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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에서는 이런 벽화를 자주 만날 수 있다.
 대전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에서는 이런 벽화를 자주 만날 수 있다.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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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하면 한 번에 딱 떠오르는 곳이 있을까? 아마 대부분은 어려울 것이다. 스케일이 크거나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놀라운 경치를 대전에서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은 흥미로운 도시다. 4000원짜리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황톳길을 맨발로 걸을 수도 있고 조용하고 고즈넉한 수목원이 자리 잡고 있으며 도시 한가운데 선사 유적지가 있고 오랜 전통의 빵집에서 먹거리 투어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인생은 여행'이라는 모토로, '카페'이자 독립출판물(개인이 제작하는 서적)을 취급하는 '서점' 그리고 '한 평 갤러리'를 운영하는 공간 '도시여행자'는 그러한 대전의 참 모습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도시여행자'의 주인장 부부는 커피를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전 원도심인 대흥동 나아가 시민구단 대전 시티즌을 함께 알리는 '로컬라이징(Localizing, 지역화)'에 주목했다. 지난 2일 저녁, '도시여행자' 카페주인장 아멜리에(박은영)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원래 문화복합공간 같은 카페를 운영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단순히 커피만 마시는 게 아니라 여행에 대한 정보도 나누고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면서 교류를 할 수 있는 그런 곳. 처음에는 서울에 그런 공간을 만들어 볼까 생각도 했지만 금전적인 문제도 있었고 그런 곳이 너무 많아 차별화가 될 것 같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그 당시 남편이 거주하던 대전으로 눈을 돌렸고 자리를 알아보다가 대흥동에 터를 잡게 되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탁월한 선택이었죠. 왜냐하면 이 동네는 참 흥미로운 곳이거든요. 지역예술가들이 자리 잡고 있고 분위기 자체가 경쟁을 하기보다는 서로 나누고 협력하려고 하거든요."

중앙로역 근처에 위치한 성심당 때문에 방문객이 제법 많기는 하지만, 아직도 '도시여행자'가 위치한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있다. 특색 없는 번화가에서 한 골목만 들어가면 아름다운 벽화와 아기자기한 가게들 그리고 공방과 소극장들이 시민과 관광객들을 반긴다.

"저희는 플리마켓을, 이 지역 주민분들은 자투리 시장이라는 걸 정기적으로 여는데요. 뭔가를 많이 팔고 더 벌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게 아니고 문화와 장터를 결합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는데 호응이 좋아서 놀랐어요."

문화예술의 거리를 지키고 있는 특별한 공간 '도시여행자'
 문화예술의 거리를 지키고 있는 특별한 공간 '도시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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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만 파는 게 아니라 문화를 나눠요"

카페 '도시여행자'는 2층으로 구성되어있다. 2층은 전체가 카페로 꾸며져 있고 1층은 커피를 주문하고 독립출판물을 구입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냉정하게 수익성만 놓고 본다면 독립출판물을 판매하기 위해서 따로 1층에 자리를 마련한다는 건 위험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발달로 종이책의 소비는 날로 줄어들고 있지 않은가. 고개가 갸우뚱할 수도 있지만 더 많은 수익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양한 독립출판물을 만나볼 수 있는 1층 코너
 다양한 독립출판물을 만나볼 수 있는 1층 코너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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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을 판매함으로써 얻는 수수료는 많지 않아요. 다른 곳도 그렇겠지만 대부분은 20%에서 30%사이죠. 판매량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제가) 원래 독립영화에도 관심이 많았고 상업적인 것보다는 개성이 있는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돕는 역할을 하고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실제로 1층에 진열되어 있는 책들은 참 독특하다. 지역 잡지부터 시작해서 에세이까지 하나같이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개성 있다.

여행을 테마로 한 2층 카페 내부에는 관련 서적 및 기념품이 전시되어 있다
 여행을 테마로 한 2층 카페 내부에는 관련 서적 및 기념품이 전시되어 있다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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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에와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건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그 에너지가 남에게 그대로 전달된다는 점이다.

