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충식사무총장                      그는 계속되는 오해해 답답해 했다.

▲ 박충식사무총장 그는 계속되는 오해해 답답해 했다. ⓒ 강윤기


"김성근, 김응룡 두 분 감독님 모두 제겐 야구 스승님들입니다. 어찌 제가 그분들께 좋지 않은 감정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제가 선수협 사무총장인 이상 할 말은 해야 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그 생각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박충식 사무총장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1993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해 그해 14승을 거둔 박 총장은 같은 해 열린 한국 시리즈 3차전에서 해태 강타선을 맞아 '투혼의 181구'를 던졌다. 당시 곱상한 외모와 달리 투쟁심 넘치는 투구로 그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지금도 '박충식'하면 '투혼의 181구'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로부터 19년 후인 2012년 1월. 그는 3대 선수협 사무총장에 뽑혔고, 지금까지 업무를 이어오고 있다. 5월 8일 선수협 사무실에서 만난 박 총장은 밤샘 업무 때문인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과거 마운드에서 투쟁심 넘치는 투구를 펼쳤듯 인터뷰 내내 선수협의 고민과 입장을 당당하게 설명했다.

- 선수협회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다. 또한 작년에 비활동 기간 훈련 금지문제로 인해 시끄러웠다.
"정확히 전달해드릴 수 있는데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 봐 조심스럽다. 김성근 감독님의 오해시다. 운동하는 것은 공감하는데 프로야구 규약이 정해져 있기에 규칙을 지키고자 함이었다. 2012년 5월에도 10구단 창단을 위해 김성근 감독님과 함께 범국민 서명운동을 펼쳤다. 내가 무슨 감정이 있겠는가? 제자인데. 한화가 지금 성적도 좋고 김성근 감독님도 현장에서 활동하시니 말을 하기가 상당히 조심스럽다. (가슴을 두들기며) 나는 야구인이다. 스승에게 무례한 사람으로 비쳐 매우 안타깝다."며 풀이 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프로야구 비활동기간이란 야구 규약 제139조의 내용으로 12월 1일부터 이듬해 1월31일까지 팀(단체)훈련을 할 수 없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08년 2월에 개정된 야구 규약 138조 <합동훈련> 조항에 "12월 1일부터 31일까지 기간에는 합동훈련을 할 수 없다. 단 재활선수, 당해 연도 군 제대선수에 한해 국내 및 해외 재활이 가능하며 트레이너만 동행할 수 있다. 입단 예정인 신인선수는 코치 지도와 함께 국내 훈련만 제한한다"면서 "선수가 구단의 명령에 의하지 않고 자유의사로 기초훈련을 행하는 것은 무방하다. 선수가 요청할 경우 1월 중순 이후 합동훈련이 가능하며 해외 전지훈련은 1월 15일부터 시범경기 전까지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2014년 12월 선수협 총회에서 재활 선수도 합동 훈련을 하지 않는 걸로 결정되었다.

선수협의 이 주장은 '최소한의 인권 차원'으로 한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 야구선수는 1주일 중 무려 6일 동안 경기를 하고, 시즌 종료 후 개인 시간은 45일을 가진 것이 전부다. 일반 직장인들은 2015년 기준으로 공휴일, 대체 휴일 포함 66일을 쉴 수 있다. 주5일로 계산하면 대략 100일은 넘게 쉰다.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저 45일은 매우 짧다고 볼 수 있다. 최소한의 휴식기간에 들어가면 선수들은 가장 먼저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집안에 밀린 일들과 경조사를 처리하고 가족과 연말을 함께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선수협은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자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크게 놀랐다. 그것은 바로 연봉 문제였다. 박 총장과 함께 동석한 김선웅 사무국장(이하 김 국장)은 "4대 보험이 되지 않는 부분이 가장 큰 문제다. 야구 선수들은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이 없다"며 이는 '선수들이 근로자가 아닌 개인 사업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총장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봉이 2월부터 11월까지만 지급이 된다. 즉 10개월이다. 구단이 12개월로 분할해서 임금을 지급하면 된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지급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비활동기간에 훈련을 하게 된다면 '유노동 무임금'이다. 과연 이게 맞는 건가? 그래서 선수협은 비활동기간이 선수의 계약기간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훈련금지를 강화하고 있다. 더욱이 선수들이 1년 내내 쉬지 못하는 상황에서 휴식이 보장돼야 혹사와 부상 방지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팬 분들이 오해하시는 것이 비활동기간에 훈련을 금지하라는 것이 아예 휴식을 갖자는 것이 아니다. 한 시즌을 내내 출전하다 보면 몸이 성한 경우는 거의 없다. 선수들에게 적절한 휴식과 훈련이 필요한데 다 큰 성인이기에 휴식과 훈련을 판단하는 주체가 선수여야 한다는 말이다."

