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가짜 독립운동가 의혹을 받고 있는 김정수의 묘(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 김정수의 본적은 평북 영변군 용산면이다. 하지만 묘비에는 진짜 독립운동가인 김정범의 원적지인 '평북 초산'이라고 새겨 넣었다. 이 묘는 가짜 의혹을 제기한지 17년 째 건재하다. 오히려 지난 해 12월에는 그의 처를 합장했다.
 가짜 독립운동가 의혹을 받고 있는 김정수의 묘(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 김정수의 본적은 평북 영변군 용산면이다. 하지만 묘비에는 진짜 독립운동가인 김정범의 원적지인 '평북 초산'이라고 새겨 넣었다. 이 묘는 가짜 의혹을 제기한지 17년 째 건재하다. 오히려 지난 해 12월에는 그의 처를 합장했다.
ⓒ 김세걸

관련사진보기


"이게 말이 됩니까?"

'가짜 독립운동가'를 고발한 김세걸(68, 독립운동가 김진성의 장남, 현 서울 노원구 거주)씨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는 17년 전인 1998년 서울 동작동 애국지사묘역 181번에 묻혀 있는 '김정수'를 '가짜 독립운동가'라며 국가보훈처(이하 보훈처)에 구두로 문제를 제기했다. 김씨는 '조사해 보겠다'는 보훈처 관계자의 말을 믿고 이듬해 3월 중국 북경으로 떠났다.

그는 지난 2013년 9월 한국으로 돌아와 동작동 국립묘지를 찾았다가 여전히 건재한 '김정수'의 묘역을 보고 분개했다. 직접 관련 자료를 모아 지난 해 9월 보훈처에 '김정수'를 서면 고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팩트TV>가 집중기획을 통해 '가짜 독립운동가 김정수'를 고발하는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보훈처는 서면 고발을 접수한 지 8개월째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1998년으로 따지면 17년째다. 

보훈처, '한 사람'  독립운동 공적에 서훈은 '두 사람'에게 

 <동아일보>1933년 2월 8일자 '참의부원 김정범 공판, 검사 10년 구형' 제목의 기사에는 자세한 혐의 내용과 함께  '지난 6일 (평북)초산군 동면 화풍리 태생인 김정범에 대한 공판에서 검사가 10년형을 구형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동아> 기사에는 '김정수'라는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보훈처는 '김정수'가 '김정범'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는 후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김정수'에게 서훈을 수여했다. 왼쪽 아래 사진은 당시 기사 속 주인공인 '김정범'이다.
 <동아일보>1933년 2월 8일자 '참의부원 김정범 공판, 검사 10년 구형' 제목의 기사에는 자세한 혐의 내용과 함께 '지난 6일 (평북)초산군 동면 화풍리 태생인 김정범에 대한 공판에서 검사가 10년형을 구형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동아> 기사에는 '김정수'라는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보훈처는 '김정수'가 '김정범'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는 후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김정수'에게 서훈을 수여했다. 왼쪽 아래 사진은 당시 기사 속 주인공인 '김정범'이다.
ⓒ 심규상

관련사진보기


보훈처는 1968년, 평안북도 영변군 용산면 출신인 김정수(1909∼1980)에게 항일조직인 참의부 등에서 항일투쟁 활동을 한 공로로 건국훈장 애국장(현 독립장, 3등급)을 수여했다. 보훈처는 공훈근거로 <동아일보>(이하 <동아>) 1933년 보도를 제시했다.

1933년 <동아>의 2월 8일자 '참의부원 김정범 공판, 검사 10년 구형' 제목의 기사에는 자세한 혐의 내용과 함께 '지난 6일 (평북)초산군 동면 화풍리 태생인 김정범에 대한 공판에서 검사가 10년형을 구형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동아> 기사에는 '김정수'라는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보훈처가 <동아> 기사를 근거로 '김정수'에게 서훈을 준 것은 '김정수'가 '김정범'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는 후손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때문이다.

