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거미

가수 거미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지난 2014년을 휩쓸었던 MBC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는 '1990년대의 재조명'이라는 성과를 남겼다. 많은 이들은 그 시절의 노래를 들으며 그때를 그리워했다. 가수 거미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중심은 달랐다. '토토가'가 흥겨운 댄스곡을 통해 그 시절을 소환했다면, 거미는 남자 가수들에게서 답을 찾았다. 한동준, 이현우, 신승훈, 녹색지대에 '절친' 박효신의 노래까지 거미의 목소리로 재탄생했다.

거미가 다시 부른 '너를 사랑해' '해줄 수 없는 일' '헤어진 다음 날' '로미오&줄리엣' '준비없는 이별'은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곡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곡 못지않게 리메이크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거미는 이런 부담감에 짓눌리기보다 '음악적으로 어렵게 접근하지 말자'는 원칙을 세웠다. 변화를 느끼게 하기 위해 이런저런 장치를 더하지 말고 목소리 그 자체로 승부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 결과, 대중은 거미가 부른 리메이크곡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신승훈 오빠의 팬이기도 해서 발라드를 (리메이크)하려고 했는데 바꾸기가 너무 어렵더라. 오빠도 알고 있더라. 내가 공연을 많이 하니까 공연 때 신나게 주고받는 곡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로미오&줄리엣'을 골랐다. 나와 어울리는 스타일이기도 했고. 오빠가 리메이크를 허락해주지 않는 분인데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너에겐 허락하노라' 하셨다. 내게 '왜 이 곡이냐'고 묻기도 했는데 답하기도 전에 '알겠다'고 하셨다.(웃음)"

"내 앞에서 노래 들은 박효신, '잘했다'고 해 긴장 풀었다"

 가수 거미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리메이크 앨범 < Fall in Memory(폴 인 메모리) >의 타이틀 곡은 '해줄 수 없는 일'이다. 노래방에 가면 거미는 박효신의 노래를 부르고, 반대로 박효신은 거미의 노래를 부르곤 했다고. 거미는 "(박효신이) 노래를 워낙 잘한다고 인정받는 친구라서 부담이 컸다"면서 "박효신이 내 앞에서 이어폰을 끼고 이 곡을 듣더니 다행히 '잘했다'고 얘기해줬다. 음악에 있어서는 깐깐한 편인데 편곡적인 부분도 마음에 들어 해서 기분이 좋았다"고 미소 지었다.

"'해줄 수 없는 일'은 연습생 시절에 처음 들었다. 그전의 곡들은 피아노를 치던 시절, 막연히 음악을 좋아할 때 혼자 노래하며 즐기던 음악들이다. 반면 '해줄 수 없는 일'은 소문만 듣던 친구가 데뷔한 곡이었다. 리메이크 작업을 하면서 연습생 시절의 추억이 많이 생각났다. 그때의 마음가짐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 시절은 내 인생에서 뭔가를 가장 갈망하고 꿈꿨던 때였다. 용기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때가 제일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번 앨범은 거미가 자신이 좋아했던 곡을 대중과 나누는 기회다. "리메이크 앨범을 작업하는 게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도 "후속편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한 거미는 기회가 된다면 우리나라의 블루스 음악을 다시 불러보고 싶다고 했다. 영화 <님은 먼 곳에>의 OST를 통해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를 부르기도 했던 거미는 "예전 선배님들이 많이 하셨던 블루스 음악을 다시 불러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음악은 한없이 다크하지만...평소 감성까지 그렇진 않아"

 가수 거미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노래도 말"이기에 최대한 가사를 똑바로 전하려고 한다는 거미. 그는 점차 목소리가 희미해지는 가요계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거미는 "이전에는 모르는 곡이어도 '이거 누구 목소리인데'라고 확실히 들렸는데 요즘은 그런 게 없어진 것 같다"면서 "가수는 목소리가 얼굴이다. 색깔 있는 아이돌 그룹도 있지만 자신만의 스타일이 많이 없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요즘 친구들은 다들 스타가 되려고 한다"고 지적한 거미는 "음악에 관련된 다른 직업도 많은데..."라고 덧붙였다.

"후배들이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아이유는 교복 입었을 때부터 보기도 했다. 그 친구는 음악으로 자신을 잘 표현할 줄 아는 것 같았다. 아이유처럼 잘 통하는 친구가 조언을 구해오면 되게 쉬운데 가끔 막막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학교나 학원에서 강의 제의가 들어오는 것을 피하기도 한다. 정말 가수가 되어야 하는 친구들은 눈에 보이는데 헛된 희망을 심어주는 것 같아서 말이다. 노래를 잘하는 친구들에게는 오히려 해줄 말이 많다. 기회가 된다면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는 하고 싶다."

사람들은 흔히 거미의 음악을 들으면 '한'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이에 거미는 "감성이 예민한 편이긴 하지만, 음악이 다크하다고 내 감성까지 그렇진 않다"고 응수한다. 감정을 표현하는 세포가 남들보다 살아 있기에 자연스럽게 노래할 수 있다고. 10년 넘게 노래하며 자신의 색깔을 또렷하게 표현한 그는 "천천히 잘 가고 있는 것 같아서 앞으로도 이렇게 꾸준히만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거미는 오는 5월 1일과 2일 양일간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소극장 콘서트를 열고 관객에게 이번 앨범에 담긴 다양한 곡들을 들려줄 예정이다.

 가수 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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