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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유난히 좋아하는 첫째
▲ 벚꽃놀이 꽃을 유난히 좋아하는 첫째
ⓒ 방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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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흙을 밟고 만져야 제 맛인가요?"

"요즘 아이들은 집에서만 키워서 온실 속 화초 같지 뭐"라는 어른들 말에 도시 젊은 부부들은 이렇게 대답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자연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음은 있어서 인지 모래교실, 모래 키즈카페 같은 곳은 주말이면 항상 붐빈다. 그렇다. 어른들 말에 말대답은 할지언정 자신이 어렸을 적 놀던 그 자연을 자식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은 속내는 감출 수 없나 보다.

초등학생, 아니 요즘은 유치원생들도 학원을 다니느라 바쁘니 해당되겠다. 당최 발 딛고 다니는 곳에 흙이란 찾아보려야 찾을 수가 없다. 혹 있다 한들, 아이들 머리까지 철조망이 쳐져 있어서 먼 발치에서나 볼 수 있을 뿐, 흙을 느껴보기란 영 쉽지가 않다.

나 역시 도시에서 40년 넘게 살면서 변화되고 흙이 없어져가는 것을 몸소 느끼며 살아왔다. 흙 싸움도 하고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두꺼비집도 만들고, 비가 오면 빗물이 흐르게 도랑도 만들면서 그렇게 어린 시절을 보내왔던 나지만, 사회적으로 환경문제가 부각되면서 점차 흙이 사라져만 가는 것 또한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마음 한편 아쉬운 부분은 남아 있었다.

우리 부부 역시 일반 주택이 아닌 아파트에 줄곧 살아왔으며 아이를 키우면서 주말이면 자연을 느끼게 해주고픈 마음은 누구보다 많았지만, 주말이면 웬 행사도 많고 집안일도 해야하고 이런저런 핑계로 자연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다. 기껏 간다는 게 동네 한 바퀴, 공원이 다였다.

이사 후 얻게 된 특권, 주말농장 별거 없다

이제 곧 봉우리를 터트릴 매화나무
▲ 매화 이제 곧 봉우리를 터트릴 매화나무
ⓒ 방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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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의 따가움을 아직 모르는 첫째가 고른 장미
▲ 장미 가시의 따가움을 아직 모르는 첫째가 고른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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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얼마 전 이사를 해야 했다. 흙을 느끼고 자연 가까이 살게 해주고 싶다고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간 것은 아니었다. 아파트로 이사를 하지만 층간소음이 점점 심해져서 흔히들 말하는 로얄층은 고사하고 이제는 저층으로 이사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첫째가 여자아이 인데도 층간 소음으로 민폐를 주며 살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둘째는 아들인데 아무래도 미리 저층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 좋을 싶었다. 몇 십 센티미터 매트를 깔아도 소용없다는 주위 사람들 말이 한몫 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이사를 결정하고 마침 괜찮은 곳(서울에서 벗어난 외곽)에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며 아파트 1층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산 밑이어서 공기는 좋았고 1층이어서 아이들이 집에서 자전거를 타도 되고 뛰고 싶을 때 맘껏 뛰어도 된 것이 참 좋았다. 이제는 "뛰지 마라~ 뛰지 마라~, 경비아저씨가 잡으러 온다~"는 스트레스를 주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이사를 해도 나의 생활은 언제나처럼 바쁜 회사생활이었다. 아이에게 좋은 곳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줄 시간은 여전히 넉넉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 주말 아내가 "이번 주는 꼭 시간을 내서 아이와 함께 집 앞 화단에 꽃을 심자"고 했다. 그랬다.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었다. 거실에 앉아 있으면 보이는 화단, 1층 거주자에게 주어진 특권(?)을 왜 활용하지 못 했을까?

아빠와 잡초를 제거하는 첫째
▲ 잡초 제거 아빠와 잡초를 제거하는 첫째
ⓒ 방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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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추억이 되었으면...
▲ 장미를 심고있는 아빠와 딸 좋은 추억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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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벚꽃 구경간다고 했지만 우리 동네 자체가 벚꽃이 많아서 벚꽃놀이 하고 아이는 벚꽃비를 맞으면서 좋아라 했다. 들어오는 길 아파트 입구에서 미스김 라일락, 미니 장미 그리고 한 가지는 이름이…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렇게 꽃나무를 사서 어설프게 모종삽을 들고 아이와 함께 쪼그리고 앉아 잡초 제거부터 시작했다. 아이는 아빠와 함께하는 이 시간이 마냥 좋은지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커다란 덩치로 웅크리고 앉아 이리저리 잡초 제거만 수십 분 하니 아이고 허리와 무릎이 아파왔다. 아직 꽃나무를 심을 자리파기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적당히 제거를 하고 아이와 상의를 했다. "어디가 좋을까? 여기? 저기?" 아이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서 함께 땅을 파고 하나씩 심었다. 아이는 장난감 삽을 가져와 돕겠다고 나섰다. 다 심고 물도 주고 주위를 꼭꼭 밟아주니 그런데로 보기가 좋았다. 아이는 무언가 뿌듯한 기분이 들었는지 주위를 떠나질 못했다.

1층으로 이사온 보람을 이제부터 느끼기 시작했다. 온 가족이 함께 멀리 있는 주말농장은 못 가더라도 작은 정원에서 함께 한 꽃나무 심기는 계속될 것이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20층이 넘는 아파트지만 내 위층은 없는 기분? 집 안에서 정원을 바라만 보고있으면 드는 느낌.

몸은 쑤시지만 뿌듯하게 사는 느낌을 가지고 다시 약수터로 물 뜨러 나는 간다~.

꼭꼭 눌러주고 물도 주고….
▲ 꽃나무 주변정리 꼭꼭 눌러주고 물도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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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사, #1층, #아이, #꽃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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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평범한 한 아이의 아빠이자 시민입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 우리 아이들은 조금 더 밝고 투명한 사회에서 살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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