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 11시 JTBC <나홀로 연애중>의 뒤를 잇는 것은 새로운 관찰 예능 <엄마가 보고 있다>이다. '세대 간 소통의 부재가 화두가 되는 시대, 자녀들의 치열하고 고단한 하루를 그들을 궁금해 하는 엄마가 지켜보며 그들의 좌절과 극복의 과정을 공감하고자' 하는 <엄마가 보고있다>는 말 그대로 자녀의 24시간을 엄마가 지켜보는 '관찰 예능'이다.

사생활 침해와 엄마의 관심 사이에서

지난 25일 방송된 첫 회, 프로그램의 취지를 설명하자 대뜸 출연진 중 김부선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이처럼 연예인이 아닌, 본인이 동의하지 않는 개인의 24시간을 프로그램으로 온전히 보여주는 것은 분명 '프라이버시 침해'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그런 취약한 '관음'의 토대를, '나도 엄마의 품을 떠난 내 딸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하다'는 엄마의 숨길 수 없는 관심이 추동한다. 그래서 <엄마가 보고있다>는 첫 회에서 보이듯이, '취업준비생의 하루'라는 다큐를 빙자하여 출연자를 지켜보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취득한다.

그럼에도 제 아무리 엄마라 한들, 이제는 '엄마의 품'을 떠날 나이가 된 '성인' 자식들의 하루를 엿보는 예능의 정당성을 어떻게 구하랴. 물론 자식이 결혼을 해서도 끼고 사는, 아니 역으로 결혼을 해서도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부모에게 의지하고 사는 '캥거루족'이 등장하는 세상에서 부모가 자식의 하루를 보고 싶다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엄연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부모가 넘볼 수 있다는 정당성을 설득해 가는 것이 <엄마가 보고있다>의 관건이다.

그 '관건'을 위해 프로그램이 선택한 것은 38세 취준생의 하루이다. 취업준비생 200만 명 시대, 대학 문을 나선 순간 상당수가 '취업'이 아니라 취업준비생이 되는 시대, 심지어 30대 취업준비생이 20만 명인 시대에, 내일 모레 마흔을 바라보는 38세라는 극한의 나이의 취준생을 들이민다.

고향 대구를 떠나온 지 8년, 엄마는 아들의 집을 가보지 못했지만 아들에게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친구 오피스텔에 얹혀 살며 친구가 잠을 깰까봐 아침을 물 한 잔으로 때우는 그의 처지가 그런 것이다. 아침부터 취업 정보를 알려주는 구직센터로 향하는 그는 빈속이다. 그의 첫 끼니는 구직센터의 상담을 끝내고 느지막이 대학원 수업을 듣는 학교식당의 가장 싼 2500원짜리 도시락이다. 그것이 첫 끼니이자, 유일한 하루 식사이다. 심지어 300원짜리 커피 자판기가 되지 않자, "커피는 사치"라며 건너뛰는 것이 그의 형편이다.

그러면서도 걸려온 엄마의 전화에 "밥 많이 먹었다"고 대답하는 아들, 오랜 병치레를 하는 아버지를 돌보는 어머니. 경제적 능력이 없는 부모님을 돌보기 위해서는 250만원의 월급이 필요하다는 장남의 숨은 사연이 엄마와 패널들, 그리고 시청자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며, 지켜보길 잘 했다는 정당성에 안심을 하게 만든다.

38세 취준생의 서글픈 하루를 통한 설득

<엄마가 보고있다>는 이렇게 취준생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카드를 내보이며, 그리고 고향을 떠난 자식이 밥 한 끼라도 제대로 먹는지 노심초사하는 엄마의 마음을 들어, 자식의 24시간을 지켜보는 일을 설득해낸다. 비록 취준생이라기엔 너무 늦은 38세의 장남의 현재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이 오간다 해도, 고향을 떠나 8년째 객지에서 소식도 없이 살아가는 아들의 형편에 목말라 하는 엄마의 마음을 전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과연 이런 극적인 사연을 매회 어떻게 이어갈지가 색다른 관찰 예능의 관건이지만, 벌써 '사연모집'란을 가득 메운 엄마들의 신청 접수 건을 보면, 대한민국 엄마들의 자식을 향한 열렬한 관심은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시청자 게시판에서 보이듯이, 혹시나 내 엄마가 신청할까 두려운 자식들의 마음이 <엄마가 보고있다>의 또 다른 복병이기는 하다. '품 밖의 자식이라도 알고 싶은' 엄마의 마음, '이제는 다 컸으니 알아서 하게 뇌두세요' 하는 자식의 반응, 과연 이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워 나갈 것인가, 그것이 숙제이다. 

그런 기본적인 정당성 외에, '예능'으로서 <엄마가 보고있다>의 첫 발은 아직 서투르다. 화려한 '신스틸러' 배우들을 모아놓은 시끌벅적한 오프닝에 비해, 패널인지 MC인지 모를 이들의 쓰임새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초반 토크는 재미있었지만, 상황극을 위한 출연이라기엔 그들의 존재가 너무 무겁다. 또한 눈물을 함께 쏟아내기 위한 초빙자라기엔 너무 수가 많다. 이 쟁쟁한 '신스틸러'들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엄마가 보고있다>의 예능으로서의 향방이 점쳐지지만, 막상 아들의 24시간을 지켜보는 '관찰'에 기초를 둔 이 다큐성 예능에 그들의 자리가 그리 넓어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어설픈 상황극 이후에 엄마가 들고 나온 한 상으로 마무리되는 엔딩은 썰렁했다. '엄마에게 자식의 24시를 알려주는 것' 외에 정당성에 대한 고민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