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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출신 대표 가수 현인의 노래비가 영도와 송도에 나란히 있는 것과 쌍이라도 이루듯, 부산 출신 대표 작곡가 백영호의 작품이 새겨진 노래비 두 개도 서로 멀지 않은 거리에 세워져 있다.

부산의 과거 중심지에 있는 현인 노래비와 달리, 백영호 작품 노래비는 화려한 신시가지로 근래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해운대에 자리를 잡았다. 영도 현인 노래비는 출생지와 대표작 <굳세어라 금순아>가 모두 관련 있는 곳에 세워진 경우이나, 백영호 노래비와 해운대는 작품으로만 관련이 있다. 백영호의 출생지는 오히려 송도 현인 노래비가 있는 부산 서구 관할인 서대신동이기 때문이다.

남북으로 길게 펼쳐진 해운대 백사장 한 가운데쯤에 서 있는 <해운대 엘레지> 노래비에서 우선 부산 작곡가 백영호의 자취를 확인할 수 있다. 해운대구청이 제작한 이 노래비는 <해운대 엘레지>가 발표된 지 40년 만인 지난 2000년에 세워졌다. 백영호가 2003년에 타계했으니, 운 좋게도 생전에 노래비가 건립된 경우이다. 현인 노래비는 모두 2002년 현인 타계 이후에 세워졌다.

<해운대 엘레지> 노래비
 <해운대 엘레지> 노래비
ⓒ 이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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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호라는 부산 출신 인물보다는 그가 작곡한 <해운대 엘레지>라는 부산 관련 노래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해운대 엘레지> 노래비에는 백영호에 관한 약력 등 기록이 전혀 없다. 따라서 현인 노래비처럼 심각한 오류가 많이 확인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사 오류는 그 역시 피해 가지 못했다. 전체 3절 가사 가운데 제2절은 아예 기록되지 않았고, 제3절 '조각달도 기울고'는 '조각달도 흐르고'로, '나도 가련다'는 '나는 가련다'로, '안녕히 잘 있거라'는 '안녕히 잘 있게나'로 잘못 기록되어 있다. 가사 오류에 관해서는 이미 지역 전문가들과 언론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으나, 아직까지 해운대구청의 보완 작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해운대 바닷가에서 벗어나 걸어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는 또 다른 백영호 작품이자 가수 이미자의 대표곡이기도 한 <동백 아가씨> 노래비가 있다. 기념물이 세워질 만한 곳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 다소 엉뚱한 장소(해운대구 우2동 동부올림픽타운 118동 부근 대로변)에 있는 이 노래비는 <해운대 엘레지> 노래비와 같이 2000년에 건립되었다. 하지만 사람들 발길이 많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 보니, 백영호 유족들조차도 작년에야 <동백 아가씨> 노래비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동백 아가씨> 노래비는 왜 잊혀졌을까

<동백 아가씨> 노래비
 <동백 아가씨> 노래비
ⓒ 이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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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비 앞면에 가사만 새겨져 있을 뿐 건립 경위 관련해서는 아무런 기록이 없다. 때문에 2012년에 해운대구청에서 <동백 아가씨> 노래비를 다시 발견(?)한 뒤로도 한동안은 수수께끼 노래비로 남아 있었다. 다행히 작년에 지역 언론의 취재로 관련 내용이 어느 정도 밝혀졌으나(<국제신문> 2014년 9월 4일자 '해운대 <동백 아가씨> 노래비 수수께끼 풀었다'), 여전히 부산 시민들 중에도 노래비의 존재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노래로야 <해운대 엘레지>보다 <동백 아가씨>가 훨씬 더 히트한 곡이니, 경위야 어떻든 노래비가 충분히 세워질 만은 하다. 다시 찾은 노래비를 앞으로 잘 관리하고 널리 알리는 데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동백 아가씨> 노래비 또한 두 가지 문제를 짚어 볼 필요가 있는데, 우선 하나는 역시 가사 문제이다. 제2절 '외로운 동백꽃'이 '그리운 동백꽃'으로 잘못 새겨진 것에 대한 보완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동백 아가씨> 노래비가 해운대 인근에 있다고 하면 누구라도 해운대 동백섬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마련일 테고, 아마 구청에서도 그런 취지로 2000년에 노래비를 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동백 아가씨>는 동백섬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점도 짚어 둘 필요가 있다.

1964년에 발표된 <동백 아가씨>는 같은 제목의 영화 주제가로 만들어진 노래다. 당대의 스타 신성일와 엄앵란이 주연을 맡은 영화 <동백 아가씨>는 서울 청년과 섬 처녀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멜로드라마인데, 배경이 되는 섬 장면은 부산 동백섬이 아닌 울릉도에서 촬영했다. 또 영화의 원작이 되는 1963년 라디오 연속극 <동백 아가씨> 또한 울릉도를 배경으로 했으므로, 작품으로서 <동백 아가씨> 연고권은 부산이 아닌 울릉도에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동백 아가씨> 울릉도 촬영을 소개한 <경향신문> 1964년 8월 19일자 기사
 영화 <동백 아가씨> 울릉도 촬영을 소개한 <경향신문> 1964년 8월 19일자 기사
ⓒ 이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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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동백 아가씨> 곡조를 지은 백영호가 부산을 대표하는 작곡가라는 점에서 보면, 해운대에 <동백 아가씨> 노래비가 있는 것이 무리는 또 아니긴 하다. 울릉도이든 동백섬이든, 의미 있는 노래비는 결국 제대로 가꾸는 쪽의 몫이다.


태그:#부산, #노래비, #백영호, #해운대, #동백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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