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섭 트리오'의 송인섭

'송인섭 트리오'의 송인섭 ⓒ 송인섭


"가사들이 대체로 없고 제 생각이나 느낌을 연주로 보여준 것입니다. 제 음악을 듣고 누군가는 공감했으면 좋겠고 더 나아가서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음악이 많이 쏟아져 나오면서 음악의 힘 자체가 과거보다 많이 약해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음악은 여전히 우리에게 위로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 음악이 그런 좋은 영향을 주었으면 좋겠어요."

'송인섭 트리오'로 활동하고 있는 베이시스트 송인섭(31). 어린 시절부터 교회에서 음향기기 등을 만지면서 자랐던 그는 악기를 배워보지 않겠느냐는 교회 선생님의 권유로 고2 때 생애 첫 악기로 베이스기타를 배우게 됐다. 1년 뒤 친구들과 한 음악 페스티벌에 나갔는데, 그의 표현대로 '어찌어찌하여 덜컥 1등을 했다'. 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음악을 배우고자 했지만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혔다.

"부모님이 반대를 많이 하셔서 잠깐 음악을 그만두었어요. 그러다가 고2 겨울 방학 때 교회에서 문학의 밤이 있어서 마지막으로 악기를 해보자고 해서 했는데 매우 좋았죠. 도저히 음악을 그만둘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문학의 밤 축제가 끝나고 방을 깨끗이 정리하고 부모님에게 편지를 한 장 썼어요. 음악을 계속하고 싶다고요.

몇 시간 있다가 집으로 들어갔는데 부모님이 앉으라고 하더니 인생계획서랑 각서를 쓰라고 하셨어요. '우리는 너의 길을 말렸는데, 네가 하겠다고 한 것이니 너의 인생은 네가 책임져라'는 것이 부모님 말씀이었습니다. 그래서 각서랑 인생계획서를 써서 드렸고 부모님은 지금도 그것을 보관하고 계세요."

고3으로 올라가는 시기에 제대로 음악을 배우게 됐고 송인섭은 베이스기타로 경희대학교 포스트모던학과에 입학하게 됐다. 콘트라베이스를 처음으로 접하게 된 건 입학 이후다. "베이스기타를 계속 쳤는데 레슨 선생님이 '너는 재즈와 잘 어울릴 것 같다'며 콘트라베이스를 권유하셨다"는 그는 "덕분에 1학년 끝날 때쯤부터 콘트라베이스를 시작하게 됐고 지금까지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콘트라베이스는 바이올린 족 중 가장 낮은 음역을 지녔으며 모든 악기 중에서도 최저음역용의 악기에 속한다. 바이올린을 크게 한 것과 같은 모양으로 길이는 2m 전후다. 앙상블에서는 묵직한 하모니를 형성하는 불가결한 음원이며 위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피치카토에 의한 효과는 경음악이나 재즈에서도 흔히 애용되고 있다.

"처음에는 콘트라베이스를 배우기가 쉽지 않았어요. 기술적으로도 어려웠고요. 몇 개월 하다가 그만뒀는데 주위 형들이 불러 주셔서 다시 시작하게 됐어요. 그때는 아침에 연습실 문 열고 들어가서 밤에 문 잠그고 나올 정도로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태어나 처음 가본 외국, 네덜란드..."덜컥 붙은 학교, 일하며 다녔죠"

하지만 군 입대 후 손가락을 다쳐 수술을 받으면서 시련도 겪었다. 연주자에게 있어서 손가락 부상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연주를 할 수가 없으니 주위에서 나에게 '검은 오라가 보인다'고 할 정도로 심적으로 매우 힘들었다"는 송인섭은 "그때 유학을 알아봤다. 영어공부를 하며 원서를 쓰던 끝에 제대 한 달 뒤 네덜란드로 떠났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그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본 외국이다. 이곳에서 송인섭은 유명 뮤지션들을 배출한 세계적인 음악학교 '암스테르담 콘서바토리'의 실기시험을 보고 합격했다. 세계적인 음악학교에 합격했을 당시를 회상하면서도 송인섭은 콘트라베이스처럼 낮은 목소리로 겸손했다. 동네 작은 피아노 학원에 들어가서 공부했다고 말하는 건가 싶을 정도다.