- 비활동기간 단체 훈련 금지 규정에 훈련을 하고 싶은 목소리도 있지 않나?
"물론이다. 2군 선수들과 육성선수들(선수협회 회원이 아님)은 정말 훈련을 하고 싶을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깐, 그렇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단체 훈련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구단 측은 1군, 야구 잘하는 선수 위주로 명단을 작성해 해외로 보낼 것이다. 구단 또한 단체 훈련을 해야 한다면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해외 전지훈련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결국 야구를 잘하는 선수만 나가게 되는 것이다. 육성 선수나 2군 선수들은 추운 야구장에 소집되어 훈련할 뿐이다. 그리고 두 달 정도는 팀이 정한 스케줄이 아닌 자기 스스로 깨닫는 시간도 필요하다."

김 국장 또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괌 정부 관광청과의 MOU 체결을 통해 훈련 장소 제공 등 선수들의 권익증진을 위해 노력 하고 있다."

MOU 체결후 단체사진                               선수협 이사들과 MOU 체결후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MOU 체결후 단체사진 선수협 이사들과 MOU 체결후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선수협회


이와 같은 내용을 정리하면 2군 선수들의 실력 향상을 꾀하기 위해서는 따뜻한 곳으로의 전훈이 필요하다. 2군 선수들은 훈련을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왜냐하면, 자기 발전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이에 내년 시즌 맹활약을 펼친다면 얼마든지 제2의 서건창과 같은 연습생 신화를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냉정히 살펴보자면 이런 전망은 회의적이다. 그것은 2군 선수들의 성공 가능성이 적다는 게 이유다.

구단들이 과연 몇 명이나 보내 줄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KBO 리그의 최저 연봉은 2700만원이고 육성선수의 경우는 그보다도 더 낮은 금액을 받는다. 일반 관광객의 해외여행 체류비를 생각해 본다면 45일 동안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구단 입장에서는 한정된 재화를 가지고 고민을 해야 한다. 결국 실력이 출중한 1군급 선수들에게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2군급 선수들은 한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나마 훈련을 할 수 있는 곳은 구단에서 오픈한 구단 훈련장이 전부이다. 많은 팬들이 이러한 현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저 비활동기간 훈련 금지만 반대하고 있다. 현실적인 대안은 전무한 실정이다.

선수협이 괌 관광청과 MOU를 작성한 것도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현실적인 돌파구를 찾기 위함이다. 장소 및 단체 훈련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여 참여하고자 하는 선수들에게 최대한 비용과 인적 지원을 하기 위해서이다.

박 총장은 다음과 같이 말을 이어 나갔다. (물을 마시며) "어린 친구들(2군선수, 육성선수)을 안 챙기고 있다. 이런 소리를 정말 많이 듣는다. 우리 협회는 그 친구들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 자리를 빌려 오해를 풀고 싶다. 그런 선수들(육성선수)을 어떻게 운동을 시킬까 고민하고 정식으로 우리 회원으로 가입하기 위해 도움을 주려고 한다."

