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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접어서 박 교사에게 보낸 노란 배.
 인천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접어서 박 교사에게 보낸 노란 배.
ⓒ 박아무개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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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교육청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2심 재판을 받고 있는 교사 4명이 일하는 학교에 22일 오전 11시쯤 직위해제 처분서를 보냈다. 처분서를 받은 교사들은 서너 시간 만에 짐을 싼 뒤, 곧바로 학교를 떠나야 했다.(관련기사 : 이청연 인천교육감, 전교조 교사들 '직위해제' 통보)

직위해제 명령 시한을 이날까지로 못 박은 교육부가 인천교육청이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이청연 교육감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뒤 벌어진 일이다. 이날 갑자기 헤어질 담임교사들을 생각하며 교실은 울음바다를 이뤘다고 한다.

22일, 이 지역 한 중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아온 박아무개 교사는 "학기 중에 갑작스레 직위해제 처분서를 보내 당일로 그만두라고 하니 학생들과 인사할 시간도 제대로 갖지 못했다"면서 "학생들이 '언제 다시 오냐'고 묻기에 '첫눈이 오기 전에 다시 오겠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교사는 "인천교육청이 교육부의 압력에 굴복해, 학생들이 받을 충격보다는 자신들이 받을 충격만 생각한 것 같아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담임이 학교를 떠나자 학생들은 다음 날인 23일 박 교사에게 수십 개의 '노란색 종이배'와 편지를 써서 보냈다. '다시 돌아오라'는 뜻으로 노란색을 선택한다고 한다. 학생들은 박 교사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오늘(22일)도 그런 일 계신 줄 모르고 떠들고 수업태도 정말 안 좋았는데 죄송해요. 선생님 다시 돌아오세요. 정말 사랑합니다."
"갑작스럽게 가신다 해서 제가 선생님께 죄송한 게 너무 많고 좀 더 나은 모습을 못 보여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직위해제 통보 뒤 서너 시간 만에 학교 떠나... "첫눈 오기 전에 돌아올게"

인천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을 맡다가 직위해제된 최아무개 교사도 "소식을 들은 학생들이 막 울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말했다. 이번에 직위해제된 4명의 교사 가운데 3명은 담임을 맡고 있었다. 1명은 병휴직 상태였다.

그동안 전교조 인천지부는 "담임을 맡고 있는 교사들을 직위해제하면 학생들이 커다란 상처를 입게 된다"면서 "서울시교육청의 사례처럼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는 징계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확정판결이 난 것은 아니지만 1심에서 형사 처분이 있었기 때문에 인천시교육청에 해당교사들에 대한 직위해제 명령 공문을 보냈다"면서 "국가공무원인 교원의 임용에 대한 사무는 국가사무이기 때문에 교육감은 교육부장관의 요구사항을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박 교사 등 4명의 교사는 2013년 2월 검찰에 의해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구성과 동조,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1월 23일 서울중앙지법 제23형사부는 해당 교사들에 대해 이적단체 구성과 이적 동조 혐의 모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해당 교사들은 지난 1월 26일 항소를 제기해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인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가 행정명령이라는 강한 수단을 써서 어쩔 수 없이 직위해제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교육사회단체들은 이날 오후 6시 인천교육청에 모여 직위해제 조치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박 교사는 이날부터 다음과 같은 2가지 요구사항을 내걸고 인천교육청 앞마당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충격받은 아이들에게 사과하라. 갑작스런 직위해제 철회하라."

○ 편집ㅣ최규화 기자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교사 직위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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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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