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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을 자고 나면 왜 기분이 나빠질까요?
 낮잠을 자고 나면 왜 기분이 나빠질까요?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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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야, 나 지금 기분이 아주 꿀꿀해. 아무 일도 없었는데,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마음이 좋지 않단 말이야. 너는 그런 적 없니?"

날이 흐렸던 지난 주말 오후, 늘어지게 한숨 자고 일어난 주부 C씨가 전화를 붙잡고, 친구에게 '이상한 마음'을 호소한다.

주부 C씨가 낮잠 뒤, 울적한 듯 야릇한 기분에 빠져든 건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 단어로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그 기분을 그는 젊은 시절 이래 낮잠 뒤끝에 수없이 느꼈다. 그는 "말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며 "그래도 가장 근사하게 기분을 묘사한다면 좀 저속하지만, '더러운' 심사"라고 말했다.

낮잠 뒤 찾아오는 '더러운' 기분은 C씨만 겪는 걸까? 그의 친구 영희씨의 맞장구에서 짐작할 수 있듯, 낮잠 뒤 이상 심리상태를 경험하는 사람은 드물지 않다.

"순영아, 넌 젊어서부터 그렇다고 했지? 난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랬던 것 같아. 다행스럽게 그런 기분은 서너 시간 이상은 가질 않잖니."

정신과 병원을 찾기도 뭐한, 낮잠 뒤 이상한 기분은 실제로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국내외 인터넷 토론 혹은 문답 사이트 등을 보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낮잠 뒤 기분과 관련한 경험, 궁금증 등을 쏟아내고 있다.

낮잠 후 찾아오는 '부정적인 정서' 상태의 정체

낮잠 끝에 찾아오는 부정적인 정서 상태는, 기실 인종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일종의 증후군이다. 전문가들도 그 같은 증후군이 확실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하지만 질환으로 분류할 만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탓인지, 낮잠에서 깨어난 뒤 드는 특유의 기분에 붙여진 이렇다 할 명칭조차도 없다.

춘곤증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의도치 않게 낮잠에 빠져드는 상황이 누구에게나 왕왕 생길 수 있다. 아울러 낮잠 후의 이상한 기분을 경험할 확률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는 계절이 시작된 셈이다.

낮잠도 분명 수면의 한 형태이다. 헌데 왜 밤잠과는 달리, 사람에 따라서 혹은 상황에 따라서 깨고 나면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걸까? 관련 연구나 조사가 극히 드문 만큼 똑 부러지게 그 이유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을 듯 하다. 그러나 학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낮잠이 '불완전한 수면'인 탓에 일종의 후유증으로써 이상 정서 상태가 유발된다는 쪽으로 모아진다.  

더러운 기분이 뒤따르는 낮잠은 나름의 특징을 갖고 있다. 우선 같은 낮이라도 오전보다는 오후에 드는 낮잠이 깬 뒤 이상야릇한 기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단연 높다. 또 하나 두드러지는 것은 적어도 대략 1시간 안팎 이상 비교적 긴 낮잠을 자고 난 후에 깨어나면 망연자실, 우울 등의 정서가 찾아온다는 점이다. 울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  

낮잠 뒤 햇빛 쬐면 빠르게 정상으로 돌아와

전문가들은 낮잠이 길어지면 밤잠에서와 마찬가지로 렘(REM) 수면에 빠져들 수 있다고 말한다. 렘 수면은 눈동자의 움직이는 빨라지는 현상이 동반되는, 깊은 잠에 들어선 수면의 단계 가운데 하나이다. 낮잠일망정 깊게 잔 뒤 깨면, 눈을 떴더라도 몸 상태와 기분이 조화를 이루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생체리듬이 흐트러져 있다면 정서는 몽롱한 듯 정상상태를 유지하기 힘들다.

낮잠 뒤 찾아오는 더러운 등의 기분에서 빨리 벗어나려면 운동이나 햇빛 쬐기가 좋다. 몸을 활발히 움직여주면 정신상태도 빠르게 정상으로 돌아온다. 또 햇빛을 쬐면 잠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가 급격히 줄어들어 정신이 말짱해질 수 있다. 이와 함께 각성 효과가 있는 커피 같은 음료를 마시는 것도 다소간의 도움이 될 수 있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덧붙이는 글 | 위클리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주간지 입니다.



태그:#낮잠, #춘곤증, #꿀꿀, #멜라토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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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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