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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상하이모터쇼가 지난 20일 사전언론공개행사를 시작을 문을 열었다. '격상을 위한 혁신(Innovation for Upgrading)을 주제로 중국을 포함한 총 18개국 2000여개의 완성차 업체와 관련 기업들이 참가했다.
 2015 상하이모터쇼가 지난 20일 사전언론공개행사를 시작을 문을 열었다. '격상을 위한 혁신(Innovation for Upgrading)을 주제로 중국을 포함한 총 18개국 2000여개의 완성차 업체와 관련 기업들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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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에서도 SUV(스포츠실용자동차)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북경) 현대차도 인기가 높은 브랜드 중에 하나죠."

리이아준(32)씨는 현대차 신형 투싼(TLc)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지난 20일 오후 중국 상하이 국가컨벤션센터서 열린 국제오토쇼장. 올해로 16회째를 맞는 상하이모터쇼는 규모 면에서 이미 세계 최대였다. 전 세계 내로라하는 자동차업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현대차 전시관서 만난 그는 베이징의 자동차디자인연구소에서 근무한다고 했다. 중국 업체뿐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 디자인 협업을 한다고 했다.

기자가 '차 외관 등 디자인이 어떤가'라고 묻자, 그는 웃으면서 "고급스럽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이어 기자에게 한국서 나온 투싼 가격이나 디자인 차이 등을 묻기도 했다. 리이아준씨와 동행하던 류구이친(42)씨는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시장서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이는 합작회사가 현대기아차"라고 말했다.

베이징에서 자동차주간지 편집장을 맡고 있는 그는 "베이징 시내에 가면 길거리에 흔히 볼 수 있는 차가 현대차"라며 "소형차 시장에선 성능이나 가격 등에서 현대기아차가 다른 다국적 기업을 앞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진출 13년 만에 1000만대 돌파

중국 상하이모터쇼의 현대자동차 전시관. 현대차는 중국형 신형 투싼을 비롯해 다양한 차종을 선보였다.
 중국 상하이모터쇼의 현대자동차 전시관. 현대차는 중국형 신형 투싼을 비롯해 다양한 차종을 선보였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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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의 이런 급성장을 두고 중국 자동차업계에선 '현대속도(現代速度)'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류구이친씨에게 '현대속도라는 말을 들어봤는가'라고 묻자, 그는 곧장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시장에 자동차 브랜드가 100개가 넘는다"면서 "현대차가 중국에 들어올 때만 해도 지금 같은 성장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한국도 몇 번 가봤다'는 그는 "아마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중국에서도 먹힌 것 아닌가"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성장세는 놀랄 만하다. 우선 자동차 판매 실적부터 보자. 중국 자동차시장 판매 통계인 연석회의 자료를 보면, 올해 3월까지 현대차는 27만9873대, 기아차는 16만641대를 팔았다. 둘을 합치면 44만514대로, 시장점유율 9.6%였다. 폴크스바겐의 96만여 대(20%)에 이은 2위에 해당한다. 지엠은 42만여 대를 팔았다. 세계 1위 자동차업체인 일본 도요타는 10만여 대를 파는 수준에 그쳤다.

작년에도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만 모두 176만6084대를 팔았다. 폴크스바겐과 지엠의 뒤를 이었다. 지난 2010년 연간 판매 대수 100만대를 넘어선 이후, 매년 판매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중국시장 진출 13년 만에 누적판매 대수로 1000만대를 돌파했다. 베이징현대가 654만7297대, 둥펑위에다기아가 345만3479대로 모두 1000만776대를 판매했다.

류구이친씨에게 '현대기아차 1000만대 판매' 이야기를 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기자에게 언제 1000만대 돌파했는지 구체적인 날짜를 물으면서, "(사실이라면) 아마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으로 최단 시간에 (1000만대) 판매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도 단일 국가에서 1000만대 판매 달성은 한국(1996년), 미국(2011년)에 이어 세 번째다.

"도요타의 두려움이 악몽으로" 왜 현대기아차인가

현대차는 이번 상하이모터쇼에 중국형 신형 투싼(TLc)를 공개했다.
 현대차는 이번 상하이모터쇼에 중국형 신형 투싼(TLc)를 공개했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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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가능했을까. 현대기아차가 중국에 진출한 것은 지난 2002년. 류구이친씨는 "외국 자동차회사가 중국에 진출하려면 (중국 내) 회사와 반드시 합자회사를 설립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그해 5월 중국 국영기업인 베이징 기차와 함께 '베이징현대'를 세웠다.

이후 그해 10월 중국 정부로부터 승용차 생산 허가를 받은 후, 12월부터 EF쏘나타(현지명 밍위)를 생산했다. 불과 2개월여 만에 중국시장에 자동차를 내놓은 것. 기아차도 당시 3자 합자회사인 '둥펑위에다기아'를 만든 후, 국내 구형 엑센트 개조차인 '천리마'를 출시했다. 이때부터 업계에서 '현대속도(現代速度)'라는 말이 나돌기 시작했다.