-그렇다면 2군 선수들을 위해 선수협회에서는 어떤 사업을 벌이고 있나?
"저희(선수협회)가 최근 어려운 선수들을 위해 진행된 사업으로 직계 가족들까지 할인이 가능하게 지역별로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협력 병원을 준비했다. 유명한 스타 플레이어 선수들은 마케팅도 있기 때문에 개인병원에서 환영한다. 하지만 2군 선수들은 KBO 연금만 있고, 그마저도 육성 선수는 들어가질 않는다. 이에 협력 병원을 통해 혜택을 주고자 지정 병원을 통해서 저렴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스포츠토토 이익과 방송 중계권의 이익을 선수 몫을 달라고 KBO 측과 대화를 통해 많은 업무 공유를 하고 있다. 또한, 최저 연봉 상승을 위해 구단과도 정식 절차를 통해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 프로야구 관련 게임이 인기다. 초상권 관련해서는 어떻게 진행 하고 있나?
"초상권의 경우도 선수협 이사들과 1군 선수들이 다 동의를 해서 연차가 같으면 똑같은 금액을 돌려받기로 했다. 예전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게임에 좀 더 많이 쓰이는 선수들이 차등 지급 받았지만 어린 선수들과 후배들을 위해 이와 같이 변경했다. 또한, 육성선수의 경우도(선수협회의 정식 회원이 아님) 초상권이 사용된다면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정병원 선수협회 지정병원을 통해 2군선수들에게 혜택을 주기위해 고분분투하고 있다.

▲ 지정병원 선수협회 지정병원을 통해 2군선수들에게 혜택을 주기위해 고분분투하고 있다. ⓒ 강윤기


- FA제도(일정기간 자신이 속한 팀에서 활동한 뒤 자유롭게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자유계약선수)에 대해 거품이 아닌가?

박 총장은 최근 치솟고 있는 프리에이전트(FA)에 관련해서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FA 선수들의 몸값이 거품이라고 하는데 그러한 부분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만약 몸값을 낮추고 싶으면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수요와 공급 법칙에 맞게 프리에이전트(FA) 취득 기간을 줄이면 된다. 현행 고졸은 9년 4년제 대졸은 8년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신인 시절부터 활약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한 병역 문제를 포함하면 10~12년이 걸린다. 또한, 현장에서 부상을 입거나 하는 경우에는 연차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 이렇게 취득 기간이 길다 보니 몸값이 상승하는 경우다"

박 총장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 나갔다.

"재활을 충분히 하지 않고 경기에 나서다 보니 어느덧 내 공의 구위가 떨어졌다. 그러고 나서 겨울에 연봉 관련 계약을 하는데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 가장 힘든 게 돈과 관련되어 계약서를 작성하는 거다."

이에 기자는 궁금했다. "정부에서 현재 국내 프로 스포츠계의 에이전트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묻자 김 국장은 안타까운 어조로 말을 이어 나갔다.

"현재도 KBO 야구규약에는 대리인 제도에 대한 조항이 있다. 그렇지만 부칙에서 제도의 도입을 미뤄 12년간 에이전트 제도가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선수협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우후죽순 에이전트 대리인들이 생겨나 오히려 선수들에게 손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기에 그에 따른 준비를 하고 있다."며 제대로 도입이 되기를 선수협도 바란다."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정리하며 기자는 박 총장에게 팬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박 총장은 계면쩍어하며 대답했다.

"(풀이 죽은 목소리로)과분한 사랑을 받았는데 많은 질타를 받아 가슴이 먹먹했다. 사무총장의 자리는 정말 어렵더라. 비 야구인이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슬며시 웃으며) 귀족노조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오해다. 저희(선수협)는 가급적 티 내지 않고 일을 하려고 노력한다. 구단과의 관계 KBO와의 관계가 있고 공식적으로 공문을 주고받으며 대화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팬 분들이 보기에 느려 보일 수 있다. 그런 부분은 이해를 해주시면 좋겠고 언제나 선수협회의 문은 열려 있으니 좋은 의견을 제안하시면 얼마든지 경청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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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협회 박충식 김성근 서재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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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KU, 스포츠 야구 전문기자 , 강윤기의 야구 터치 운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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