그러나 보훈처는 지난 2009년 같은 1933년 <동아> 보도를 근거로 이번에는 '김정범'(1899∼미상)에게 애국장(4등급)을 수여했다. 한 사람의 공적을 놓고 두 사람에게 이중으로 포상을 한 것이다. 둘 중 한사람은 가짜였지만 보훈처는 훈장을 수여하면서 아무런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관련기사: 가짜 독립운동가 논란, '대전 김태원' 말고 또 있다).

17년 전 의문을 처음 제기한 김씨는 둘 중 1968년 독립장을 받은 '김정수'를 가짜로 지목했다. '김정수'는 기사 속 '김정범'과 나이가 10살이나 적다. 원적 또한 김정범이 '평북 초산'인 반면 김정수는 '평북 영변'으로 다르다. 두 사람은 생김새도 확연히 다르다.

이는 서훈을 받은 독립운동가 '대전 김태원'이 '평북 김태원'과 나이와 출생지가 서로 다른데도 같은 사람이라며 서훈을 준 사례와 유사하다.  

보훈처, '가짜 독립운동가' 신고하자 오히려 국립묘지에  유족 합장

 국가보훈처가 밝힌 독립운동가 김정범의 공훈록(왼쪽)과 가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정수의 공훈록(오른쪽). 두 사람의 공훈내용이 유사하고 근거서류가 같아 한쪽이 가짜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국가보훈처가 밝힌 독립운동가 김정범의 공훈록(왼쪽)과 가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정수의 공훈록(오른쪽). 두 사람의 공훈내용이 유사하고 근거서류가 같아 한쪽이 가짜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 심규상

관련사진보기


의혹을 제기한 김씨는 보훈처에 "'김정수'의 서훈 취소와 파묘는 물론 그의 가족이 받아간 보훈연금을 회수하라"고 거듭 요구하고 있다. 또 "그의 유족을 사기죄로 법적 처벌 하라"고 촉구했다.

'김정수'의 미망인인 송 아무개(2014년 12월 사망)씨는 지난해 11월 <팩트TV>와 한 인터뷰에서 "그 때는 이름을 하루 열두 번도 더 바꿨다고 하는데 잘은 모르겠다, 다 나라에서 어련히 심사하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보훈처는 지난해 12월 '김정수'의 처가 사망하자 그를 국립묘지에 합장했다. 보훈처는 또 김정수의 유족들에게 보훈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보훈처는 그러면서도 최근 김씨에게 보낸 회신을 통해 "현재 '김정범'과 '김정수'의 활동기록을 비교 검토 중"이라며  "김정수 (후손) 측에 소명 기회를 부여한 후 종합 검토 후 결정할 사안이므로 일단 귀하의 의견은 편의상 '불채택'으로 표기하겠다"고 밝혔다. 

보훈처 대변인실은 <오마이뉴스>에도 "두 사람의 활동 기록을 비교해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김씨는 "상식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짜가 어느 쪽인지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을 전문기관인 보훈처가 17년 동안 '검토 중'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이어 "보훈처는 유족연금 지급 중지 등 최소한의 우선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짜 독립운동가' 의혹 '김정수', '가짜 김진성' 만들기에도 관여했나?

가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정수'는 또 다른 독립운동가의 공적을 가로채는 데도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서울 동작동 현충원 묘역에는 원래 30년 동안 '가짜 독립운동가 김진성'(1913∼1961)이 묻혀 있었다. 1968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은 '가짜 김진성'이 '진짜 김진성'의 공적을 가로 챈 것이다. 국가보훈처는 '진짜 김진성'의 후손이 나타나자 지난 1998년 묻혀 있던 '가짜 김진성'을  파묘한 후, 그 자리에 진짜 애국지사 '김진성'(1913∼1950)을 안장했다. '진짜 김진성'의 장남이 바로 '김정수'를 가짜라고 고발한 앞의 김세걸씨다.

