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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같은 길을 가는 듯 보이는 현시대지만 가까이에서 구체적인 삶의 모양을 들여다보면 그 사연은 인구수만큼 다양하다.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고, 굴곡이 있다. 다만 그들의 삶의 한 부분을 떼어서 수치화하거나 하나의 기준을 놓고 그 분포를 살피다 보면 몇 가지의 모양으로 표현될 수 있다. 인디밴드들도 그들이 가진 삶의 모습은 저마다 다르다. 그러나 그간 수십 명의 인디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본 기자의 주관적 기준으로 보자면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생활과 음악을 별도의 것으로 나눈 부류와 오직 음악으로 생을 만들어가는 부류이다.

인디밴드 '유니블렌드'는 후자에 속한다. 멤버 전원이 음악을 위해 평생 해온 일, 혹은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그만두고 음악을 더 잘하고 열심히 하는 것에만 빠져 있다. 팀 창설 당시 인기그룹 노을의 전우성씨가 프로듀싱 한 것으로 세간의 화제를 낳기도 했던 유니블렌드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도 아카펠라를 중심으로 음악을 하는 팀이다.

3년 전에 동명의 팀이 만들어졌으나 현재 멤버로 구성된 것은 1년 전이다.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만큼 실력과 비주얼을 모두 갖춘 팀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지난 12일 오후 7시 합정역 부근 연습실에서 진행하였다. 유니블렌드는 리더 김요셉(28)씨를 중심으로 감미로운 중저음의 보컬 김선율(28)씨와 파워풀한 목소리의 여성보컬 정수연(26)씨로 구성된 3인조 혼성 보컬팀이다.

유니블렌드 인터뷰 중 사진
▲ 유니블렌드 유니블렌드 인터뷰 중 사진
ⓒ 이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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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을 하는 것 외에 하시는 일이 있나요?
김요셉 : "아니오, 없습니다. 사실 이전에는 문제아라고 할 만했습니다. 공부를 안 했거든요. 하지만 별다른 사고를 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희 부모님은 "공부를 하지 않은 것 빼곤 속을 썩인 것이 없었다"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주위에서 보면 좀 이상한 사람이었을 겁니다. 수업도 안 듣고 그냥 집에 오기도 하고 저만의 세상에 빠지는 경우가 좀 있었죠. 그러다 음악에 빠지게 되었고 그 후로 3개월 동안 집에 틀어박혀서 노래만 하기도 하고...

남들이 보면 이상할 짓을 많이 했지만 저는 그러는 동안 행복을 찾았다고 할 만한 시간이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이런저런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부 그만두었죠. 살면서 한 번쯤은 모든 것을 걸고 노력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음악에서 그 계기를 찾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것을 모두 그만두었습니다."

김수연 : "저도 따로 하는 일은 없어요. 원래는 대학교까지 첼로를 연주했습니다. 그때까지 노래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어요. 친구들과 노래방을 가도 노래를 잘 부르지 않았을 정도였어요. 노래를 못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다가 대학교에서 교수님의 수업 방식에 항의하는 일이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시키는 대로 연습하고 또 시키는 대로 연주했지만 대학교는 좀 다를 줄 알았어요. 하지만 오히려 더 심했죠. 그 교수님이 연세가 꽤 많으신 분이었는데 자신이 가르치는 방식으로 연주하지 않으면 음악을 계속할 수 없게 할 것이란 말까지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첼로도 잡기 싫어지고 연주하기도 싫어지더라고요. 그래서 고민이 심했죠. 음악을 하고 싶은 것은 확실한데 첼로 연주가 그 길은 아닌 것 같았어요. 그러던 중에 제가 노래를 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일부러 음악이 아닌 일을 많이 해 봤는데 그게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모든 일을 그만두고 음악에 '올인'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뭔갈 하면 끝장을 볼 때까지 가보는 성격이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음악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어느 시점이 되면 미술이나 운동 등 다른 일에도 뛰어들어 볼 생각입니다. 다방면에 관심은 많이 가지고 있는 편이거든요."

