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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013년 2월 2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처 관계자와 답변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황교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013년 2월 2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처 관계자와 답변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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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들어 5·16 쿠데타에 대한 평가는 고위 공직후보자들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항상 쟁점이 돼 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으킨 5.16쿠데타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가 공직후보자들의 역사관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떠맡았다.

하지만 "5.16은 쿠데타입니까"라는 청문위원들의 질문에 명확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힌 후보자들은 많지 않다. 임면권자인 박 대통령의 눈치를 보듯 머뭇거리며 어정쩡한 답변을 내놓는 장면은 박근혜 정부에서 실시된 국회 인사청문회의 일상적 풍경이 됐다.  

소신껏 답변한 인사들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한민구 국방장관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이병기 실장은 국정원장 인사청문회에서 5.16에 대해 "학술적으로 보나 뭐로 보나 쿠데타임이 분명하다"라고 말했고, 한민구 장관은 "교과서에 5.16 군사정변으로 표현돼 있고 저도 같은 입장"이라고 밝혔다.

반면 대다수 후보자들은 "역사적인 문제에 대해 판단을 할 만큼 깊은 공부가 안 되어 있다"(조윤선 전 정무수석)라고 하거나 "답변이 어렵다"(유정복 인천시장)라는 식으로 피했다. 

쿠데타를 쿠데타라고 말 못한 공직후보자들

5.16 쿠데타를 쿠데타로 부르지 못한 건 황 후보자도 마찬가지였다. 황 후보자는 1998년 펴낸 저서 <국가보안법 해설서>에서 5.16 쿠데타를 '군사혁명'이라고 표현했다. 황 후보자의 이 같은 역사 인식은 지난 2013년 2월 28일 열린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역시 쟁점이 됐다.

황 후보자는 당시 '5.16 군사정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역사적·정치적으로 다양한 평가가 진행 중이므로 법무부장관 후보자 신분에서 개인적인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고 답변을 피했다.

야당 청문위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교과서 편수자료에 나와 있는 내용, 제가 잘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정홍원 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 '우리나라 고등학교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에 군사정변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거기에 동의한다'라고 했다"라고 하자 마지못해 내놓은 답변이었다. 

청문위원장이었던 박영선 새정치연합 의원이 '잘 알고 있다는 의미가 동의한다는 것이냐'라고 재차 확인하자 황 후보자는 따로 서면 답변을 통해 "대부분의 초중고 교과서에서는 5.16을 군사정변으로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용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밝혔다. 자신의 견해를 직접 밝히지 못하고 초중고 교과서 내용을 빌려 어정쩡한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4.19는 좌익·좌경 세력이 준동하기 시작한 계기"

신임 국무총리에 내정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국무총리에 내정된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에 내정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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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혁명에 대해서는 과거 자신이 밝혔던 입장을 조금 바꿨다. 그는 저서 <국가보안법 해설서>에서 4.19 혁명에 대해 "극도의 사회혼란을 틈타 북한 공산집단의 대남공작 활동이 강화되고 남한에 잠재해 있던 좌익·좌경 세력이 준동하기 시작한 계기"라며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하지만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는 "4.19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기술되어 있듯이 독재와 불의에 항거한 민주주의 혁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또 유신헌법과 관련해서는 "그 일부 조항이 권력분립 등 헌법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역사관뿐만 아니라 황 후보자가 사회를 바라보는 세계관도 보수 색채가 짙다. 우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대한 견해를 살펴보면 강경 보수성향이 뚜렷하다.

황 후보자는 2009년에 쓴 저서 <집회·시위법 해설>에서 이명박 정부 초에 벌어진 미국산 쇠고기수입 반대 시위에 대해 "밤마다 서울 도심의 교통을 마비시키고 3조7500억 원에 이르는 사회적 손실을 야기했다"라고 비판했다.

또 용산참사와 관련해서는 "애석한 일"이라고 하면서도 "농성자들의 화염병 투척과 골프공·구슬을 대형 새총으로 쏘아대는 불법·폭력성"을 원인으로 꼽았다. 

집시법 제정 과정을 설명하면서는 "4.19혁명 이후에 집회와 시위가 급증해서 사회적인 무질서와 혼돈이 극단적으로 되는 상황에서 5.16혁명이 일어났고 그 직후에 집시법이 제정됐다"라고 썼다.

박범계 새정치연합 의원은 2013년 법무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표현 속에 우리 헌법이 인정하고 있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철학이 녹아들어 있다"라며 "집회 및 시위는 불손한 사람들의 아우성이고 대한민국에서 어쩌면 거추장스러울지도 모른다라는 그런 인식이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 수사에 긍정적...  안보관은 냉전적 대결주의

황 후보자는 또 보수단체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를 이적단체로 몰아 고발한 사건의 검찰 수사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황 후보자는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전교조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장관으로 취임하면 정확한 실태를 파악해서 (청문)위원님들이 걱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처리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안보관에서도 냉전적 대결주의가 두드러진다. 황 후보자는 장관 취임 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나라 안보상황은 한국전쟁과 동서냉전이 벌어졌던 1950년대 미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하다"라고 밝혔다.

황 후보자는 또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최후 변론에 직접 나서 "통합진보당 해산과 관련해 반드시 고려해야할 점은 북한 공산집단의 위협과 도발에 노출돼 있는 우리의 냉엄한 안보 현실"이라며 "국가안보에 허점이 없도록 북한을 추종하는 위헌정당을 해산하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야권은 황 후보자의 역사관과 세계관이 과연 국정 전반을 조율해야하는 국무총리에 어울리는지를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예고했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태그:#황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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