김씨는 '가짜 김진성'을 만드는 일에도 '김정수'가 관여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정수'의 세 아들의 이름이 파묘 전 '가짜 김진성'의 묘비에 나란히 조카로 새겨 있기 때문이다. 김정수가 '가짜 김진성'과 연관돼 있다고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김정수의 미망인인 송씨는 앞서 <팩트TV>와 한 인터뷰에서 '가짜 김진성'의  묘비에 세 자녀의 이름이 새겨 있는 데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보훈처, 허위 신고하고 연금 타먹은 '가짜 유족' 왜 처벌 안 하나

 가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정수(왼쪽)와 김정범(오른쪽). 얼굴 생김새는 물론 출생지도 다르다.   김정수가 '평북 영변'인 반면 김정범은 '평북 초산'이다. 나이또한 10살이나 차이가 난다.
 가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정수(왼쪽)와 김정범(오른쪽). 얼굴 생김새는 물론 출생지도 다르다. 김정수가 '평북 영변'인 반면 김정범은 '평북 초산'이다. 나이또한 10살이나 차이가 난다.
ⓒ 김세걸

관련사진보기


가짜임에도 보훈처에 '김진성'의 딸이라고 허위 신고해 독립유공자 후손으로 행세하며 보훈연금을 받아 챙긴 장본인은 김재원(70)씨다. 애국지사 '진짜 김진성'은 1935년 7월, 일경에 체포돼 무기징역을 받고 옥고를 치르다 광복이후인 1945년 9월 출옥했다. 그런데 그의 딸이라며 보훈연금을 받아 챙긴 김재원씨는 1945년 7월 생이다. '진짜 김진성'이 옥살이를 하는 동안 태어났다는 어이 없는 주장이지만 보훈처는 아무 의심 없이 친 딸로 보고 유족 연금을 비롯해 각종 혜택을 줬다. 게다가 김재원씨 본적은 '평북 영변군 용산 216번지'로 '김정수'와 동일하다.

김정수 일가는 3대에 걸쳐 5명이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았다. 가짜로 드러난 '김진성'과 가짜 독립운동가로 의심받는 '김정수' 외에도 김관보(1968년 독립장, 김정수의 부친), 김병식(1968년 독립장, 김정수의 숙부), 김낙용(1963년 독립장, 김정수의 조부) 3명이다. 

김정수 일가 나머지 3명은 독립운동가 맞아?

이해할 수 없는 건 보훈처의 태도다. 보훈처는 '가짜 김진성'의 실체가 처음 드러난 1993년 이후 22년이 지난 지금까지 누가 사건 조작에 관여했는지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 가짜 독립운동가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이는 당사자들에게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가짜 김진성의 묘비에 세 아들의 이름을 새겨넣은 것으로 보이는 '김정수'와 '진짜 김진성'의 친딸 행세를 한 '김재원'이 어떤 관계인지도 알아낸 게 없다. '김정수'가 1980년 사망했고, 연금을 받아 챙긴 김재원이 '행방불명'이라는 게 그 이유다.

김씨는 "보훈처의 행태를 지켜보다 천불이 올라와 속이 터질 지경"이라며 "보훈처 관계 공무원들을 모조리 사법기관에 고소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훈을 받은 김정수의 부친과 숙부, 조부에 대해서도 공적을 재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훈처는 <오마이뉴스>가 나이와 출생지가 서로 다른 '대전 김태원'과 '평북 김태원'을 동일인으로 보고 '대전 김태원'에게 서훈을 준 근거자료 공개를 요청한 데 대해 '공개될 경우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비공개했다.

[관련 기사]

[독립운동가 진위 논란①] '훈장'까지 받은 독립운동가, 행적이 의심스럽다
[독립운동가 진위 논란②] 수정액으로 '독립운동 행적' 삭제... 누가, 왜?
[독립운동가 진위 논란③] '대전 김태원', '안성 김태원' 독립운동 행적 중복
[독립운동가 진위 논란④] 국가보훈처, 독립운동가 공적 '부실 심의' 했나
[독립운동가 진위 논란⑤] 보훈처 '엉터리 심의'에 광복회 회원들 뿔났다
[독립운동가 진위 논란⑥] 민족문제연구소, 의혹 독립운동가 '검증' 나섰다


댓글9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