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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정직하다.
 아이들은 정직하다.
ⓒ 고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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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선생님 사회 안 하면 안 돼요?"
"그래도 사회 배워야지~"
"아, 난 사회 들어 있는 날이 제일 싫어요."
"왜~ 재밌어. 사회가 얼마나 재밌는데."
"선생님, 다른 수업은 다 좋은 것 같은데, 사회 수업은 재미없어요."

나는 덜컹했다. 사실 아이들은 정말 냉정하다. 배움이 없는 수업이나, 흥미가 없는 수업은 아이들 표정에서부터 바로 드러난다. 괜히 "에이~ 공부하기 싫어서 그러는 거 아냐?"라고 장난을 쳐보지만, 아이들의 눈은 정확하다. 그중에서도 매일 같이 아이들에게 외면을 받는 수업이 있으니 바로, '사회'다.

매주 일요일 나는 5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다른 학교 선생님과 일주일간 진행할 수업을 협의하는 모임을 진행한다. 일요일에 모여 수업 협의를 하는 시간 중 대부분은 역시 '사회' 수업 구성에 쓰인다. 아이들에게 외면 받지 않기 위해서다. 그렇게 쓰인 시간이 좋은 결과물을 생산하면 전혀 아깝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다. 결국, 답을 찾지 못하고 내 의도와 우리 반의 특성이나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교과서를 그저 따라가기 십상이다.

어쩌면, 이것이 사회 수업이 아이들에게 외면 받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내 수업에 나의 의도나 우리 반의 특성과 수준이 전혀 고려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나는 사회 수업을 왜 내 의도에 따라 재구성하지 못하는 것일까? 물론, 일차적으로 담임 교사로서 부족한 나의 능력에 문제가 있겠지만, 나는 오늘 다소 '이기적인' 사회 교과서에게 책임을 넘겨보고자 한다.

사실, 교과서에 제시된 순서대로 차례차례 따라 가는 것조차도 내겐 어렵다. 교과서에 제시된 40분간의 사회 수업은 빈 공간이 단 1cm도 없다. 내가 사회 수업을 내 의도대로 재구성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빈틈 없이 꽉 차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진행되는 5학년 사회 수업은 일방적으로 제시되는 지식을 '다다다다' 받아들이기에도 벅찬 시간이다. 배울 내용은 많지만, 시간은 촉박하다.

배울 내용 많지만 시간 촉박한 사회 수업

  5학년이 40분간 배워야하는 국토 지식, 양에 비해 배울 시간은 촉박
 5학년이 40분간 배워야하는 국토 지식, 양에 비해 배울 시간은 촉박
ⓒ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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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사회 교과서 지도서에 제시된 40분 분량의 한 차시를 예로 들어보자. '아름다운 우리 국토'라는 소단원의 첫 번째 40분은 우리나라의 지형을 살피는 시간이다. 일단, '지형'이라는 개념에 대해 배운다. 아이들은 아직 지형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의 지형을 살펴볼 시간이다. 우리나라의 지형적 특징을 살핀다. 태백산맥, 소백산맥, 나주평야, 김해평야, 대동강, 금강, 설악산, 백두산을 우리나라 국토 지도로 살피며 빈칸에 알맞게 적어야 한다. 지도 보랴, 지형의 이름 적으랴 고생이다.

이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우리 국토가 70%는 산지라는 것을 배우고, 우리나라의 지형이 동쪽은 산지가 많아 높고 서쪽은 상대적으로 동쪽보다는 낮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부분의 강이 서쪽과 남쪽으로 흐른다는 것까지 말이다. 강이 흐르는 하류 지점에는 강의 폭이 넓어지고 흐름이 느려지기 때문에 넓은 평야가 발달한다는 평야의 형성 과정에 대한 설명은 덤이다.

잠깐,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제야 반 정도를 학습했다. 아이들은 이어 우리나라의 해안선을 따라 그려보고(아이들은 해안선을 따라 그리는 것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서해안과 남해안은 해안선이 복잡하고 동해안은 해안선이 단조롭다는 것을 추론하게끔 한다.

