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압구정 백야>가 엽기적인 스토리를 넘어서 경악스러운 전개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적어도 임성한 작가에게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등장 인물이 갑자기 죽어 나가거나 황당한 대사가 등장하고, 드라마의 내용이 중구난방이 되는 현상은 '임성한 표 드라마'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란에 비해서 '작가' 임성한은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임성한 작가가 지금까지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드라마를 집필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시청률에 있었다. 그가 집필한 10편의 장편 드라마에서 20% 이상(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동일)의 시청률을 이끌어 내며 승승장구하는 저력을 보였던 것이다.

임 작가의 작품은 스토리의 맥락에서 오는 희열이 아닌, 순간순간의 집중력을 내세운다. 갑자기 사람이 죽거나 빙의가 되고, 사고를 당하며 불치병에 걸리는 식의 스토리는 전체적인 앞뒤 상황과 맥락이 없이 이루어지지만 순간의 시선을 확보하는데는 아주 효율적인 장치다.

 20일 방송된 MBC <압구정 백야>의 한 장면

20일 방송된 MBC <압구정 백야>의 한 장면 ⓒ MBC


이 같은 공식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압구정 백야>는 논란에서만큼은 여전히 최고 수준이다. 이제 임성한 작가는 교통사고를 당한 극중 인물이 죽냐, 죽지 않느냐를 놓고 낚시까지 한다. 논란이 되는 극중 인물의 분량을 더욱 늘리거나, 극중 대사를 통해 현실 속 논란에 대한 생각을 전하는 방식도 취했다. 하지만 이 모든 전개에 개연성은 물론 없다.

그럼에도 그의 유일한 무기였던 시청률에서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다. 백야(박하나 분)가 친엄마에게 복수하기 위해 조나단(김민수 분)과 결혼하고 그가 결혼식 당일 죽음을 맞았던 80회에 16%까지 올랐던 시청률은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지금은 13~15%대 시청률을 오가고 있다.

현재 <압구정 백야>는 전통적으로 시청률이 높은 KBS 1TV 일일드라마 <당신만이 내사랑>은 물론이고 KBS 2TV <오늘부터 사랑해>에도 밀려 일일드라마 시청률 3위다. 상대적으로 약세인 SBS <달려라 장미>도 10%를 넘기며 순항중인 것에 비하면, 임성한 작가가 자신의 이름값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인 지점이다.

이렇게 <압구정 백야>는 기존 임성한 표 드라마가 가지는 장점이 퇴색된 작품이 됐다. 우스꽝스러운 패러디와 비아냥만이 존재하는 드라마에서 대체 어떤 가치를 발견해야 하는 것일까. <앞구정 백야>의 종영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그가 다시 '시청률의 여왕'이라는 칭호에 걸맞는 성적을 낼 수 있을지, '시청률만이 전부인' '시청률의 여왕'의 행보가 궁금해 지는 시점이 아닐 수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entertainforu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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