"제가 좋아서 시작했고 이 카페를 하면서 돈이 되는 일이든 안 되는 일이든 상관없이 제가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있어요. 인생은 어찌 보면 참 길잖아요? 그러니 하루하루를 재미없게 보내면 지루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여행하듯 살고 싶어요. 실제로 남편과 함께 다른 도시에서 한 달 동안 살아보는 프로젝트를 2011년에 진행했고요. 얼마 전에는 커피디렉터도 새로 뽑았어요."

가게 곳곳에는 아멜리에·라가찌(김준태) 부부가 머물렀던 곳의 사진이 진열되어 있다. 남편이 축구를 좋아해서 해외 축구 관련 용품들도 함께 전시해 놓았단다.

"남편이 축구광이에요. 꼬마였을 때부터 대전 시티즌을 응원해오다보니까 대전이라는 지역에 대한 자부심도 굉장히 커요. 어떻게 보면 축구라는 매개체로 여행을 떠날 수도 있으니 좋은 것 같고요. 축구여행도 여행의 한 종류잖아요?"

아멜리에는 얼마 전부터는 대전 지역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게 되었다며 약간 들뜬 모습이었다. 외국의 화폐나 동전으로도 커피를 구입할 수 있게 하거나, 신청자를 받아 지역장터를 돌아다니며 미숫가루를 나눠주기도 하고, 최근에는 네팔의 지진구호 모금을 위해 휴무일에 카페를 열어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기도 했다는 그녀의 행동은 언뜻 봐도 독특한 구석이 있었다. 이러한 내용이 잡지에 실리면서 일부러 멀리서 카페를 찾아온 아주머니도 계셨단다. 아멜리에는 "더욱 더 즐겁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함께 카페를 꾸려나가며 여행을 다니는 부부. 아멜리에 (박은영씨)와 라가찌 (김준태씨)
 함께 카페를 꾸려나가며 여행을 다니는 부부. 아멜리에 (박은영씨)와 라가찌 (김준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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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원하는 게 다른 거죠"

사실 우리는 구면인 사이었다. 꽤 오래전 한 영화제에서 자원 활동가로 만나 인사를 몇 번 나눈 적이 있지만 대화를 나눈 적은 없었다. 그저 서로 친한 지인을 통해서 어쩌다 한 번씩 안부를 듣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SNS상에서 그녀가 카페를 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간간이 올라오는 글을 보며 호기심이 생겼다.

'원래 이런 아이였나?'

인터뷰를 하면 할수록 다른 사람들과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거의 7년 만에 만난 그녀는 내게 직업도 나이도 그리고 연봉이나 결혼여부도 묻지 않았다. 아멜리에는 상대방이 몇 평의 아파트에서 어느 정도의 연봉을 받고 차는 무얼 타는지를 궁금해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런 것보다는 무얼 좋아하는지 쉴 때는 무엇을 하는지 그런 것에 관심이 더 많았고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지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깎아내릴 생각은 없어요. 각자 원하는 게 다른 거죠. 제가 원하는 건 물질적인 게 아니라서 좋아하는 일들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그런 걸 좋아했으면 그렇게 살았을 것 같아요.(웃음)"

좋아하는 것도 밥벌이가 된다면 괴로울 수 있다. 이미 그건 많은 사람들의 경험담을 통해 들은 이야기다. '좋아하는 건 취미로 남겨둬라'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직장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워 할 때가 많아요. 하지만 이것도 어찌 보면 제가 책임져야 할 사업장이기도 하잖아요? 서비스업이다 보니 모르는 사람들에게 친절해야 하고 제 시간도 많이 뺏길 수밖에 없어서 힘든 점도 많아요. 그런데 그냥 제가 좋아하니까 계속 하는 것뿐 이에요."

누구나 다 그녀처럼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용기가 필요하니까. 하지만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고 즐기면서 살아가려고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아멜리에를 응원하고 싶어졌다. 나를 대신해서 선뜻 나서지 못하는 우리들을 위해 더욱 더 멋지게 살아주기를.


태그:#대전, #대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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