추론을 통해 갯벌과 다도해, 해수욕장이 발달할 수 있는 해안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리고 육지가 바다 쪽으로 나와서 바다로 둘러싸인 곶과 곶보다는 규모가 큰 반도, 바다가 육지 쪽으로 들어온 만까지 배우도록 제시돼 있다. 이것으로도 모자라 제시된 '지식 더하기'라는 코너의 '신비로운 화산섬, 제주도'라는 부분은 그냥 읽어보게라도 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놀라지 마시라. 이게 40분 사회 수업에 배워야 하는 양이다. 40분 안에 배우도록 모든 일선 학교에 '공통'으로 제시한 양이다. 교과서 쪽수만 하더라도 6쪽이다. 문제는 내가 예로 제시한 이 차시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뒤에 이어지는 우리나라의 기후, 인구 분포 등은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 수업을 준비하는 나로서 고민이 길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내가 사회 수업을 구성하는 것에 어렵게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내가 내린 유일한 해결책은, 이 많은 양을 알맞게 수업에 담아내기 위해 다른 과목의 수업 시간을 줄이고 사회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용의 깊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비교하기에는 조금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고등학교 '한국지리' 과목(지학사 기준)에서 초등학교 40분 안에 배우는 우리나라 지형에 대한 내용은 7차시 즉, 350분 동안 배우고(고등학교는 1차시가 50분이다) 기후에 대한 내용은 3차시 다시 말하면, 150분 동안 배운다.

좀 더 깊이 파고들면 문제는 시간적 문제 이외에 더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다. 내가 앞서 예로 들었던 차시에서 등장하는 '%'는 아직 아이들이 배우지 못한 상태고, 이후 우리나라의 기후에서 배울 연 평균 기온과 강수량에서의 '평균'이라는 단어 역시 2학기 수학책에 제시돼 배울 수 있는 내용이다. 물론,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용어고, 학원을 다닌 친구들은 먼저 배웠을 테지만 말이다.

앞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내가 부족한 탓에 사회에서 배울 내용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향을 쉬이 설정하지 못하는 것의 문제가 가장 크다. 하지만, 나는 이 이기적인 사회 교과서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기적인 사회 교과서의 세 가지 안타까움

 많은 공부량에 사회과목이 싫다는 아이들... 어떻게 해야할까?
 많은 공부량에 사회과목이 싫다는 아이들... 어떻게 해야할까?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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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거칠게 사회 교과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세 가지 안타까움 때문이다. 첫 번째 안타까움. 아이들은 사회를 점점 싫어하게 된다. 우리나라를 이해하고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사회 과목임에도 아이들은 끝없이 시간에 쫓기며 진행되는 일방 통행식의 수업과 지식 전달형 수업에 지칠 수밖에 없다.

여담이지만, 나는 고등학교 수능을 준비하는 '삼지리 수험생'이었다. 여기서 삼지리 수험생이란 한국지리, 세계지리, 경제지리 지리 세 과목 모두를 사회탐구 영역으로 선택한 수능생을 말한다. 그만큼 나는 지리를 좋아했고 재밌게 공부했다.

지리는 내게 정말 매력적인 과목이었다. 처음, 5학년 지도서와 교과서를 받아들고 내가 좋아하는 '지리'를 직접 수업할 수 있게 되어 신나했던 것도 그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나는 지금 오히려 사회 수업이 두렵고, 나의 아이들 역시 나의 사회 수업을 싫어한다.

두 번째 안타까움. 아이들은 학원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억지로 억지로 한 차시에 배워야 할 내용을 아이들에게 다 전달했다고 가정하자.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꾸역꾸역 마친 이 수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용을 스스로 꾸준히 복습해야 내 것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초등학생들은 복습보다는 놀기에 바쁜 나이인지라 복습은 뒷전이다. 복습이 없이는 이 방대한 내용들을 다 머릿속에 담을 수 없다. 아이들의 사회에 대한 자신감이 계속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배우지도 않은 수학적 개념이 등장하는 사회 교과서를 이해하기 위해 아이들은 선행학습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다. 학부모는 이런 아이들을 보며 걱정 어린 생각으로 학원으로 학습지로 아이들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교육비 절감이 아니라 도리어 사교육을 장려할 수 있는 민감한 문제다.

세 번째 안타까움. 수업에 아이들의 이야기가 전혀 담길 수 없다. 나는 대학에서부터 수업에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배웠다. 교사가 일방향으로 진행하는 수업은 교육의 패러다임에서 멀어진지 오래다. 생각과 고민이 요구되는 수업이 진정한 의미를 가진 배움이다. 아이들은 복잡해지고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서 새로운 창의적인 시민성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생각하는 수업을 만들고 싶다. 그게 내가 교육자로서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 궁금해 하고, 다른 방향에서 생각하고, 스스로 탐구하고. 난 그것이 바로 수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틈이 없는 사회 교과서는 아이들에게 질문과 의견을 요구하는 대신 아이들에게 침묵을 강요한다.

정말, 5학년 사회 교과서에게 묻고 싶다. 아이들이 사회를 외면하고 사회 수업에서 침묵하는 것이 선생님들만의 문제인지를 말이다. 난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사회는 정말 재미있고 필요한 과목이라는 것을 말이다.

덧붙이는 글 | 2015년 3월 2일부터 시작된 신규 교사의 생존기를 그리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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