김선율 : "원래는 보컬 트레이닝을 했습니다. 그래서 수입도 꽤나 좋은 편이었죠. 하지만 그렇게 그냥 흘러가게 두는 것은 뭔가 성에 차지 않았던 것 같아요. 늘 부족함을 느꼈고,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음악에 관심을 보인 것은 부모님의 영향이 컸지만 음악을 통해서 돈을 버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잘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관심은 항상 이쪽에 두고 있었죠. 더 노래를 잘하고 싶고 더 괜찮은 목소리로 노래하고 싶어서 혼자서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보컬 트레이닝을 어린 나이에 시작할 수 있게 되었죠. 하지만 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열망을 항상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팀을 구성하는 오디션을 보게 된 것이죠."

- 현재까지는 돌아볼 사이 없이 열심히 음악하고 공연하는 도중인 것 같은데 그게 영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느 정도가 달리기를 멈출 때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선율 : "목표가 사실 분명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예술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목표가 있다고 생각해요.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내가 부르는 노래를 많이 들어주고 나를 알아주는 거 그리고 그 분야에서 인정을 받는 거 그것이 목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 혼자서 좋은 일을 하겠다고 한다면 그냥 집에 틀어박혀서 자기만 듣는 음악을 해야 하겠죠.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라고 말씀드리는 것보다는 현재로써는 달리는 도중이라서 옆을 바라볼 겨를이 없다고 하는 것이 적절한 표현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하드 트레이닝을 받으시고 계신가요?) 그렇죠. 연습실에 오전에 와서 새벽에 돌아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힘들기보다는 즐겁습니다. 나이도 있다 보니 맘이 급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연습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 연애할 틈도 없을 것 같은데 어때요? 아직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지만 그렇다고 많이 어린 것도 아니니 결혼 같은 현실적인 문제도 생각해야 할 것 같은데?
김요셉 : "저희 모두 연애를 할 시간이 없죠. 사귀는 사람도 현재는 없고요. 이건 회사 대표님이 자주 하는 말씀인데 음악과 종교와 사랑은 비교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해요."

- 일반 사람들에게는 음악은 '하고 싶은 일'로 대체될 수 있겠죠?
김요셉 : "그렇죠. 저는 그것이 우선순위라기보다는 결국 내가 행복한 것이 기준이라고 생각해요. 음악을 할 때보다 연애를 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면 그리고 그 상대가 음악을 하지 않길 바란다면 어렵겠지만 음악을 포기할 수도 있겠죠. 무엇보다 나 자신에 집중해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생각해요. 결혼문제는 정말로 자신의 행복을 기준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김수연 : "사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음악을 그만두라는 말을 할 것 같진 않아요. 저는 정말 그런 선택의 순간이 온다면 그 사람을 고민할 것 같아요. 아직까지 결혼은 와 닿지는 않아요."

김선율 :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겠죠. 하지만 결혼과 같은 이야기는 지금 당장은 준비가 안 되어 있어요. 좀 먼 얘기인 것 같아요. 현재로써는 음악을 하고 있을 때가 가장 집중이 잘되고 해야 할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사람 일은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래요."

화음을 맞추고 있는 유니블렌드
▲ 유니블렌드 화음을 맞추고 있는 유니블렌드
ⓒ 이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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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음악을 하고 싶으신가요?
김요셉 : "음악을 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듣는 분들과 공감을 할 때입니다. 같이 기분을 나눌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전에는 제가 행복한 노래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우선순위가 조금 바뀐 것 같아요. 팀을 하면서... 듣는 분들이 행복한 음악을 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어요."

김수연 : "저는 음악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음악을 통해서 얻는 게 많아요. 지금 사랑을 하고 있지 않지만 음악을 통해서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항상 집중해서 경험하려고 해요."

김선율 : "저도 요셉씨와 비슷해요. 노래마다 담긴 메시지가 다른데 어떻게 표현해야 듣는 분들이 더 좋게 들을 수 있는지 조금은 알 것 같고 그렇게 불러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좀 더 연구를 해 나갈 생각입니다."

덧붙이는 글 | 한국뉴스투데이 동시기재, 팟캐스트 방송 이기자의 거북이 뉴스에 전문 업로드



태그:#유니블렌드, #비원내는 날, #노을 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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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터넷 언론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세월호사건에 함구하고 오보를 일삼는 주류언론을 보고 기자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로 찾아가는 인터뷰 기사를 쓰고 있으며 취재를 위한 기반을 스스로 마련 하고 있습니다. 문화와 정치, 사회를 접목한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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