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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국무총리에 내정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신임 국무총리에 내정된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에 내정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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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 2011년 9월 법무법인 태평양의 고문변호사로 들어갔다. 같은 해 1월 부산 고검장에 취임해 9월 퇴임하자마자 고문변호사로 근무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법무법인 태평양이 고검장 재임 시절부터 황 후보자를 고문변호사로 낙점했을 가능성이 높다. '입도선매' 방식으로 그를 영입했다는 것이다.     

황 후보자가 28년간(1983-2011년)의 검사 생활을 마치고 들어간 법무법인 태평양은 김앤장, 광장과 함께 '한국의 3대 대형로펌'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서 그는 지난 2011년 9월부터 2013년 2월까지 17개월간 고문변호사로 근무했다. 그는 변호사 사무실을 단독으로 개업하지 않고 대형로펌으로 바로 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단독 개업하는 경우 세금문제 등 사건 수임과 관련된 문제에서 불투명한 부분이 많다. 이에 반해서 로펌에서는 상대적으로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좀 떳떳하고 바르게 변호사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장관에 발탁된 직후 황 후보자가 퇴임한 뒤 17개월간 대형로펌에 근무하면서 약 16억 원(15억9000여만 원)의 수임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월평균 약 1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수임료를 받은 것이다. 이로 인해 법무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전관예우 논란'이 크게 일었다.

17개월간 101건의 사건을 수임했다고 했지만...

법무법인 태평양이 황 후보자에게 맡긴 역할은 '형사부문 고문변호사'였다. 사건유치 능력, 로비능력 등 검찰 고위인사를 지낸 장점을 형사사건에서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는 파트너 변호사들로 팀을 만들어 법무법인에서 수임한 사건의 법리를 검토하고, 변론 방향을 정하고, 의견서도 쓰고, 주요한 의사결정 과정에도 참여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했다. 법무법인 '송무사건팀장'으로서 활동한 셈이다. 자신은 "일반변호사와 동일한 강도의 일들을 했다"라고 술회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황 후보자가 17개월간 근무하면서 수임한 사건은 몇 건이나 될까? 지난 2013년 2월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그가 수임한 사건은 두세 건에 불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7개월간 두세 건의 사건을 수임하고 16억 원이라는 거액의 수임료를 받았다는 것이다.

황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이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당시 "그것보다는 많은 다수의 사건을 수임했다"라고 반박하면서도 구체적인 수임내역 제출은 거부했다. 변호사법에 따라 영업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는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이 거세게 자료제출을 요구하자 인사청문회 당일 오후에서야 법무부를 통해 '101건'을 수임했다고 공개했다.

황 후보자가 수임했다는 101건에는 형사사건 54건, 비형사사건(민사, 상사, 가사, 행정사건 등) 47건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101건조차도 정확하지 않은 통계다. 여기에는 그가 담당변호사로 지정된 사건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선임계만 낸 사건까지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도 인사청문회 당시 "101건은 제가 수임한 사건 수와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라고 통계의 부정확성을 인정한 바 있다. "법인이 저를 통해 수임한 사건이 많이 포함돼 있다"라는 말도 남겼다.

다만 황 후보자는 자신이 맡았던 사건 중에서 대기업과 관련된 사건은 "거의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전혀 없었다"라고 답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묘한 여운을 남겼다. 당시 법무법인 태평양이 정용진 신세계 회장 등 대기업 회장과 관련된 사건들 수임한 상황이어서 더욱 그랬다.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아래 새정치연합) 의원은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과연 오비이락인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법무법인 태평양과 황 후보자가 체결한 '고문변호사 계약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사청문회 당시 이춘석 새정치연합 의원이 "로펌과 한 계약서를 달라고 하니까 구두로 계약해서 계약서가 없다고 했는데 사실인가?"라고 캐묻자 "그렇다"라고 인정했다. 이에 이 의원이 "계약 내용을 구두로 설명해 달라"라고 요구했지만, 그는 "곤란하다"라고 사실상 거부했다.

수임료 16억 원 "봉사활동-기여활동"에 쓰겠다고 했지만...

황 후보자가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17개월간 근무하면서 받은 수임료는 총 약 16억 원이다. "업무 기여도"(상여금)에 따른 금액이라는 것의 그의 설명이다. 6개월간 7억 원을 받았던 정동기 전 감사원장 후보자나 대법관을 퇴임한 뒤 5개월간 16억 원의 수임료를 받은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보다 적다. 하지만 2년간 6억7000만 원의 수임료를 받은 정홍원 전 총리보다는 훨씬 많은 금액이다. 특히 그보다 많은 수임료를 받았던 정동기 전 후보자나 안대희 전 후보자는 모두 낙마했다.  

박범계 의원은 인사청문회 당시 "태평양이 전관예우에서 더 나아가 어쩌면 법무부 장관이 될지도 모르는 분에게 후관예우까지 한 것 아닌가?"라며 "전관예우와 후관예우를 합쳐 쌍관예우로 보험을 들었다는 의혹을 피할 길이 없다"라고 꼬집었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국민은 법률가로서 업무능력의 대가라고 생각하지 않고 사건유치 능력이나 로비 능력의 대가로 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조차도 "권력과 돈을 모두 취하려는 행태"라고 지적하며 "앞으로 공직에 나아갈 분들은 명예(권력)와 경제적 윤택(돈) 가운데 하나만 택하라"라고 압박했다.  

황 후보자는 "고문변호사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했다"라고 방어에 나섰지만 '17개월간 16억 원'이라는 거액의 수임료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게 많은 급여를 받은 점에 참 송구스럽다"라고 했다. 특히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여러 차례 '수임료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공교롭게도 인사청문회 전날(2013년 2월 27일) 정홍원 총리 후보자가 수임료 가운데 1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터였다. 

"앞으로 정말 큰 뜻을 여러분들과 나누는 곳에 사용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주변 분들이 납득할 수 있는 봉사활동과 기여활동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려운 분들에게 큰 위화감을 가져올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제가 받은 급여가 적절하게 사회에, 제가 봉사하는 일에 충분히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기부를 포함해서 제게 그동안 은혜를 주셨던 많은 분들과 또 사회에 그에 상응한 드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사청문회 당시 "얼마나 내놓을 용의가 있느냐?"라는 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의 질문에 "봉사활동과 기여활동들을 하도록 하겠다"라고 답변하면서도 구체적인 기부 액수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적당한 시기에 (기부)할 계획인가?"라는 노철래 새누리당 의원 질문에는 "자꾸 말하는 것보다 행동으로 보여드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실행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황 후보자가 수임료의 전체든 일부든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때로부터 벌써 2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그동안 들려온 소식은 법무장관 재직 시절 현금 자산만 2억 원 이상 늘어났다는 것뿐이었다. 지난 25일 수임료 기부 약속 이행 여부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청문회에서 소상하게 말하겠다"라고만 답변했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황교안, #법무법인 태평양, #16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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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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