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과 KIA의 정규시즌 4차전 경기가 우천 취소됐다.

두산의 경우 이는 팀의 올 시즌 여덟 번째 우천취소였고, 리그에서 우천취소로 경기를 가장 많이 치르지 않았다. 지난해 5월 15일까지 개막 이후 우천 취소 경기가 단 한 경기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5월 15일 경기까지를 기준으로 올 시즌 KBO리그 총 210경기 중 26경기가 우천취소됐는데, 전체의 12.4%에 해당되는 수치로 이 경기들은 모두 9월 중순 이후로 편성된다. 아직 우천으로 취소된 경기들의 추가 편성 발표가 나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본격적인 여름에 접어들고 장마철이 찾아오면 취소 경기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KBO나 야구계에선 아시안게임으로 휴식기를 가져야 했던 지난해와 다르게 올해엔 별다른 국제대회가 없어 시즌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안심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지난해보다 16경기를 더 치러야 하는 빡빡한 스케줄이 선수들을 기다렸고, 예년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우천취소에 상황은 더 나빠졌다.

15일까지 팀별 우천취소 경기 수 두산이 8경기로 10개 구단 가운데 취소 경기 수가 가장 많다.

▲ 15일까지 팀별 우천취소 경기 수 두산이 8경기로 10개 구단 가운데 취소 경기 수가 가장 많다. ⓒ 유준상


우천취소 결정, 어떻게 이뤄지나

경기 전부터 비가 쏟아질 경우 각 경기마다 배정된 경기감독관의 판단 아래에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취소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까지도 권한은 경기감독관의 몫이다. 그러다 보니 최근 취소가 많아지는 이유에 대해 '경기감독관의 신중하지 못한 판단'이라고 꼬집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만약 경기감독관이 경기 시작 시간이 됐는데도 진행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을 경우 그 이후부턴 심판진이 결정하게 된다. 물론 경기감독관도 심판진과 함께 의논을 하겠지만 최종적인 결정은 심판진에 달려있다. 그라운드가 아닌 심판실에서 회의가 진행되며, 회의에서 주로 다뤄지는 건 기상청의 레이더와 구름의 이동 방향이다.

경기 진행 여부에 있어서 구름의 이동은 매우 중요한 키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를 개시한다고 해도 경기 초반에 비가 쏟아진다면 맥이 끊길 수 있고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비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지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우천취소 결정은 '비가 적게 내리면 당연히 해야 한다'라는 말과 다르게 신중함이 요구된다.

경기의 중요성을 떠나 대부분은 양 팀 감독들의 의사도 수렴된다. 단순히 심판진의 결정으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양 팀의 의견이 비슷한 쪽으로 모아질 땐 대개 감독들의 의견대로 결론이 나는데, 엇갈리게 된다면 그 땐 눈에 보이는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기상청의 자료가 우천취소 여부를 좌우하는 요인이라 볼 수 있다.

팬들은 보고 싶고 선수들은 쉬고 싶다

그렇다면 우천취소에 대한 선수들의 생각은 어떨까. 이효봉 SKY SPORTS 해설위원은 지난 3일 대구 두산-삼성전이 우천으로 지연되자 "선수들은 빨리 들어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반면 야구장을 찾은 팬들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야구를 보고 싶을 것"이라면서 조금은 상반된 시선을 언급했다.

아무래도 비가 내리다 보면 국내 인프라의 특성상 그라운드 전체를 방수포로 덮을 수 없다. 비가 내린 상태에서 경기에 들어가면 야수들은 질퍽이는 흙에 진땀을 빼고 물을 머금은 잔디에 애를 먹기 마련이다. 장시간 그라운드에서 뛰어야 하는 선수들에게 그라운드 상태는 생명과도 같은데, 비의 영향을 받으면 당연히 쉬고 싶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부상의 위험도 있어 무리하게 뛰기보단 차라리 하루 정도는 휴식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선수가 꽤 많다.

방수포 덮인 잠실구장 재작년 8월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릴 2013 한국야쿠르트 7even 프로야구 삼성과 두산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 우천으로 인해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 방수포 덮인 잠실구장 재작년 8월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릴 2013 한국야쿠르트 7even 프로야구 삼성과 두산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 우천으로 인해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 유준상


반면 팬들은 지든 이기든 야구를 보고 싶은 바람이 간절하다. 돈을 지불하는가 하면 약 열흘 전부터 좋은 자리를 선점해 기다린 경기였는데 취소가 되면 허탈하기 짝이 없다. 시즌이 개막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한 팀에서만 우천취소 경기가 8경기에 달한다는 건 팬들로선 전혀 달갑지 않은 일이다. 사실 선수들 입장에서도 당장 경기를 안 한다고 해서 끝나면 다행이겠지만 9월 중순부터 추후 편성이 된다면 체력이 발목을 잡을 우려가 크다.

더블헤더까지 고려, '겨울 야구' 다시 재현될 수도

올해 KBO리그는 와일드카드를 도입하면서 예년보다 포스트시즌 시작일이 4~5일 정도 당겨졌다. KBO는 와일드카드 시작일을 10월 4일 전후로 예상하고 있는데 5월 중순임에도 우천취소가 리그 전체 경기 수의 약 12%를 차지하며 포스트시즌은 물론이고 추가 일정 편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게다가 아직 시즌 중반도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보다도 우천취소가 리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수 있다. 최대는 약 25%까지, 적어도 15%대는 넘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544경기에서 720경기로 리그 전체 경기 수가 176경기 늘어나기도 했고 앞에서 언급했던 장마가 큰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일정에 맞게 시즌을 끝내는 것을 목표로 신설된 월요일 경기는 한 시즌 만에 바로 사라져 올해부턴 주말 3연전에서 취소 경기가 나와도 편성을 기다려야 한다. 월요일이라 관중 동원이 쉽지 않고 연전을 치르는 선수들의 피로도도 결코 가볍지 않았다. 여러모로 선수들에게 월요일 경기는 그다지 매력적인 존재가 아니다.

​팬들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야구가 없는 월요일이 가장 심심하기 때문에 타 팀 경기라도 편성이 된다면 시청을 할 의향이 있다는 팬들이 많다. 특히 올 시즌은 매 경기 매 경기에서 명장면, 명승부가 연출돼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아니더라도 절로 관심을 가지게 된다. '야신' 김성근 감독의 진두지휘 속에서 환골탈태에 나선 한화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월요일 경기를 시즌 도중에 도입하긴 어려워 지금 최상의 방안은 더블헤더가 전부다. 월요일 경기만큼이나 힘든 게 더블헤더인데 KBO가 더블헤더에 대해 긍정적으로 입장을 밝혔을 땐 일부 선수들의 적잖은 반발이 예상된다. 오는 11월 8일 개최될 '프리미어 12'와 일정상의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자칫 '겨울 야구' 그 이상의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지금으로선 마땅한 해결책이 안 보인다. 우천취소는 점점 늘어나고, 더블헤더라는 초강수까지 나올 분위기에 야구계는 싸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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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위 기사는 유준상의 뚝심마니Baseball(blog.naver.com/dbwnstkd16)에도 동시 게재되었습니다.
프로야구 KBO리그 우천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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