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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타인에게 도급하는 자는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수급인이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위생시설에 관한 기준을 준수할 수 있도록 수급인에게 위생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거나 자신의 위생시설을 수급인의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적절한 협조를 하여야 한다. -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9항

나는 청소를 하다 휴게실에서 잠깐 쉰다. 이곳은 외관상 창고나 다름없다. 신입생에게 청소노동자의 휴게실을 물어보면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해리포터에게만 보인 런던 킹스크로스 기차역에 있는 9와 3/4 플랫폼처럼 느껴진다. 나도 오늘만큼은 해리포터가 됐다.

천장 높이가 '130㎝'... 토굴 같은 휴게실

 광운대 중앙도서관에 있는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은 1층 계단 밑에 있다. 외관만 보면, 창고처럼 느껴지는 공간이다.
 광운대 중앙도서관에 있는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은 1층 계단 밑에 있다. 외관만 보면, 창고처럼 느껴지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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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운대 중앙도서관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의 휴게공간은 1층 계단 밑에 있다. 문을 열면 깜짝 놀랄 것이다. 이곳이 휴게실이라니. 하루의 절반가량을 일터에 있는 청소노동자들에게 휴게실은 제2의 보금자리나 다름없는데. 이곳을 한마디로 설명하면, 토굴 같다.

허리를 숙여 엉금엄금 기어 들어간다. 그도 그럴 것이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천장이 낮아진다. 노동자들이 쉴 공간의 높이는 130㎝다. 요즘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의 평균 키가 151.8㎝다. 초등학생도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 바로 여기다. 대략 1.77평(5.843㎡)의 공간에서 노동자가 제대로 서 있을 곳은 문 앞뿐이다.

이 좁고 낮은 ㄱ자 구조의 공간에 주간조(06:00~15:00) 근무자 5명이 옹기종기 앉아서 쉰다. 성인 남성 두세 명이 누우면 꽉 차는 곳이다. 다리를 쭉 펴지도 못할 만큼 공간이 비좁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 이 공간에 노동자 1명이 더 있었다면 믿겨지겠는가. 거짓말 같지만 사실이다. 내 '사수'인 임효선씨가 오전·오후조(06:00~08:30, 15:30~18:00)로 근무하기 이전까지 그래왔다. 그 당시 노동자들의 쉬는 범위는 잠시 누웠을 때 뒤척이지도 못할 정도로 제한적이었다. 테트리스 게임에서 퍼즐을 맞추듯 쉬는 꼴이었다.

 2평 남짓의 공간에서 5명의 청소노동자들이 옹기종기 쉰다. 성인 남성 두세 명이 누우면 꽉 차는 공간이다. 사진은 내가 잠깐 쉬려고 누워 있는 모습이다. 다리를 쭉 펴지 못할 정도로 휴게실이 좁다.
 2평 남짓의 공간에서 5명의 청소노동자들이 옹기종기 쉰다. 성인 남성 두세 명이 누우면 꽉 차는 공간이다. 사진은 내가 잠깐 쉬려고 누워 있는 모습이다. 다리를 쭉 펴지 못할 정도로 휴게실이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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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노동자들은 자신의 키보다 낮은 공간에서 근무복을 갈아입는다. 내가 휴게실에서 겉옷을 입는 장면이다.
 청소노동자들은 자신의 키보다 낮은 공간에서 근무복을 갈아입는다. 내가 휴게실에서 겉옷을 입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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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실 안에 들어오면 무조건 앉아 있어야 하니 허리가 아파오기 마련이다. 근무복도 앉아서나, 어정쩡하게 서서 갈아입어야 한다. 여기는 더 이상 일어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공간이다. 천장이 원체 낮다보니 기다란 형광등이 벽면에 걸려 있다. 고개를 돌리다 우연히 바라본 형광등 불빛에 눈이 부시다. 눈물이 핑 돈다.

환기 때문에 문 열어두면 학생들이 '힐끔'

 휴게실을 지나다닐 때 항상 머리를 숙여야 한다. 그런데 나는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펴다가 머리를 '쿵'하고 찧었다. 사진은 내가 허리를 숙이고 휴게실을 나가는 장면이다.
 휴게실을 지나다닐 때 항상 머리를 숙여야 한다. 그런데 나는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펴다가 머리를 '쿵'하고 찧었다. 사진은 내가 허리를 숙이고 휴게실을 나가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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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급하게 나가려다가, 이곳의 통과의례처럼 천장에 머리를 '쿵' 하고 찧어야 했다. 아픈 것은 물론이었지만 혹시나 혹이 날까봐 손으로 머리를 계속 문질렀다. 아직 이 공간에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저도 처음에는 천장이 낮다는 걸 알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일어서다 머리를 찧기 일쑤였죠. 뭣도 모르고 거의 하루에 한 번 꼴로 부딪힌 것 같아요."

사수 임효선씨의 말이다. 나는 잠깐 쉬다가 다시 청소를 시작했다. 남자화장실 쓰레기통을 비웠다. 특히나 열람실이 있는 1층과 8, 9층의 쓰레기통은 꽉 차 있다. 그 사이 남자화장실 청소를 하는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학생들이 서 있다. 엘리베이터 앞에 있는 여학생 둘은 고무장갑을 끼고 돌아다니는 내 모습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본다.

