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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꽃이 알알이 가득 달려있는 모양이 쌀밥처럼 보였을까. 공감하기 어려운 당시의 어려움이 이야기로 전해질 뿐이다.
 흰꽃이 알알이 가득 달려있는 모양이 쌀밥처럼 보였을까. 공감하기 어려운 당시의 어려움이 이야기로 전해질 뿐이다.
ⓒ 임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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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복숭아꽃, 매화의 붉은 기운이 다하면 산야는 온통 푸른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입하를 넘어서며 녹음이 짙어지고 있다. 특히나 입하 즈음에 자신의 존재를 널리 알리는 나무가 있다.

이팝나무. 입하(立夏) 즈음에 꽃이 피어 입하목이 변해 입하(立夏)나무가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설은 듣는이에게 별로 감흥을 주지 못한다. 좀 더 그럴듯한 이야기가 있다. 이밥나무가 변해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설이다.

조선 시대에는 흰 쌀밥은 부의 상징이었다. 양반인 이(李) 씨들만 먹는 밥이라 하여 '이밥'이라고 했다한다. 그들 눈에 비친 이팝나무는 양반들만 먹는 쌀밥 같은 꽃을 피우는 나무였다. 밥을 그리는 '이밥'에서 온 이름이니 양반들이 이름 지었을 리 없고, 이팝나무는 서민이 즐겨 보고 부르던 나무라는 이야기다.

천연기념물 이팝나무의 슬픈 전설

 천연기념물 안내판 뒤로 거대한(?) 이팝나무가 보인다
 천연기념물 안내판 뒤로 거대한(?) 이팝나무가 보인다
ⓒ 임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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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진안군 마령면 평지리 담장이 낮고 도로보다 운동장이 5미터정도 높은 작은 초등학교의 입구엔 온통 이팝나무 천지다. 13일, 이 초등학교를 찾았다. 운동장에 노는 한창 때의 아이들과 꽤 잘 어울리는 그림이다. 학교 안으로 들어가 도로를 내다보면 이팝나무군(群)이 천연기념물임을 알려주는 게시판이 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이야기가 오늘의 풍경과는 다소 동떨어진 듯 하지만 이곳 이팝나무 무리의 역사다. 300년 전 오늘에 전해지는 슬픈 이야기는 오늘 흐드러진 나무의 하얀 꽃이 달리보이기까지 한다.

당시 흉년이면 당장 먹을 밥이 없어 식구는 굶기 일쑤였다. 어른이야 풀뿌리라도 먹는다지만 젖먹이 어린아이는 그렇지 못했다. 빈 젖을 빨다 울다 지치기 일쑤였던 아이들. 결국 굶어 죽는 일이 생기고야 말았다.

"그래, 죽어서라도 실컷 먹으려무나."

아비는 죽은 아이를 위해 묻은 곳에 이팝나무를 심었다. 사연을 아는 이들도 죽은 아이를 생각하며 같은 나무를 심었다. 그렇게 아이들의 공동묘지 터에는 이팝나무가 한 무리를 이루고 자라게 되었다. 이팝나무 꽃 천지가 된 아기 무덤을 마을 사람들은 '아기사리'라는 지방말로 불렀다.

죽은 아이들의 동산이 살아있는 아이들의 터로 바뀐 것은 약 백 년 전이란다. 한풀이라도 하듯 마을주민들은 무덤을 엎고 학교를 세웠다. 1920년에 그 자리, 바로 오늘까지 이어진다. 마령초등학교다. 당시의 무성한 나무는 대부분 베어졌지만 몇 그루는 남겼다고 한다.

높이 10여 미터쯤 되는 가장 큰 이팝나무와 새로 심은 듯한 작은 나무가 학교 정문 옆 울타리에 줄지었다. 흐드러지게 핀 하얀꽃과 푸른 운동장위의 아이들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큰 이팝나무 뒤쪽으로 초등학교 건물이 보인다
 큰 이팝나무 뒤쪽으로 초등학교 건물이 보인다
ⓒ 임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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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평지리 이팝나무
▶ 위치
전라북도 진안군 마령면 평지리 송내마을 마령 초등학교 교정

▶ 소개
이팝나무는 낙엽활엽 교목으로 잎은 넓은 난형, 또는 타원형이며 양끝이 뾰족하고 양면에 털이 나있는 것이 특징이다. 수령은 250년이며 암수 구별이 있다. 꽃은 자웅 2개로 각 꽃대마다 또는 한 가운데서부터 피어오르는 취산화로써 5월 20일에서 25일 사이에 꽃이 피어 한꺼번에 지는 것이 벚꽃과 비슷하다. 이팝나무는 습기가 많은 계곡이나 개울 근방에 자생한다. 전라남북도, 경상남북도, 경기도에 야생하고, 일본, 대만, 중국 등의 고산지대에 군락을 이루고 있으나 이 곳처럼 거목이 군락을 이룬 곳은 매우 드물다.

▶ 유래
1969년 2월 천연기념물 214호로 지정

(출처 : 전라북도 진안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진안군 <삼백오십>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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