념으로 인수봉을 등반한단다. 이 소식을 '우리산내음 카페' 공지 게시판에서 읽었다.

2년 전 가족들과 두 번 다시는 안한다고 했는데... 어쩐다? 침이 꼴깍 넘어간다. 그냥  가족 모르게 한 번 도전을 해봐, 말어? 두 개의 생각 앞에 며칠을 고민했다. 마음에 있으면 꿈에 보인다더니 내가 그 짝이었다. 며칠 밤 동안 인수봉에 오르다 실족해 비명을 지르는 꿈을 꾸다 깜짝 놀라는 일이 빈번해졌다.

아내에게 몰래 거짓말... 일단은 '고'

 그림 왼쪽은 북한산국립공원 백운대 방면이고 우측은 인수봉 정상에 올랐다 하강하는 지점 언덕이다. 우리 일행은 언덕을 넘어 숨은벽 쪽으로 조금 내려가 우측으로 붙어 인수C길 등반을 한다.
 그림 왼쪽은 북한산국립공원 백운대 방면이고 우측은 인수봉 정상에 올랐다 하강하는 지점 언덕이다. 우리 일행은 언덕을 넘어 숨은벽 쪽으로 조금 내려가 우측으로 붙어 인수C길 등반을 한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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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장 선착순 아우가 선등으로 암벽을 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선등자는 앞에 안전 로프도 없다. 자신이 먼저 오르며 등반에 필요한 안전 장치를 하며 오른다.
 대장 선착순 아우가 선등으로 암벽을 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선등자는 앞에 안전 로프도 없다. 자신이 먼저 오르며 등반에 필요한 안전 장치를 하며 오른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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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할까? 올해 내 나이 72세인데, 인수봉 정상에 한 번 더 오를 수 있을까? 자꾸만 나도 모르는 사이 저울질을 하게 된다. 섣불리 도전했다가 만에 하나 실수라도 하면, 남의 회갑 기념 등반에 재 뿌리는 누가 될 것이 염려 되기도 한다.

더 걱정인 것은, '주책없는 늙은이가 객기부리다 일 저질렀다'는 비난의 소리를 들을 것만 같아 선뜻 나서기가 망설여진다. 동시에 '내 나이가 어때서? 인수봉 등반에 나이 제한이 있는 것 아니잖아?'같은 별에 별 생각이 다 든다.

내 비록 나이는 먹었지만, 아직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체력만큼은 자신한다. 내가 괜스레 너무 재는 것 아닌가 돌이켜 본다. 2년 전 선착순 아우 부부가 나를 위해 얼마나 고생을 하며 인수봉 정상에 오르는 영광을 안겨 주었는데, '사나이가 의리가 있지'란 생각을 하자 더 이상 생각이고 계산이고 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에라, 무조건 '고'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죽고 사는 것은 모두 운명이고 팔자다. 죽을 사람은 인수봉 등반을 안 해도 죽을 수 있다. 내 성격이 도전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래야 내가 살아있는 느낌을 갖게 되고,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늙은이고, 젊은이고, 맥 놓고 있는 것을 가장 싫어 한다. 

 이백발 아우가 두 번째로 암벽을 오르고 있다.
 이백발 아우가 두 번째로 암벽을 오르고 있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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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번째로 하얀 민들레 이종숙 아우가 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세번째로 하얀 민들레 이종숙 아우가 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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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더 망설이고 말고 할 필요 없이 '우리산내음 카페' 게시판에 맨 먼저 댓글을 달았다. 나도 도전 하겠노라고,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어떻게 알았는지 아내와 두 아들이 이번에는 2년 전 보다 더 '쌍심지'를 들어 반대한다.

"당신이 무슨 이팔청춘인줄 아냐", "누구 과부 만들고 싶어 안달이 났냐?"는 둥 이번에도 말을 안 듣고 오르면 "당신 알아서 하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나 참 기가 막혀.

