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후 뒤돌아섰을 때 보이는 것은 여기저기 벗어놓은 잠옷과 장난감들 그리고 식탁 아래 떨어진 밥풀들. 시끌벅적한 아침 풍경을 누군가는 사람 사는 것 같다고 하겠지만, 치워도 치워도 끝이 보이지 않는 엄마의 마음은 막막함 그 자체다.

그러다 집에 돌아온 아이가 축구공으로 유리창을 깨는 순간... 아무리 이야기 해도 말을 듣지 않는 아이는 정말 내 자식이 맞는지?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을 쓰는지? 알아 듣지 못하는 아이는 어디선 온 외계인일까?라는 고민을 하게 만든다. 

화성아이 지구아빠

▲ 화성아이 지구아빠 ⓒ Martian Child, 2007

육아에 지쳐 나는 누구고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지구를 떠나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 <화성아이, 지구아빠>를 보게 되었다. 이 영화를 다 보았을 때는 지구를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은 사라지고 나 또한 누군가의 끊임 없는 구애에 빠져 지구를 사랑한 화성인이었는 것을 깨달았다.

이 영화는 국내에 2008년 2월에 개봉돼 별다른 흥행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자취를 감췄던 영화지만, 착하고 감동적인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지구 아빠는 2년 전 죽은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주위의 만류에도  6살 사내 아이를 입양한다. 이 영화가 더 실감 는 이유는 자전적 실화 소설을 바탕에 두고 작가가 실제 아이를 입양했을 때의 감정과, 서서히 묻어나는 사랑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알려진 지구 아빠 데이빗 역의 존 쿠삭은 영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아직 아이가 없지만, 아이를 키울 때 얼마만큼 사회 규칙에 따르게 해야 하는지, 얼마만큼 아이 스스로의 모습으로 내버려 두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며, 그 고민이 필요 없다면 부모가 아닐 것 같다."

나 또한 매번 아이들을 키우며 가능하면 아이의 모습 그대로 바라보고 최대한 허용해 주려고 하지만, 주위의 시선에 견디지 못해 아이들의 방어막이 돼주지 못할 때가 있다. 견뎌야 하는가, 어느 시점에서 훈육을 이어가야 하는것인가라는 갈등을 끊임 없이 하게 된다. 

영화에서는 화성 아이 바비콜맨이 어째서 화성아이가 됐는지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부모와 또 다른 양육자의 버림으로 더이상 약속을 믿지 않는 아이라는 상황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아이는 보육원에서 생활하며 자신은 화성에서 왔을 거라 여기며 작은 상자 속에 몸을 숨기고 살아간다.

지구 아빠는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에게 대화한다. 상자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아이를 지켜 보며, 선크림을 가져다 주기도 하고, 선글라스를 선물해 주기도 한다. 세상 밖으로 서서히 아이를 안내한 지구 아빠는 결국 아이의 마음의 문을 열게 한다. 결국 집안의 물건들을 다 깨트리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아이에게 "넌 어떠한 것보다 소중한 존재야"라고 말해 준다.

나는 절대 절대 너를 떠나지 않아

화성아이 지구아빠  자신을 화성에서 왔다고 여기는 아이

▲ 화성아이 지구아빠 자신을 화성에서 왔다고 여기는 아이 ⓒ Martian Child, 2007


데니스 : 사람들은 왜 나를 떠나는 거죠? 왜? 왜?

데이빗 : 왜냐면 그들은 바보니까? 널 놓치는 사람은 우주에서 가장 어리석거든. 네가 얼마나 사랑받을 가지가 있는지  모르니까. 넌 특별한 아이야. 얼마나 따듯한 아이인데. 내 생각엔 너도 나를 사랑해. 네 가슴은 나로 꽉 차있지. 곧 그사랑이 터져 나올 거야. 데니스, 너는 나의 아들이야. 우리는 가족이야. 나는 너를 사랑해. 나는 절대 절대 절대 절대 절대 절대 절대 너를 떠나지 않아.

지구인 아빠가 아이에게 전한 이야기는 우리는 가족이고 절대로 아이를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영화 마지막에서 아이는 지구인 아빠와 포옹하며 지구에서 지구인 아빠와 함께 살기로 한다. 어찌 보면 화성 아이가 지구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했을지 가늠해 보게 한다. 중력도 다르고 공기도 다르고 너무나 다른 환경과 생각을 모두 버리고 지구인이 되겠다는 결심은 지구인 아빠의 끊임없는 사랑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한 지구아빠의 모습은 내가 지구인 엄마로서 어떻게 화성인 아이들에게 길을 안내할지에 대한 고민을 덜어준다.

바보가 바보를 안내하는 것

엄마도 지구에 사는 게 처음인지라 모든것이 낯설고 힘들어 바보스럽지만, 영화에서 얘기했듯이 '바보가 바보를 안내하는 것'이 되겠지만, 그래도 혼자가는 것보단 둘이 가는 게 덜 바보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다시 안내자 역할을 하며 부모로서의 역할을 고민하며 살아갈 것이다.

이 영화를 보는 동안 내가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 아이에게 했던 약속이 떠올랐다. 빨간 얼굴에 일그러진 얼굴을 하곤 엄지 손가락만한 주먹을 꽉 쥐고 있던 화성인 아이.

"엄마한테 와줘서 고마워. 우리 함께 행복하자!"
"엄마가 많이 사랑해! 끝까지 지켜줄께."

나는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되돌아 본다. 지구 아빠처럼 절대로 너를 버리지 않으며 끊임 없이 사랑을 나누어 주는 것. 난 약속을 뒤로 한 채 대충 대충 그럭저럭 살아가지 않았나란 생각을 해본다. 사랑을 얻으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안일함에 빠져 있었지 않았나? 화성인 아이를 쟁취하려면 지구인 아빠 정도는 되어야 할듯... 나 또한 이 지구에 살고 싶어 온 화성인 이였음을.

화성아이 지구아빠 사랑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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