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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밴드 트루베르가 합주를 하고 있다.
▲ 인디밴드 트루베르 인디밴드 트루베르가 합주를 하고 있다.
ⓒ 이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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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잃어버린 시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서점에서 시집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 어딘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출판 시장에서 시가 차지하는 위치를 알 수 있다. 아주 유명한 시인이 낸 시집이라고 해도 전면에 배치된 판매대에서 찾기 어렵다.

대형서점에서는 그나마 구석이라도 시집을 모아놓은 진열장이 있지만 규모가 작은 서점의 경우, 서점 한편에 쌓아둔 것인지 진열한 것인지 모를 상태로 놓여 있는 것이 대부분인 시집의 현주소. 그렇다면 시를 쓰는 사람, 즉 시인들은 어떨까? 그들은 시를 잃어버린 이 시대에 어떻게 살아갈까?

이런 질문들은 보통 시인이 아닌 사람들이 시인에 대해 갖게 되는 선입견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시인들이 자신의 작품을 쓰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사회와는 떨어져서 살아갈 것이라는 막연한 이미지가 시인의 삶을 걱정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이번에 인터뷰한 인디밴드 트루베르는 시를 가사로 음악을 만들어 부르는 팀이다. 그들이 문학의 밤 등의 행사에 초대 받아 공연을 하고 나면 시인들이 이렇게 묻는다고 한다. "음악을 해서 어떻게 생계를 꾸리죠?" 그 질문을 들은 트루베르의 리더 PTycal씨는 오히려 시인들에게 똑같이 되묻고 싶었다고 한다. 시를 노래하는 트루베르에게 인디밴드들이 사는 법을 들어봤다.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청 인근의 합주실에서 인터뷰가 진행됐다. 인디밴드 트루베르는 시인이자 공연 기획자인 윤석정씨가 시를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제작한 프로젝트 팀이다. 팀명인 트루베르는 프랑스에서 중세 시대의 시인들을 일컫는 말로, 음유시인이라는 의미로 통한다. 리더(래퍼) PTycal, 보컬 나디아, 프로듀스 DJ 타마로 구성된 3인조 밴드이며 백석 시인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가사로 한 동명의 노래 등이 대표곡이다. 아래는 이들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시를 노래하는 밴드, 트루베르

- 어떻게 시를 가사로 한 곡을 만들 생각을 하게 됐나요?
[PTycal] 이 팀을 만든 윤석정 시인이 학교 선배입니다. 윤석정 시인이 시 낭독이 주를 이루는 행사 등에 참석하면서 엄숙하고 무거운 분위기로 시를 접해야 하는 것에 회의를 가지게 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루트를 통해 시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됐고, 공연이나 무대 연출 등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랩을 하고 있던 제게 시를 노래로 만들어 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래퍼들만으로 구성된 팀을 만들었던 것이 트루베르의 시작이 됐죠.

[나디아] 시를 전하는데 래퍼들만으로 구성해서 하는 것보다는 서정적인 부분도 잡을 수 있는 보컬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 대표님(윤석정)이 전 멤버였던 서지석씨와 저를 영입해 시를 노래로 만들어 부를 수 있게 된 것이죠. 사실 시가 노래라는 것은 상식이죠. 그러나 정작 시를 가사로 사용하는 작곡자, 혹은 가수들은 거의 없어요. 왜 그렇다고 생각하시나요?

[PTycal] 요즘 유행하는 말 중에 '오글거린다'는 표현이 있죠. 저는 이것이 클래식한 정서에 대해 현대인이 반응하는 방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클래식한 정서의 기본 안에서 현재의 직설적이면서도 세련된 가사가 나오지 않았나해요. 하지만 시의 감성을 옛 것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감수성은 시대를 초월한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요즘 아이돌들의 노래에 가사는 사실... 그것도 그들에게는 시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좀... (웃음)

[나디아] 아무래도 구조적인 문제인 것 같아요. 아이돌들이 음악이나 그 메시지에 중심을 두기보다는 댄스나 퍼포먼스에 중점을 두게 되는 것은...