"이 사람아 알았어! 알았다고. 당신이 이렇게 만류하는데, 내 어떻게 또 다시 인수봉을 오르겠어? 다만 내가 두 분에게 큰 신세를 졌으니, 사람이 의리는 지켜야 하잖아요. 이번에는 당신 당부대로 암벽 등반은 안 할게. 가서 인사나 한 후, 워킹 산행으로 백운대 정상이나 쉬엄쉬엄 올랐다 내려와서, 인수봉 하산하는 팀과 합류해 '회갑기념 축하' 뒷풀이나 참석하고 올게."

철석 같이 약속을 하고 지난 5월 31일 오전 5시 30분에 집을 나섰다. 인천지하철 작전역 3번 출구에서 수출맨 아우 차편으로 우이동 도선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8시 정각이었다. 벌써 이곳 등산로 입구에는 인수봉 암벽 등반을 하기 위한, 클라이머(Climber) 산악인들이 배낭에 무거운 장비를 바리바리 짊어지고 오르는 인파가 인산인해를 이룬다.

 오늘 회갑을 맞이한 착순언니 회갑기념 등반을 축하하는 일행들의 포즈 입니다.
 오늘 회갑을 맞이한 착순언니 회갑기념 등반을 축하하는 일행들의 포즈 입니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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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시간여 사투끝에 드디어 인수봉 정상에 올랐습니다. 잠시 필자도 이백발 아우(68세)와 포즈를 취해 봅니다.
 2시간여 사투끝에 드디어 인수봉 정상에 올랐습니다. 잠시 필자도 이백발 아우(68세)와 포즈를 취해 봅니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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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착순언니 (신금균) 여사 회갑 기념 등반'에는 남자 5명 여자 7명으로 팀이 구성되어 총원은 12명이었다. 인수봉에는 암벽등반 코스가 약 80여 개가 있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많은 인파가 붐비는 코스를 피해 인수봉 정상에 올랐다. 하강 하는 지점, 그러니까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 고개를 지나 잠시 숨은 벽 골짜기로 흘러 내려갔다. 그러다 길이 없이 삐죽삐죽 암릉이 치솟은 험준한 구간을 선착순 대장이 릿지(Ridge)해 오르고, 그 뒤를 내가 따라 오른다.

선등자가 앞서 나가는 암벽 등반, 쾌감과 희열 '만끽'

평소 나는 등산을 열심히 했지만, 전문 암벽 산행을 하는 클라이머가 아니어서 암벽 등반에 필요한 장비를 다 갖추지 못했다. 후배 산악인들이 "청파 형님은 충분히 인수봉 등반 하실 수 있으니 걱정 말고 그냥 몸만 참석하라"는 바람에 달랑 배낭만 지고 참가했다. 나에게 필요한 장비는 수출맨 아우가 준비해 왔다.

이날 우리 일행이 오른 코스는 '인수C길'이란 코스다. 다행히 이 코스에는 우리 일행들뿐이었다. 선착순 대장이 지시를 한다. 너무 급하게 서둘지 말고 침착하게 안전 등반을 하라고. 우리들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은 뾰족뾰족 치솟은 암릉 구간에 4, 5명 간신히 서있기도 비좁은 자리였다. 등반에 필요한 그 많은 장비들을 다 챙긴다.

이어 선착순 대장이 리더(Leader)로 선등을 하며, 백 로프(Back rope)가 어려운 곳에서 후등자가 사용하는 트래버스용 로프를 설치해주며 오른다. 이어 그 뒤에 백발님이 빌레이(Belay)를 보며 올랐다. 그 뒤엔 또 민들레님이 오르고, 다음 수출맨님이 올라 후등자들이 안전하게 등반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한다.

 이날 회갑 등반을 하신 착순언니(신금균 여사와 남편이며 대장이신 선착순) 아우르 카라비너(Karabiner)에 담아 사진을 찍어 보았어요
 이날 회갑 등반을 하신 착순언니(신금균 여사와 남편이며 대장이신 선착순) 아우르 카라비너(Karabiner)에 담아 사진을 찍어 보았어요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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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뒤이어 내가 오른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등반을 하다 보면 언제나 시작하기 전에 가슴은 콩당콩당, 간담은 서늘해져서 겁이 난다. 그러나 내 차례가 되어 암벽을 오르다 보면 그동안 겁 먹었던 모든 잡념이 없어진다. 오직 이 로프에 내 생명이 달렸다는 일념에, 엄마 젖 먹던 힘까지 다 내어 오르게 된다.