연태경 현대차 이사는 "2002년 진출 첫해 판매 대수는 3만2000여 대 수준으로 미미했다"면서 "이후 공장증설 등 대규모 투자와 함께 중국시장에 맞는 전략차종을 개발해 시장공략에 적극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로 현대기아차의 성장세는 두드러졌다. 당시 현대차는 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 시내 택시 6만7000대 시장에 들어갔다. 이후 쏘나타와 아반떼가 표준사양으로 채택되면서, 베이징 택시 절반 정도가 현대차로 바뀌었다. 류구이친씨는 "베이징 택시가 현대차로 대거 바뀌면서 예전 (베이징) 택시 이미지도 크게 개선됐다"면서 "현대차 제품 인지도 역시 좋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 국제모터쇼장에 전시된 글로벌 업체들의 차들.
 상하이 국제모터쇼장에 전시된 글로벌 업체들의 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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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미국 유력 경제잡지인 포춘지는 "일본 도요타의 두려움은 이제 악몽으로 변했다"면서 "현대차의 발전은 속도 위반 딱지를 뗄 정도다"라고 평가했다. 중국을 비롯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급성장하는 현대차를 조명하는 기사였다. 특히 중국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도요타와 대비되는 현대차를 높게 평가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대차의 성공 요인으로 '현지화'를 꼽는다. '현대속도'라는 현대차의 발전 이면에는 철저한 중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자동차 개발과 생산이 깔려있다. 현대차 중국법인 관계자는 "한국에서 생산된 차들이 기본베이스를 이루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전혀 다른 차들도 많다"고 소개했다. 중국 현지인들의 취향에 맞게 차체를 키우고, 디자인도 좀 더 화려하게 바뀐다. 또 중국 각 지역에 맞는 편의사양도 따로 적용해 내놓는다.

폴크스바겐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다

준중형급인 아반떼를 개조한 '랑둥'과 중국에서만 팔리는 기아차의 K2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3년 8월 나온 랑둥은 신형 아반떼 MD를 개조한 차다. 크기도 국내 차량보다 훨씬 키웠고, 각종 첨단 안전편의사양도 갖췄다. 랑둥은 출시 1년 만에 20만대 이상이 팔리면서 폴크스바겐의 라비다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아차 역시 소형차 K2를 중국 전용으로 개발했고, K3 개조차 등도 시장에 내놓았다. 이들 두 차종으로만 올 3월까지 100만대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속도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으로 올라선 중국은 이미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의 전쟁터가 된 지 오래다. 폴크스바겐을 비롯해 지엠 등도 충칭과 창샤 등지에 수십만 대 생산을 위한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다. 현대기아차 역시 지난 3일 허베이 성 창저우에 30만대 규모의 신규공장 착공에 들어갔고, 서부지역인 충칭에도 같은 규모 공장을 짓는다.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계획대로라면 내년이면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만 179만대를 만들어낸다. 이는 폴크스바겐(349만대)과 지엠(233만대)에 이은 3위 수준이다. 김태윤 베이징현대 총경리(부사장)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창저우에 이어 충칭에도 30만대 규모 공장을 짓는다는 것은 향후 중국 남서부 시장도 적극 공략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를 중심으로 사실상 남서부 시장을 주름잡는 곳은 폴크스바겐이다.

기아차가 중국시장을 공략하기위해 내놓은 소형차 K2.
 기아차가 중국시장을 공략하기위해 내놓은 소형차 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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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경리는 "이번 상하이 모터쇼에 내놓은 중국형 '올뉴 투싼'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면서 "승용차뿐 아니라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큰 중국 내 SUV 시장에서도 시장지배력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싼타페와 스포티지R 등을 통해 그동안 중국 SUV 시장을 꾸준히 공략해왔다. 중형급 SUV 시장에선 올 3월까지 2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소형 SUV인 현대차 아이엑스25(ix25), 기아차는 케이엑스3(KX3) 등을 추가로 내놓을 방침이다.

물론 현대속도가 언제까지 말 그대로 '속도'를 낼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 글로벌 업체들끼리의 경쟁도 심화하고 있고,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들의 경우 아직 디자인이나 기술 등에서 현대기아차와 차이를 보이지만 가격 경쟁력은 월등하다. 자동차 품질 등도 매년 크게 향상되고 있다.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 스스로 중국 현지업체들의 차 품질이 과거보다 상당히 좋아졌다고 인정할 정도였다. 물론 그 역시 "품질 수준은 아직 우리(기아차)가 우위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업체들이) 어떻게 반값에 차를 만드는지 연구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 중국 자동차의 가격경쟁력에 경계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중국 진출 13년 만의 1000만 대 판매. 현대속도는 분명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 이상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중국 스마트폰 샤오미의 추격으로 휘청거렸다. 이것 역시 예상 밖이었다. 현대기아차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프리미엄 업체와 중국 후발업체 사이에서 '현대속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중국 상하이오토쇼2015에 나온 중국 렌드윈드사의 중형 SUV.
 중국 상하이오토쇼2015에 나온 중국 렌드윈드사의 중형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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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현대기아차, #상하이모터쇼, #중국, #폴크스바겐, #도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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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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