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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박 3일 일정으로 철학하는 예술가 협동조합 회원들이 모여 양수리 두물머리로 농활을 다녀왔다. 오랜 세월 4대강 사업에 맞서 두물머리를 지켜왔던 4인(임인환, 서규섭, 김병인, 최요왕)을 응원하기 위해 갔떤 농활이었다. 하지만 되레 고취돼 돌아왔던 여행이었다.

모두가 이미 취기가 돌아 한 곡씩 뽑은 늦은 밤. 나는 자정이 다 돼서야 양수리에 도착했다. 전철에서 내리자마자 어디선가 흘러드는 달달한 향기가 콧속을 감돌았다. 그 향기의 주인을 찾고 싶었으나 어두운 밤 한가운데…. 그 무엇도 찾을 수 없었다. 적막한 달콤함. 그래서 나는 그 향기에 더욱 빠져 들었나 보다.

달콤함의 정체는 다음 날 비닐하우스에서 만날 수 있었다. 바로 두물머리 '딸기'였다. 그곳에 들어서자마자 첫 날밤 나를 사로잡았던 그 향기가 밀려왔다. 녹색의 강줄기 위로 하얀 꽃이 만개하고 빨간 딸기잼이 흐르는 삼색의 향연이 펼쳐졌다. 차마 내 그곳을 꿈엔들 잊힐리야.

잔인한 손작두

방금 수확한 딸기 일을 하면서 하나씩 따먹지 않을 수 없는 두물머리 딸기.
▲ 방금 수확한 딸기 일을 하면서 하나씩 따먹지 않을 수 없는 두물머리 딸기.
ⓒ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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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첫날이기에 우선은 딸기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배웠다. 방춘배, 김인환 그리고 김병인 농부가 차례차례로 자세한 설명을 들려줬다. 비닐하우스 딸기의 수확 시기는 대략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다. 딸기가 열리기 시작하면 뒤늦게 핀 꽃이나 열매를 솎아주는 작업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시범…. 우리가 해야 할 일이었지만, 너무나 '잔인한' 일이었다.

아기자기 방울방울 열린 연둣빛 열매의 목을 잔인하게 쳐야 한다니, 동백꽃이 떨어지는 슬픔만큼이나 아프게 다가온다. 하지만 잔인한 우리의 손작두는 점차 기계적으로 변해갔다. 100개의 어린 딸기의 모가지가 우리 손에 처참히 날아갔다. 100개의 아름다운 꽃들이 잘려나갔다.

농사가 곧 예술이다

퇴비 뿌리기 퇴비를 뿌리는 우리들의 자태는 아름답다 못해 성스럽기까지 했다.
▲ 퇴비 뿌리기 퇴비를 뿌리는 우리들의 자태는 아름답다 못해 성스럽기까지 했다.
ⓒ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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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했던 우리들의 작업은 고추밭 정리와 퇴비뿌리기 작업이다. 편을 갈라 두 개의 모둠으로 쪼개졌다. 1팀은 고추밭 정리, 2팀은 퇴비뿌리기였다. 퇴비작업은 냄새나는 똥을 푸는 일이라 생각하고 모두 기피했다. 어쩔 수 없이 '가위바위보'로 정해졌는데, 예상외의 전개가 이뤄졌다. 막상 우리가 뿌리는 퇴비는 개밥사료처럼 생긴 무취한 알맹이들이었다.

커다란 포대에 담긴 퇴비를 밭 곳곳에 위치한 뒤 낫으로 포대 입구를 잘랐다. 그리고 장갑 낀 손으로 한가득 퍼서는 사방으로 뿌리는 작업이었다.

퇴비 뿌리는 우리들의 자태는 아름답다 못해 성스러웠다. 이 땅에 양분을 전해주고자 내려온 검은 천사들의 몸짓을 꿈엔들 잊힐리야.

농사가 곧 예술이었다. 땅을 갈고 퇴비를 뿌리며 지푸라기를 나르는 행위예술이자, 노랗게 익어가는 곡식들의 시각예술이며, 수확하며 흥얼거리는 청각예술, 자연을 벗하고 살아가는 가장 본질적인 삶의 예술이었다. 그러니 이 땅에 농부가 사라진다면 예술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딸기 샐러드

딸기 샐러드 맛있는 카레와 함께 먹었던 딸기 샐러드
▲ 딸기 샐러드 맛있는 카레와 함께 먹었던 딸기 샐러드
ⓒ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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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하고 난 후 먹는 밥은 凱(즐길 '개')꿀맛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하얀 접시에 푸짐하게 담긴 딸기 샐러드. 우린 딸기씨앗 한 톨까지 남김없이 흡입했다.

마지막날 밤은 서규섭 농부의 집에서 다함께 잠을 청했다. 첫날밤처럼 거하게 한 잔씩 들이키고 돌아가며 노래 한 곡씩 다시 뽑았다. 취기가 돈 그들의 노래를 감상하는 재미는 쏠쏠했다. 그렇게 노래 릴레이가 끝난 뒤, 모두들 피곤했는지 숙면을 취했다. 나도 딸기 밭을 날아다니는 꿀벌이 되는 꿈을 꾸며 깊이 잠들었다(딸기 꽃엔 꿀이 없다는 게 함정이지만…, 나는 꽃보단 딸기를 훔쳐 먹었다). 꿈엔들 잊힐리야.

다음날 오전에는 서 농부의 딸기밭 정리 작업을 도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음 일정을 얘기나누며 헤어졌다. 곧 다가올 예술기행을 고대하며 2015년 봄 농활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오는 25일부터 26일, '철학하는 예술가 협동조합'은 4·3 예술기행을 하기 위해 제주도를 찾아간다.

덧붙이는 글 | '철학하는 예술가 협동조합'은 홀로 예술 활동을 하는 청년 작가들의 모임이다. 예술가가 ‘할 수 있는 일’, 예술가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단체다. 올해 3월에는 <농사가 예술이다.> 봄 농활이 있었다. 이어서 4월에는 <4.3 Art Shaman>이라는 제주 4.3 기행이 있을 예정이고 5월에는 <진실을 인양하라>라는 추모행진 참여 계획이 있다. 6월에는 <우리가 밀양이다>가 있으며, 7월에는 예술가들이 모여 함께 포럼을 기획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글은 철학하는 예술가 소식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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