 내 사수인 임효선 씨를 따라 청소를 했다. 내가 2층 남자화장실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내 사수인 임효선 씨를 따라 청소를 했다. 내가 2층 남자화장실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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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와 휴게실을 자세히 살펴보니 창문이 없다. 계단 밑이니 당연히 없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공기 정화는 주로 출입문을 열어두는 것이 전부다. 열어놔도 실내 환기는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문을 열어두면 가끔 학생들이 힐끔 쳐다보고 지나간다. 사수는 이런 학생들이 예전 같았으면 신경 쓰였겠지만 지금은 익숙해졌단다.

물론 환풍기가 있지만 안과 밖의 공기를 순환시키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겨울이면 환풍기 사이로 찬바람이 '쌩쌩' 들어온다. 지난겨울 청소노동자들은 그 바람을 막으려고 환풍기에 신문을 구겨서 막아놓은 적이 있다. 이 휴게실에서 환풍기는 어느새 애물단지가 됐다.

때마침 천장 위로 '또각또각' 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학생이 구두를 신었나 보다. 누군가가 이어서 계단을 뛰어내려온다. 천둥이 치는 듯한 폭발음이 여과 없이 내 달팽이관으로 전달됐다. 앉아서 쉬는데 깜짝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조금은 무뎌졌다. 천장에 붙어 있는 스티로폼이 방음 역할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누추한 곳에 장점도 물론 있다. 장점이라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그래도 간신히 하나를 찾아냈다. 도서관 1층 로비에 시스템에어컨이 설치돼 있다. 그 때문에 요즘 시원한 바람이 휴게실로 들어온다. 하지만 그 바람의 세기는 미미하다. 선풍기 한 대와 저만치서 불어오는 시스템에어컨의 찬바람으로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히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1인당 5㎡ 내외' 가이드라인은 어디로...

 내가 휴게실을 정리하고 있다. 그사이 학생들이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내가 휴게실을 정리하고 있다. 그사이 학생들이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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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실을 보니, 지난해 노동절에 발표된 '서울시 청소근로환경시설 가이드라인'이 생각났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휴게공간은 1인당 5㎡ 내외의 공간을 보유해야 한다. 냉⋅난방기, 생활가전제품, 수납가구, 침구류 등 4대 필수비품 또한 구비돼야 한다. 그러나 광운대는 이 가이드라인을 지킬 필요가 없다. 법적 효력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제약도 없기 때문에 광운대 휴게공간이 이렇게까지 열악한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가 좋다"는 청소노동자들도 있다. 정말 좋은 걸까. 그 내막을 들어보니 사정이 있는 듯했다. 괜히 학교 측에 휴게실을 옮겨 달랬다가 여기보다 더 나쁜 곳으로 보낼까봐 걱정하는 것이었다.

"여기 계단 밑에 말고는 휴게실로 사용할 데가 없어요. 있다면 옥상인데, 거기는 휴게실로는 꽝이죠. 제가 경험해봐서 알아요. 왜냐하면 옥상은 외풍도 심하고 기계소리로 가득하거든요. 추운 건 둘째 치고, 안 좋은 귀 더 안 좋아질걸요? 옥상 휴게실이 안 좋아서 내려온 건데, 또 올라가면 말짱 도루묵이죠."

그래서일까. 그 노동자는 지상 4층, 지하 3층 규모의 '광운대 80주년 기념관 및 지하캠퍼스' 공사가 끝나기를 기다린다. 그곳 지하를 도서관으로 사용할 것이란 소문 때문이다. 혹시나 거기에 쾌적한 휴게공간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건 그 노동자의 '초'긍정적인 바람에 불과하다. 아직 완공되지 않은 건물에 어떤 계획이 마련돼 있을까.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건 아닐까.

 내 사수인 임효선씨가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다.
 내 사수인 임효선씨가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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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를 하다 보니 벌써 오후 6시였다. 퇴근 준비를 했다. 중앙도서관을 나오니, 나와 사수 사이로 6교시 수업이 끝난 학생들이 우르르 지나갔다. 집에 가는 도중 사수는 계속 팔꿈치를 움직였다. 그동안 사수가 왼쪽 팔꿈치에 팔꿈치 보호대를 끼고 있던 걸 봐온 나는, 혹시나 어디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런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팔꿈치 상태가 어떤지 사수에게 곧장 물어봤다.

"얼마 전까지 오른쪽 팔꿈치가 아프더니, 최근에는 왼쪽 팔꿈치가 아프네요. 우리 청소노동자들은 팔목이랑 팔꿈치 부분이 많이 아파요. 청소를 하는데, 그 부위를 많이 쓰기 때문이죠. 한마디로 직업병이에요. 오늘 집에 가서 냉찜질 좀 해야겠어요."

휴게실은 육체의 피로를 푸는 공간이자, 심리적 안정을 취하는 터전이다. 하지만 광운대 중앙도서관의 청소노동자들은 휴게공간에서 불편을 넘어, 노동자의 권리까지 침해받고 있다.

만약 "내가 원하는 방은 다 있다"는 어느 부동산앱에 이 휴게공간이 올라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청소노동자들의 휴게공간이 물론 일반적으로 사고파는 방은 아니지만. 그런데도 '이런 공간'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9항은 노동 현장에서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 편집ㅣ최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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