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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국회 본 회의에서 어린이집 내 CCTV 설치 의무화, 보조 및 대체 교사 지원 등을 포함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이 통과되었습니다. 보육 이해 당사자들은 통과된 영유아보육법 개정의 문제점을 살펴보기 위해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몇 차례 글을 게재하고자 합니다. - 기자 말

CCTV 의무 설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영유아보육법이 통과돼 이제 오는 9월이면 모든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 부모는 만일의 사태나 사고를 위해 CCTV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교사들은 CCTV 앞에서는 아이들조차 자유롭게 안아줄 수 없다고 호소한다. 아동 학대가 전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는 지금, 부모의 CCTV 설치 요구는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어린이집 원장으로서 난감하다. 그동안 CCTV없이도 어린이집은 잘 운영되고 있었는데 의무 설치가 된다면 무조건 설치해야하고, 그 후 예상되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정말 CCTV만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인지, 부모와의 분쟁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 고민이 된다.

어린이집 CCTV, 정말 문제 없을까?

어린이집 CCTV, 정말 문제 없을까?
 어린이집 CCTV, 정말 문제 없을까?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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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 교사가 아이들을 돌보는 순간과 일상은 여유롭거나 우아하지 않다. 영유아의 행동은 순간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교사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앞을 보면서도 양 옆과 뒤를 매 순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요즘 교사들은 자신의 손이 어떻게 비칠지 몰라 행동을 머뭇거리게 된다고 한다. 아이들과 스킨십을 하는 것이 일상임에도 한 번은 생각하고 머뭇거리게 될 정도로 자연스럽지 않게 됐다고 말한다.

방송에 나오는 큰 사건이 아니라도 수시로 부모들의 민원이 들어오기 때문에 교사들은 한편으로 CCTV가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고 말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린이집 내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교사의 결백, 다시 말해 어린이집의 결백만 증명이 되면 다른 문제는 없을까? 일상적이고 근본적인 '관계'에서 CCTV 설치는 우려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어느 날, 아이가 선생님이 자기를 때렸다고 했다며 아이의 부모가 어린이집에 찾아왔다. 어린이집에는 CCTV가 없다. 부모는 교사에게 때렸냐고 물어보고, 교사는 때린 적이 없다고 말한다. 이처럼 난감하고 대책이 없는 경우가 있을까? 하느님에게 물어볼 수 있다면 교사는 덜 억울할 것 같고 부모 역시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대변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사는 이미 마음이 불편해졌고 좌절스럽고 억울하다. 부모는 아이가 맞았다고 하는데 교사는 안 때렸다고 하니 더 의심스럽고, 솔직하지 못한 교사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때 만약 CCTV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CCTV에서 때린 장면이 나오면 당장 문제 제기를 하고 해결을 할 수 있다. 사과를 받든 안 받든 문제를 제기 한 사람은 그에 따른 해결을 당당히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CCTV에 의지하는 것은 문제에 대한 발전적 해결을 가져오지 못한다. 만약 사과를 한다 하더라도 회복이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교사의 트라우마는 해결하기 어려운, 현장의 가장 큰 문제다.

만약 CCTV가 있음에도 때린 장면이 안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부모는 이미 화가 났고, 아이는 맞았다고 하는데 화나고 속상했던 마음이 풀릴까? CCTV가 교사의 무죄를 증명을 해 준다 하더라도 부모는 교사가 약간은 의심스럽고 문제 제기를 한 자신이 민망하고 불편할 것이다. 또 교사는 그 부모를 볼 때마다 불편해지게 되고 아동을 대할 때 조심스러워지게 된다. 이 경우에는 CCTV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관계는 어렵게 된다.

반면 CCTV 없이도 긍정적 해결을 가져온 사례를 보자. CCTV가 없는 경우, 아동 학대 의심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같은 반 부모, 교사들과 이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한다. 또 다른 반 부모들과 논의함으로써 다른 아이들에게는 이런 경우가 없었는지 확인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교실에는 한 명의 교사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혹은 한명의 교사만 있다고 하더라도 어린이집에는 원장, 보육교사, 조리사 등 여러 사람이 보육실을 드나들며 볼 수 있다. 해당 교사와 같이 근무하는 교사들은 이 교사가 평소에 아이들을 어떻게 훈육하는지, 보육에 대한 태도나 습관, 행동들을 모를 수가 없다. CCTV가 없더라도 논의와 토론의 과정 속에서 상황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부모들 역시 다른 아이는 이와 같은 문제가 없었는지 논의함으로써 습관적으로 일어나는 문제인지, 어쩌다 한번 그런 것인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습관적이라면, 부모들의 논의 속에서 공통으로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지난 부평 아동학대 사건에서도 아이가 위축되고 말을 잘 하지 않고 잘못한 일이 있으면 바로 두려워하는 특이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그 부모는 자신이 맞벌이를 하느라 아이를 오랜 시간 맡겨서 그런 줄 알고 자신의 탓으로만 여겼다. 하지만 사고가 생긴 이후 부모들이 모여 서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 반 아이들 대부분이 비슷한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이처럼 어린이집 내에서 부모들 간, 교사들 간의 상의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내 아이의 문제를 서로 상의하며 키우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교사, 부모의 협력 중요해

이처럼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교사는 자성의 토론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부모에게는 토론할 수 있는 문화와 구조가 어린이집 내에서 필요하다. 어린이집의 문제에 대해 부모가 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통해 교사와 부모가 협력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계기가 된다.

CCTV는 문제가 발생 했을 때 원인을 모른다고 해서 바로 CCTV를 보고 해결하는 것은 우리의 관계를 기계에 의존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린이집과 교사를 대상화하고 잠재적 불신을 갖게 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지역 사회 안에서 관계를 만들고 배워야하는 공간에 관계를 대상화하고 해치는 기계를 설치한다? 그리고 그것을 법으로 만든다? 피치 못해 원하는 경우 할 수는 있지만 법으로까지 제정해야 하는지 우리 정치의 영향력이 그 정도 밖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깝다.

CCTV와는 비교할 수 없는 다양한 부모 참여와 열린 운영, 운영위원회 활성화 등 부모와 교사, 어린이집 운영자가 서로 협력해 긍정적 관계를 만든다면 이러한 에너지가 아이들의 발달과 정서, 사회적 관계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보육은 '과정'이 아이들에게 흡수된다. 보육 과정 자체가 교육이다. 특히나 두뇌에 시냅스(뉴런에서 다른 세포로 신호를 전달하는 연결 지점)가 생성되는 순간인 영유아의 시기에, 일상적인 불신과 대상화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교사의 표정 하나하나가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새겨지는 그 순간이 CCTV로 망가지지 않길 바란다.

불안한 부모는 CCTV 요구가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선택이 아닌 법에 정해진 대로 모든 어린이집에 아이들과 교사를 감시하는 카메라를 설치한다는 것이야말로 국가가 법으로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혜은 인천 보육 포럼 대표, 공립푸른숲어린이집 원장입니다.



태그:#보육, #CCTV, #영유아보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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