 '송인섭 트리오'의 송인섭

'송인섭 트리오'의 송인섭 ⓒ 송인섭


"그때는 떨어지면 유럽여행이나 하자는 심정이었어요. 숙소도 안 잡고 그냥 무작정 네덜란드로 갔습니다. 여행책자가 있으니까 찾아서 다니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콘트라베이스 실기시험을 봤는데, 축하해주는 듯한 분위기였죠. 합격인지 불합격인지도 정확하게 못 알아챌 정도로 어리바리했어요. 제가 합격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죠.

2008년 9월부터 수업을 듣기 시작해 학교에 다니면서 가이드 일을 하면서 돈을 벌었어요. 박람회 같은 게 열리면, 짐꾼으로 엄청나게 많은 짐을 나르기도 했죠. 유학 생활이 좋았던 건 굉장히 넓은 스펙트럼의 음악공부를 할 수 있었다는 점 때문이었어요. 클래식부터 재즈, 고전음악에 이르기까지 듣고 싶은 수업이 많았죠. 재즈학과에서 콘트라베이스를 전공하면서 처음으로 재즈에 대해서도 깊숙이 배우게 됐어요."

졸업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을 때 송인섭은 학창시절 내내 팀으로 활동했던 학교 친구들과 기념 앨범을 만들기로 한다. 그렇게 탄생된 것이 2013년 '송인섭 트리오'로 발매한 1집 <플리트비체>(Plitvice)다. 멤버들과 각각 2곡씩, 총 6곡이 실린 이 음반은 그가 한국으로 떠나기 전날 녹음된 것이라고.

"제가 만든 곡 중에 하나가 이 앨범의 타이틀곡인 '플리트비체'인데요, 크로아티아 국립공원 플리트비체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산 안에 조그마한 호수가 많이 있고 에메랄드빛 물색이 너무나 아름다워요. 영화 <아바타>의 모티브가 된 곳이기도 해요. 크로아티아를 여행하면서 파도 소리 등을 핸드폰으로 녹음해서 곡에 넣었습니다."

송인섭이 작곡하고 연주한 '플리트비체'를 들어보면 초반에 파도소리가 들리며 실제 크로아티아 어느 산속을 여행하고 있는 듯한 감상에 빠지게 한다.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명소인 플리트비체는 tvN <꽃보다 누나> 출연진들이 방문해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친구들과의 졸업 앨범, 기념 앨범 정도로 혼자 갖고 있었으니 정식으로 발매할 생각까지는 못 했어요. 그런데 한국에 들어와서 10개월 정도 지난 때였나, 주변 지인들이 개인적으로 소장하기는 아까운 곡들이라며 앨범을 내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유학을 다녀오고 1년 만에 첫 앨범이 나오게 됐죠."

2013년 정식 데뷔한 그는 크고 작은 무대를 경험하면서 연주자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다. 추계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와 한국국제예술원, 서울공연예술고 등에서 강의도 하면서 최근에는 2집 작업도 모두 마쳤다고.

또 오는 5월 23일부터 25일까지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제9회 서울재즈페스티벌에도 이름을 올렸다. "큰 규모의 페스티벌에 초청돼 아직도 얼떨떨하다"라고 소감을 전한 송인섭은 "재즈페스티벌이지만 인디밴드나 가요팀도 많고 해외 유명 뮤지션도 많이 온다더라. 우리는 재즈페스티벌에서 수수함을 맡게 된 것 같다"는 말로 설렘을 드러냈다.

"6월에는 미술 쪽과의 콜라보레이션 공연을 기획 중에 있어요. 유러피안 재즈를 추구하고 있고 서정적이고 멜로디컬한 느낌의 재즈곡을 계속 선보여 드리려고 하는데요, 다양한 분야의 분들과 함께 공연을 하면서 재즈를 더욱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즐기실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송인섭 트리오' 많이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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