- 홍대에서 음악을 하는 것과는 다른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나디아] 저희 팀이 의외로 따박따박 월급을 받으면서 일하는 팀입니다(웃음). 저는 홍대에서 구를 만큼 굴러 봤어요. 8년 정도? 17, 18살부터 시작했거든요. 하지만 제가 음악가라는 자각을 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트루베르를 하면서였던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홍대에서 음악을 하는 것은 사실 무료 봉사와 같은 느낌입니다.

아무리 내가 음악을 하고 열심히 클럽 공연을 한다고 해도 수익으로 나타나는 것이 거의 없거든요. 저는 사실 홍대를 떠났다는 것이 정말 행복했어요. 그곳에서 음악을 하면서 음악가라는 인식을 가져본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트루베르 활동을 하면서 내 음악의 가치라는 것을 느끼게 된 것 같아요.

[PTycal] 홍대에서는 공연을 통하거나 버스킹 등을 통해서 수익을 낸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트루베르의 활동은 의뢰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음악 작업에 대한 수익은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이 팀을 하면서 여러 방식으로 홍보를 하고 있어요. 시인들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다양한 행사에 참여할 기회가 생기고 TV에 나오거나 뜻밖의 공연을 하게 돼 음악과 나 자신을 알릴 기회가 더 많았습니다.

인디밴드 트루베르가 인터뷰 후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인디밴드 트루베르 인디밴드 트루베르가 인터뷰 후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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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을 지금 시작하는 분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
[나디아] 저를 많이 대입해서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늘 행복을 중요시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순간 순간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어떤 무언가를 해서 행복한 일이 있다면 그것을 하기 위해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죠. 최선을 다한다고 말할 때 무엇에 최선을 다할 것인가도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DJ 타마] 저는 (사회 통념상)지금 해야 한다고 하는 일이 꼭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지금 공부 못한다고 죽는 거 아니고, 지금 이거 안 하면 나중에 굶어 죽는다? 그런 거 아닌 거 같아요. 지금 내가 뭘 하는 것이 행복한가를 찾아 그걸 하는 것이 중요하지, 지금 당장 나한테 주어진 것을 해내야만 미래에 내가 잘 살 수 있다는 식의 접근은 행복한 삶에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음악을 하는 사람뿐아니라 많은 젊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했으면 해요. 제가 많이 오래 살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지내보니 그래요(웃음).

[PTycal] 저 살아온 거 얘기하면 될 것 같아요. 정말 단순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야겠다 하고 생각했어요. 저는 부모님이 음악하는 걸 반대하셨는데 오히려 공연에 초대했어요. 제가 30분간 늘 해오던 것과 같이 그 순간에 몰입하고 미쳐서 공연을 하는 것을 본 부모님이 제게 한 말이 있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네가 음악을 하는 것을 막은 걸 후회한다. 이렇게 행복해 하는 일을 못하게 했다는 게 후회가 돼"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사는 게 제일 편한 것 같아요.

[인터뷰어]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제일 편하다는 말이 가슴에 남습니다. 남들이 볼 때는 '도대체 음악을 하면 힘든데 왜 하나'하는 생각을 하겠지만, 가치를 다른데 두고 있기 때문에 힘들지 않을 수 있는 것이겠죠? 여러분에게는 일반 회사를 다니면서 일하는 것이 훨씬 더 힘든 일일 테니까요.

[PTycal] 네 맞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해내는 것은 다른 가치들을 뒤로 미루게 만들어요. 힘들어도 힘든 게 아닌 상태가 되는 것이죠. 그런 과정을 통해 제가 뭔가 얻게 되고, 이뤄내게 될 때의 행복은 과정에서 힘들었던 모든 걸 잊게 해주기도 하고요.

트루베르는 오는 5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부터 연희문학창작촌에서 '트루베르 다섯 번째 파티'라는 주제로 입장료 없는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팟캐스트방송 <이기자의 거북이 뉴스-들리는 취재>에서 인터뷰 전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한국뉴스투데이>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디밴드, #트루베르, #시를 노래하다 , #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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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터넷 언론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세월호사건에 함구하고 오보를 일삼는 주류언론을 보고 기자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로 찾아가는 인터뷰 기사를 쓰고 있으며 취재를 위한 기반을 스스로 마련 하고 있습니다. 문화와 정치, 사회를 접목한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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