그렇게 힘들게 한 피치 오르고 나면, 비로소 안심이 되며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희열과 쾌감을 느끼게 된다. 어떤 이들은 나보고, "아니 이 무더운 여름날 집에서 편히 쉬고 있지 무엇하고 그 생고생을 사서 하고 있느냐"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아예 언급을 회피한다. 왜냐면 그들은 내가 느끼는 최고의 희열과 쾌감을 평생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니까 그렇다. 나의 체력은 아직 그 옛날과 크게 다르지 않고 충분하다. 그동안 지속적인 운동을 하며 다져진 체력이 나를 지탱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흠이라면, 암벽 등반에 대한 상식이나 기술이 문맹 수준이라 애로가 있을 뿐이다.

선등자들이 안전 조치를 해 놓고 차근차근 일러주는 대로 오른다. 나는 한 피치(Pitch)를 오를 때마다 자기확보(Self belay)를 하고, 내 앞에 오른 선등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진 기록으로 남긴다. 암벽을 오르며 사진을 찍는 행동도 사실은 상당히 위험하다. 그러나 다행히 나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확보줄이 있어 큰 걱정은 없다.

이날 우리가 오른 '인수C길' 등반 코스는 맨 처음 피치(Pitch) 오를 때만 크게 애를 먹었다. 그러나 이후 구간은 대부분 자연 암반 크랙(Crack) 이용이 용이해서, 나 같은 선무당 산악인도 큰 어려움 없이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정상에 오르니 오전 11시 50분이다.

 이날 인수봉 정상에 오른 일행들과 함께 하강에 앞서 기념 사진을 찍었어요.
 이날 인수봉 정상에 오른 일행들과 함께 하강에 앞서 기념 사진을 찍었어요.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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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여 만에 인수봉 정상을 12명이 다 함께 안전하게 밟고 올랐다. 우리는 정상에서 이날 회갑을 맞이한 '착순 언니(신금균)여사'께 꽃다발을 전달하고 기념사진도 찍고 가볍게 간식도 나누어 먹은 후 서둘러 하산 준비를 했다.

등산을 하다 보면 사람들은 오르는 것이 힘들다는 소리를 한다. 그러나 등산은 사실 하산이 더 어렵다. 암벽 등반은 안전하게 하강하는 것이 오르는 것 보다 더 힘들고, 어렵고, 위험하다. 2년 전처럼 내 곁에는 민들레님이 나란히 하강 로프에 몸을 실었다. 민들레님이 나를 도운 덕에 안전하게 하강할 수 있었다.

안전하게 하강하고 땅을 밟는 순간! 드디어 해냈다는 그 희열과 쾌감이 느껴졌다. 아마 내 인생 두 번 다시 맛볼 수 없을 것 같은 환희의 순간이었다. 왜 나라고 겁이 나지 않겠는가. 사실은 나도 속으로 떨고 있었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닌데 왜 그 짓을 사서 하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나에겐 남들과 다른 한 가지 장점이 있다. 늘 무언가에 도전하고 있어야 직성이 풀리고 마음이 편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이날 등반을 마치고 하산길에, 이백발 아우가 한 이야기가 또 나를 설레게 한다.

"형님, 2년 뒤 내 고희 땐 설악산 시인길 암벽 등반을 할껍니다, 그때도 형님 꼭 함께 오르셔야 합니다."

아우의 소리를 들으며 나는, 2년 뒤 그날을 기약하며 오늘도 또 달리고 있다.

 인수봉 정상에 올랐던 산악인들이 하강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인수봉 정상에 올랐던 산악인들이 하강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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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서예가로 활동중이며 틈날때 마다 등산을 하며 산행기를 쓰며 이런저런 사람들의 사람사는 이야기와 웃음이 함께하는 세상 이야기를 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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