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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 내일로를 이용한 대학생들의 군산 여행 출발지, 군산역
 여름이 되면 내일로를 이용한 대학생들의 군산 여행 출발지, 군산역
ⓒ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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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던 지난 2월 20일, 엠티 가는 대학생들의 소란스러운 소리가 뒤섞인 기차를 타고 군산 여행을 떠났다. 군산역에 도착하자마자 비는 점점 거세지고 마음이 분주해졌다. ​그날도 어김없이, 아무 계획없이 오는 바람에 버스 정보를 알지 못했다.

다행히 함께 내린 대학생 무리를 따라 걷다보니 내가 원했던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고, 이내 내가 원하는 목적지에 다다르게 되었다. 군산역에서 시내버스로 중심지에 가기만하면, 도보로 모든 곳을 다 둘러볼 수 있는 곳이 군산이다. '내일로'(KORAIL에서 제공하는 20대 기차여행 티켓)를 떠났던 뜨거운 여름 날, 대학생들이 군산을 많이 찾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군산역 도착 → 16번 버스 외 다양한 버스 탑승 → 흥남 하차

맛집 투어나 다름없는 군산 여행, 군산 3대 짬뽕을 맛보다

전국 3대 짬뽕집이 있는 군산
 전국 3대 짬뽕집이 있는 군산
ⓒ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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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여행은 맛집 투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한도전> 박명수의 고향집으로 잠시 맛집이 등장한 게 시발점이었고 <1박 2일>의 군산 투어가 절정이었다. 덕분에 군산에서 맛집으로 인정받은 곳이면, 어느 곳이든 줄을 서야한다. 평일에는 1시간 가량, 주말에는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단다.

홍합과 조개, 해산물을 듬뿍 담긴 그릇은 일반적인 짬뽕과 다를 바가 없다. 특이한 점은 돼지고기 고명을 쓴다는 점이다. 가격 대비 양이 푸짐하다. 그것에 이 식당을 전국 5대 짬뽕의 자리로 올려놓은 '신의 한 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 초원 사진관
 <8월의 크리스마스>, 초원 사진관
ⓒ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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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집에서 초원 사진관으로 이동했다. 사진관에 들어서는 순간 빛바랜 추억들이 새삼 떠오른다. 갈색이 감도는 벽지, 손으로 직접 채널을 돌려야 하는 네모난 텔레비전 위의 빨간 전화기 그리고 벽에는 예전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큼직한 시계가 벽면에 진열되어 있다.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정원, 주차 단속원인 다림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담긴 사진도 분위기를 고취시킨다.

감독은 영화에 중심이 되는 사진관을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마음에 드는 마땅한 공간이 없어 낙심하고 있을 때, 우연히 들어선 카페 맞은편 이곳이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주인을 설득해 사진관으로 개조한 후 영화 촬영에 사용되었고, 영화 촬영이 끝날 무렵 완전히 사라졌다. 현재는 군산시청에서 영화 속 모습을 그대로 복원한 모습이다.

거꾸로 돌아가는 시간, 그것이 사진의 힘이다.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람은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한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대사 중

역사의 아픔을 품고 있는 도시, 그곳에서

역사의 아픔을 품고 있는 가옥, 히로쓰 가옥
 역사의 아픔을 품고 있는 가옥, 히로쓰 가옥
ⓒ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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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여행이 단순히 먹거리 여행으로 마무리된다면, 안타까움이 극에 달할 것이다. 그래서 <1박 2일>에서도 먹거리 여행팀과 역사 탐방 팀을 나누어 군산 여행을 시작했는지 모른다.

19세기 후반, 일본의 강압으로 맺어진 강화도 조약으로 인해 군산항이 개방됐다. 군산은 우리나라 쌀을 수탈하는 통로로 이용되었다. 지금은 관광지로 알려진 경암동 철길 마을도 수탈에 이용되었다. 일본식 가옥도 또한 우리에게 아픈 역사의 흔적이다.

2층으로 되어 있는 건물과 큼직한 일본식 정원은 대규모 일식 주택의 특성을 잘 보여주기 위해 보존되는 게 아니다. 우리 농민들이 열심히 가꾼 쌀을 수탈한 일본 지주의 집의 규모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초원 사진관, 히로쓰 가옥에서 도보로 5~10분 거리에 있는 군산항 근처에는 근대문화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초원 사진관, 히로쓰 가옥에서 도보로 5~10분 거리에 있는 군산항 근처에는 근대문화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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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쓰 가옥 정보
짬뽕 맛집에서 초원 사진관까지 도보로 15분 내외이다. 이선당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초원 사진관이 있고, 초원 사진관에서 가까운 거리에 히로쓰 가옥이 있다.

■ 위치 : 전라북도 군산시 신흥동
■ 운영 시간 : 동절기 오전 10시~오후 5시 (폐관 30분 전까지 입장, 매주 월요일 휴관)
​■ 2015년 2월 24일부터 내부 보존 문제로 내부 출입 금지.

<1박 2일>에서 데프콘이 수저로 호떡 중심을 찢으니 호떡 안에 품고 있던 흑설탕이 먹음직스럽게 새어 나왔다. 기름 없이 중국식으로 구워내 담백한 호떡은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1945년부터 운영된 역사를 보아도 다른 호떡집은 그 명함을 내밀 수 없을 것이다.

기름 없이 흑설탕만 넣고 구운 호떡
 기름 없이 흑설탕만 넣고 구운 호떡
ⓒ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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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쉬운 점은 지나친 입소문 탓에 적어도 1~2시간을 기다려야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식당 의자에 앉아서 마음 편히 먹겠다는 야무진 꿈은 버려야 한다. 군산까지 가서 몇 시간 기다렸다 식어버린 호떡을 먹을 바에는, 차라리 집에서 편히 택배로 주문하는 것이 나을 듯 싶다.

노란색 간판이 눈에 띄는 마트 맞은 편, 철길마을이 있다. 갖가지 모양으로 삶을 이어가는 판잣집 사이에 구비 치듯 철길이 흐른다. 군데군데 이어진 나무 데크 사이에 돌들을 밟으면 자박자박 소리가 난다. 때 마침 내리는 비는 철길을 고요하게 가라앉혀 주었다.

비오는 날, 경암동 철길마을
 비오는 날, 경암동 철길마을
ⓒ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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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암동 철길마을 정보
■ 위치 : 전북 군산시 경암동 539-4

■ 주차정보 : 군산시 경암동 590-296 마트
군산 여행에 빼놓을 수 없는 경암동 철길마을은 본래 신문용지 제품과 원료를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들어졌다. 주변에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기차는 느린 거북이처럼 시속 10km로 달렸다고 한다.

먹고살기 급급한 1970년대,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몰렸다. 기차가 지나갈 때쯤 들려오는 경적소리. 아이들이 기찻길을 피할 뿐 다른 안전장치는 없었다. 영상으로만 봤지만 그 풍경이 장관이다. 전쟁이나 다름없다. 아쉽지만 이제는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더는 볼 수가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혜민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군산, #군산여행, #군산여행코스, #군산철길, #군산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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