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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1주기 대구추모식에는 100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노란 풍선을 들고 함께 했다. 이들은 늦은 시간가지 거리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1주기 대구추모식에는 100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노란 풍선을 들고 함께 했다. 이들은 늦은 시간가지 거리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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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식이 열린 대구는 박근혜 정부 들어 가장 많은 인원인 1000여 명이 모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16일 오후 7시부터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추모제인 '기억하라! 행동하라! 대구시민대회'에는 노란 옷을 입고 노란 손수건과 노란 풍선을 든 시민들이 조속한 세월호 인양과 시행령 폐기, 진실규명을 촉구했다.

이날 시민들과 함께 참석한 단원고 2학년 5반 고 김민성군의 부모는 "대구시민들이 이렇게 많이 모일 줄 몰랐다"며 "내려오면서 우리를 반겨주지 않으면 어쩌나 생각했는데 기우였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군의 아버지 김홍열씨는 "정부는 세월호 사건을 단순한 사고라고 본다. 우리 가족들이 떼를 쓴다고 본다"고 비판하고 "어른들은 배 안에서 나왔으면서도 아이들은 왜 가만히 있으라고 했느냐. 세월호는 단순한 사고사가 아닌 학살이다"고 말했다.

김군의 어머니 박은희씨는 "이 나라 아이들이 다시는 우리 아이들처럼 가지 않도록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데 끝까지 함께 했으면 좋겠다"며 "대구시민들에게 우리 손 놓지 말고 끝까지 잡아달라고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16일 오후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식에 참가한 한 시민이 세월호 모형 배에 추모글을 쓰고 있다.
 16일 오후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식에 참가한 한 시민이 세월호 모형 배에 추모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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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도 발언을 통해 세월호 진실규명과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실종자들이 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조속한 세월호 인양을 요구했다.

대구시 동구 반야월에서 세월호 추모모임을 하고 있는 '반야월 세월호 지킴이' 채미연(42)씨는 "지난 9일 추모제를 마을 문화제 형식으로 진행했다"며 "눈이 시리도록 피어있는 벚꽃길을 지나면서 세월호를 탔던 아이들과 일반인분들 생각에 가슴이 시리도록 아팠다"고 말했다.

채씨는 "아직도 희생자 9명은 차가운 바다 밑 세월호에 갇혀 있는데, 어찌 죽은 자식들 이야기가 지겹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며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지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 세월호의 유가족"이라고 말했다.

'달서구 세월호 약속지킴이들'은 아직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실종자들의 얼굴을 그린 카드섹션을 선보였다. 이들은 "별이 된 아이들이 묻습니다. 진실이 밝혀졌나요"라며 "우리가 멈추지 않는다면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단원고 2학년 3반 고 정예진양의 어머니와 고 최윤민군의 어마니, 고 박지윤양의 아버지는 편지를 보내 함께 해준 대구시민들에게 감사하고 안전한 나라를 위해 끝까지 지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예진 엄마는 "엄마 기억 속엔 다 엊그제 같은데 천사 같은 아이가 이유도 모른 채 별이 되고 말았네요"라며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너무너무 불쌍한 내새끼, 이유도 모른다면 두 번 죽이는 거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더라구요"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은 가만히 있다가 당했지만 저는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라며 "어린 쌍둥이 남매를 데리고 저희들을 위로해주고 진실을 밝히는데 함께 하시겠다며 울먹이시던 대구분들... 절대 잡은 손 놓지 말아주세요"라고 호소했다.

끝으로 '예진이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보고 싶고 보고 싶고 너무나 간절히 그리운 예진아, 기어이 꽃이 되고 말았어"라며 "참 이쁘게도 핀 벚꽃 차마 보기 힘들어 고개를 들 수가 없구나, 금방이라도 같이 사진 찍자며 엄마한테 안길 것만 같은데..."라고 말했다.

윤민이 엄마는 "대구팀들이 많은 일들을 기획하고 또 훌륭히 해내시는 걸 보면 역시 대구팀이구나 하고 자부심을 느낀다"며 "여러분들이 저희가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언덕이고 원동력"이라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지윤이 아빠는 편지에서 "1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우리 딸은 2학년이다"며 "변한 게 없고 아직 밝혀진 게 없어서 아직도 1년 전 그대로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국민들은 가슴에 묻으라 하네요"라며 "정부는 자꾸만 뭘 감추려는지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고 약속을 안 지키고 있어요. 자꾸만 꼼수를 쓰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들의 편지를 시민들이 대신해서 낭송하는 동안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굵은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수업을 마치고 나온 여고생들은 자기또래의 학생들이 이유 없이 별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

대구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1주기 추모식을 마친 이들이 노란 우산을 들고 추모행진을 벌이고 있다.
 대구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1주기 추모식을 마친 이들이 노란 우산을 들고 추모행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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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식을 마친 참가자들은 대구백화점 앞에서 공평네거리, 반월당, 중앙로를 거쳐 한일극장까지 돌아오는 약 2.5km '진실물결 퍼레이드' 행진을 했다. 거리행진에는 아이들 모형을 안고 행진하는 엄마들과 나비 날개를 달고 나온 초등학생들도 함께 했다. 행진을 마친 이들은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 싶어요'라고 쓰인 노란 풍선을 하늘 높이 날려보냈다.

추모식에서 계속해 눈물을 흘렸던 함지고 권희정(18)양은 "사고가 난 학생들도 2학년이고 저도 2학년이어서 더 가슴이 아팠다"며 "이제 곧 우리도 수학여행을 가게 되는데 안전한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빈(18)양도 "오늘 아침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미안한 마음에 추모식에 오게 됐다"며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나라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 가는 것 같아 착잡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뭐든 열심히 해서 살아있는 우리들이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 드린다"고 말했다.

대구백화점 앞에 만들에진 세월호 1주기 추모 분향소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분양객들이 하루종일 줄을 이었다.
 대구백화점 앞에 만들에진 세월호 1주기 추모 분향소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분양객들이 하루종일 줄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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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식에 앞서 대구백화점 앞에 설치된 분향소에는 하루 종일 추모객들이 이어졌고 오후에는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친구들의 손을 잡고 분향소를 찾았다. 분향소 앞에 마련된 세월호 모형 배에도 애도의 글들이 가득했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분향소를 찾은 박지수(22)씨는 예쁘게 포장한 국화꽃과 곱게 적은 편지를 놓고 사라졌다. 편지에는 "안산 분향소에 가끔 문자 보냈었는데 기억하시나요?"라며 "시간이 흘러 벌써 1년이 지났지만 아직 배는 캄캄한 바다 깊숙이 가라앉아 있고 제대로 밝혀진 게 없네요"라고 썼다.

와룡고등학교 1학년인 한 고등학생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쓴 종이와 함께 가사실습을 하면서 만든 과자를 놓고 분향을 하기도 했다.

한편 세월호 1주기를 추모하는 추모미사가 지난 15일 천주교 대구대교구 조환길 대주교의 주례로 대구대교구청 내 성모당에서 치러졌다. 대구백화점 앞에서는 이날 오후 9시부터 12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다이빙 벨> 영화를 함께 보는 등의 '세월호를 기다리는 수학여행'이 진행됐다. 또 16일 오후 4시 16분에는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플래시몹이 진행됐다.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의 명복을 비는 어머니와 세월호 모형 배 퍼포먼스.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의 명복을 비는 어머니와 세월호 모형 배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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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참사1주기, #대구 추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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