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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2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2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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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성완종 두 번 특별사면' 수사를 지시한 데에 검찰 특별수사팀은 수사원칙을 내세우며 반응을 자제했다. 하지만 "부적절한 가이드라인"이라는 검찰 안팎의 지적이 쏟아졌다.

박 대통령은 28일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을 통해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에 대한 2005년 5월과 20007년 12월 두 차례의 대통령 특별사면을 언급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진실을 밝히고 제도적으로 고쳐져야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민도 납득하기 어렵고, 법치의 훼손과 궁극적으로 나라 경제도 어지럽히면서 결국 오늘날 같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는 계기를 만들었다"며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근본 원인이 '두 차례의 특별사면'에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성완종 리스트 속 8인만 아니라, 이전 정권 사람들도 수사하라'고 검찰에 지시한 거나 다름없다.

검찰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두 차례의 특별사면' 수사 가능성을 열어놨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날 "수사팀 출범 때 '수사의 시작은 (성완종)리스트다. 리스트에 기초한 수사이지, 리스트에 한정된 수사는 아니다'고 했는데 여전히 입장이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사팀은 항상 수사만 생각한다. 지금 현재 더 가치 있는 증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만 생각하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고 주장한 당사자(성 회장)가 없는 상황이라 증거확보에 주력할 뿐, 특별사면 관련 의혹까지 수사를 확장시키기엔 어려움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이 성 회장의 특별사면 의혹을 콕 집어 수사지시 했지만 검찰이 즉각 움직이지는 않는 셈이다. 특별사면 관련 의혹은 수사의 본류가 아닐 뿐 아니라 수사하고 싶다고 무작정 착수할 수 없는 사정도 있다.

"돈 준 증거 없는 한 특별사면 수사착수 어려워"

특별수사팀과 관련이 없는 검찰의 한 관계자는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통치권에 속하는 사안이고, 법으로도 이런 건 해도 되고 이런 건 하면 안 되고를 정해놓은 기준이 없어서 위법 여부를 판단할 근거가 없다"며 "만약 당시 정권의 인사가 새로 들어설 정권으로부터 부탁을 받아서 누구를 사면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해도 대통령 권한을 행사한 데에 불과해서 수사대상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만약 (성 회장) 자필로 누구한테 사면 대가로 돈을 줬다고 써놓은 증거나 관련 정황이 발견되지 않는 한 수사착수는 어렵다"고 단언했다. 또 "정치공세에 불과한 말에 수사팀이 움직일 걸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뭔가가 나와서 대통령이 그런 말씀을 하신 거냐"고 되물었다. 그는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가 옳다 그르다 하는 법적인 기준은 없다"며 "사면을 대가로 금품이 오고간 정황이라든지 그런 게 드러난 게 없는데 특별사면 부분 진실을 밝히란 건 대통령이 수사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인 금태섭 변호사는 "대통령이 특별사면권을 정치적으로 행사했다는 건 언제나 논란이 돼 왔고 비판하는 건 가능하지만, 수사를 해서 처벌할 수 있는 여지는 적다"며 "누군가 돈을 받고 사면명단에 포함시켰다든지 하는 증거가 없는 이상 성완종 리스트 수사와 동일선상에 놓을 수 없는 사안"이라고 논평했다.

늘 "수사논리대로 간다"고 강조해온 특별수사팀으로선 금품수수 등 결정적 증거 확보 없이는 성 회장의 특별사면 의혹 수사에 착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별수사팀은 이날 이완구 전 국무총리측과 홍준표 경남도지사측 실무자에 29일 참고인 소환조사를 통보, '리스트 8인' 수사를 본격화할 태세인데 수사력을 분산시키기도 쉽지 않다.  

"대통령이 저런 말 하면 시민들은 '뭔가 나왔구나' 생각"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박 대통령이 굳이 특별사면 의혹을 밝혀내라고 한 의도는 정치적 이득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특히 재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상황이라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 변호사는 "대통령이 한 말은 시민들이 듣기에는 '수사과정에서 특별사면 과정과 관련된 뭔가가 나왔기 때문에 대통령이 저런 말을 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고 했다. '성완종 리스트 속 8인'이 모조리 박 대통령의 측근이거나 여당 정치인이어서 이 사태의 근본원인을 야당과 전 정권에 전가해 선거 악재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라는 애기다.

박 대통령의 말을 '선거용'으로 간주한다 해도 향후 특별수사팀의 행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제기된다. 금 변호사는 "검찰이 특별사면 의혹 수사에 본격 착수할 가능성은 적어 보이지만, 대통령의 말에 수사팀이 영향을 받을 순 있다"며 "'왜 여당에만 초점을 맞추느냐'는 걸로 들린다면 수사팀에게는 야당 쪽으로 수사의 폭을 넓히라는 압박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도 "대통령 말이니 수사팀이 가이드라인으로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라며 "검찰총장이든 수사팀장이든 책임의식을 갖고 수사가 정도대로 가도록, 거침없이 나아가지 않으면 수사결과가 정치적 논란에 휩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태그:#특별사면, #성완종, #박근혜, #수사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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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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