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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세로 운명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이효순 할머니의 빈소를 찾는 조문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창원 파티마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는 학생과 시민, 정치인 등이 조문하고 있다.

고인은 27일 저녁 숨을 거뒀다. 경남 의령에서 태어났던 고인은 17세 무렵 갑자기 집에 들이닥친 일본군 2명한테 붙잡혀 부산과 일본을 거쳐 대만, 중국, 싱가포르, 베트남으로 끌려 다니며 3년 정도 일본군 '위안부'로 생활했다.

28일 창원 파티마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이효순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온 태봉고등학교 학생들이 조문하고 있다.
 28일 창원 파티마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이효순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온 태봉고등학교 학생들이 조문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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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창원 파티마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이효순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온 참배객들이 조문하고 있다.
 28일 창원 파티마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이효순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온 참배객들이 조문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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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그 곳에서 말을 듣지 않는다며 고문을 당하기도 하고 매를 맞는 등 고통을 당했다. 고인은 해방 이후 부산을 거쳐 마산으로 가 남의 집살이를 하며 고향집으로 가지 못하셨고,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도 가보지 못했다고 한다.

이 할머니는 여동생이 살고 있었던 경남 창원으로 2007년 거처를 옮겼고, 1년 반 정도 뒤 병에 걸려 병원에서 투병 생활을 해왔다. 여동생과 조카 등 유족들이 빈소를 지키고 있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대표 이경희) 등 시민 사회 진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고 이효순 할머니 시민사회장례위원회'를 꾸리고, 시민사회장(葬)으로 치르기로 했다.

이경희 대표가 호상을 맡았다. 김영만, 김윤자, 백남해, 김종대, 김재명, 하원오, 김미영, 문현숙 공동 장례위원장과 박종철, 정혜숙 공동집행위원장, 황철하, 서영옥, 윤소영, 배진아, 윤종현, 이종호 집행위원이 장례를 준비하고 있다.

빈소에는 박근혜 대통령, 정의화 국회의장,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홍준표 경남지사, 안상수 창원시장, 윤병세 외교부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 김현숙, 진선미 국회의원 등이 보낸 조화가 놓여 있다.

"진상 규명돼 할머니 명예 회복 되기를"

27일 저녁에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효순 할머니의 빈소가 창원 파티마병원에 마련되어 있다.
 27일 저녁에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효순 할머니의 빈소가 창원 파티마병원에 마련되어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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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창원 파티마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이효순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온 참배객들이 조문하고 있다.
 28일 창원 파티마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이효순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온 참배객들이 조문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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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창원시장과 전희두 경남도교육청 부교육감, 일본군 위안부 피해 이용수 할머니 등이 이날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또 창원 태봉고 학생들도 국화꽃다발을 들고 와 조문하기도 했다.

태봉고 최다현(3년)양은 "일본 아베 정권이 사과를 해서 할머니들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했고, 안연정(3년) 양은 "빨리 진상 규명이 돼야 한다"고, 서한슬(3년)양은 "진실을 외면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경희 대표는 "고인은 평소 별로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창원으로 오신 지 1년 반 정도 있다가 병원에 입원하셨다. 아무래도 이전의 아픈 기억을 다시 들춰내면 괴로우니까 그래서 말씀을 많이 하지 않으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래서 우리가 옆에 있다가 빨리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이 돼야 하지 않느냐고 하면, 고인은 '그렇게 되면 좋지'라거나 '일본이 어떤 놈들인데'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이효순 할머니의 별세를 계기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해 우리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경희 대표는 "지금 생존해 계신 분들이 50여 분인데 전부 팔구순이고 건강이 좋지 않다"며 "그 분들은 언제 가실지 모른다. 한 분이라도 더 살아 계실 때 그 분들의 소망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로하신 할머니들을 생각하면, 우리 정부는 외교나 정치 상황을 고려할 게 아니다. 특히 올해는 광복 70년이 되는 해다"며 "공동 조사라도 할 수 있어야 하고, 진상 규명을 위해 한 걸음이라도 시작을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송도자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 대표는 "이효순 할머니 소식을 듣고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며 "한국 정부가 피해자들의 죽음을 내버려두고 방치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전국적으로 피해자들의 건강 상황이 좋지 않는데,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정부가 더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을 위해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외교 회의도 밀실에서 진행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관련된 단체와 전혀 공유를 못하고 있다"며 "할머니들의 죽음을 맞을 때마다 정부에 대한 분노를 삭일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경희 대표는 "고인은 돌아가시기 전에 죽으면 화장해서 유골을 뿌려 달라고 하셨다. 새처럼 날아가고 싶다고 하셨다"며 "현재 규정상 유골을 뿌릴 수가 없어 화장해 유골함을 안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례위원회는 오는 29일 오후 7시 빈소에서 추모제를 지내고, 30일 오전 7시 발인식을 연다. 장지는 창원시립 상복공원이다.

27일 저녁에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효순 할머니의 빈소가 창원 파티마병원에 마련되어 있다.
 27일 저녁에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효순 할머니의 빈소가 창원 파티마병원에 마련되어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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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저녁에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효순 할머니의 빈소가 창원 파티마병원에 마련되어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조화가 놓여 있다.
 27일 저녁에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효순 할머니의 빈소가 창원 파티마병원에 마련되어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조화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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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조혜지 기자



태그:#이효순 할머니, #일본군 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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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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