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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8일 토요일 오후 5시. 부산의 수영교차로에 있는 한 카페에서는 아마추어 화가인 '박경숙'씨의 개인 전시회가 열렸다. 박경숙씨는 나와 가까운 지인의 가족으로 현재 '담낭암'을 앓고 있다. 절망속에서 '그림'이라는 매체를 통해 고통과 싸우며 고된 시간을 견뎌내고 있는 중이다. 이번 전시회는 박경숙씨의 가족회인 '신용달 가족회'에서 박경숙씨에게 '희망'을 주고자 기획하게 되었다.

꽃비빔밥 전시회 제목이 '꽃비빔밥'이라 이날 준비된 식사도 꽃비빔밥이었다.
▲ 꽃비빔밥 전시회 제목이 '꽃비빔밥'이라 이날 준비된 식사도 꽃비빔밥이었다.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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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지인의 부탁을 받고 이 전시회 준비에서부터 행사 당일까지 스태프로 함께 할 수 있었다. 아마추어 화가가 가족들을 불러놓고 하는 개인전시회인데도 '전시회 답게' 준비를 하려고 하다보니 준비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리고 전시회 총 기획을 담당한 나의 지인은 많은 가족들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전시회에 많이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가끔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그 마저도 즐겁게 준비해 나갔다.

나는 이 전시회에서 초대영상제작, 포스터 이미지편집, 축가공연 영상제작, 행사당일 음향엔지니어를 맡았다. 전시회 준비를 하면서 박경숙씨의 가족사진들도 보게 되었고 살아온 이야기들도 조금이나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 또한 한명의 '암' 경험자로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박경숙씨에게 희망을 주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다.

그림 카페 곳곳에 전시된 박경숙 화가의 작품들
▲ 그림 카페 곳곳에 전시된 박경숙 화가의 작품들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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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향엔지니어 좌석에 앉아서 바라본 박경숙 화가의 가족들.
 음향엔지니어 좌석에 앉아서 바라본 박경숙 화가의 가족들.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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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당일 오후 4시가 채 되기 전에 행사장소에 도착했다. 오늘 행사에 쓰일 음악과 영상들을 미리 셋팅하고 음향체크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도착한 장소에는 벌써 도착한 신용달 가족회의 자녀들이 분주하게 행사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색하게나마 먼저와 있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영상, 음향기기들을 셋팅했다. 카페에 이미 시스템이 다 구축되어 있었기 때문에 셋팅이라 할 것까진 없지만 USB에 담아온 파일들을 노트북에 옮겨 담고 빔 프로젝트와 PC. 그리고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케이블로 연결하는 정도였다. 오디오 인터페이스가 카페 입구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입구테이블이 내 자리가 되었다. 내가 앉은자리 바로 앞이 행사진행의 메인무대가 되었고 그 앞으로 내빈들의 자리가 셋팅되었다.

그리고 카페 벽면에는 박경숙씨가 그린 그림들이 번호가 매겨져 전시가 되어 있었고 어떤 그림이 제일 마음에 드는지 스티커 투표가 진행되었다. 거기서 1등을 한 그림은 이날 응모이벤트 1등 당첨자에게 선물로 주어졌다.

이날 행사는 초대받은 가족들과 지인들이 한 곳에 모여 박경숙씨의 그림을 감상하는 것과 더불어 가족과 내빈들의 축사. 자녀들의 축하공연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이날의 주인공인 박경숙씨의 눈물 어린 감사인사와 희망에 찬 의지는 가족이 아닌 나의 눈에도 눈시울이 붉어지게 만들었다.

 박경숙 화가가 참석한 내빈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박경숙 화가가 참석한 내빈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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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달 가족회 박경숙 화가의 가족회인 '신용달 가족회'
▲ 신용달 가족회 박경숙 화가의 가족회인 '신용달 가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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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달 가족회. 참 재미있는 가족이다. 남들이 보면 약간은 4차원적이고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이다. 나도 이 가족들을 처음 만났을 땐 '세상물정 잘 모르는 순수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의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그들이 세상물정을 모르는게 아니라 내가 너무 각박한 세상이 찌들려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힘겹게 내 눈에 씌여 있던 '때'를 한꺼풀 벗겨내고 나니 지금까지 나는 느껴보지 못했던 사랑이 있는 가족이라는 게 느껴졌다.

담낭암이라는 병과 싸우면서 절망속에 빠져 살던 어느날. 박경숙씨는 예쁜 그림을 보고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그림 그리기가 이제는 세상을 쉽게 놓을 수 없는 끈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녀의 가족들은 그 끈을 놓지 않도록 사랑이라는 이름의 '희망'으로 박경숙씨를 응원한다.

유명한 화가들의 명화를 따라 그린 어찌보면 '짝퉁'인 그림들을 각티슈 빈통에 담긴 응모권을 뽑아 1등이 당첨된 사람에게 선물을 했다. 전시회라고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보러 온 것도 아니다. 그저 가족들끼리 모여 오손도손 웃고 떠들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분명히 '화가님'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그녀에게 그림은 곧 '인생'이고 그녀의 '삶'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림으로 인해 '인생을 놓치않고 더 오래 살겠다'라는 희망도 생겼다. 그런 그녀에게 '화가'라는 호칭은 너무나도 당연한 거라 생각한다.

나도 현재 갑상샘암을 겪고 있는 중이다. 갑자기 찾아온 그 병으로 인해 나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어 버렸다. 죽음의 문턱에서 되돌아본 나의 인생은 너무나도 초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긍정과 희망으로 '꿈'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또 한번 박경숙씨를 보면서 '희망'을 보았다.

이날 전시회 행사를 마치고 신용달 가족회는 다함께 맛있는 꽃비빔밥을 먹으며 올 가을에 있을 다음번 행사를 기획했다. 제1회 신용달 가족 노래자랑인 '슈퍼스타F(패밀리)'. 이 철없이 행복한 가족의 두 번째 행사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그리고 그날도 박경숙씨의 웃는 얼굴이 반드시 함께 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박경숙 화가가 힘을 내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희망'의 응원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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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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