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9일 오전 4.9인혁열사 추모제가 열린 현대공원묘역에는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당한 인사들을 바롯해 인혁당 사건에 연루됐다가 돌아가신 17명의 영정이 모셔졌다.
 9일 오전 4.9인혁열사 추모제가 열린 현대공원묘역에는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당한 인사들을 바롯해 인혁당 사건에 연루됐다가 돌아가신 17명의 영정이 모셔졌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그분들이 돌아가신 지 40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나라가 이렇게 분단이 되고 분열이 되어 있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선생님들의 뜻을 받들어 노력한다면 머지않아 통일의 세상이 올 것입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열사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노력해 주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인혁당 사건으로 이슬의 형장으로 사라졌던 도예종씨의 부인 신동숙(86)씨가 남편의 무덤 옆에 새롭게 가다듬은 표지석을 한 번 문질렀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은 표정이었지만 입술을 꾹 깨물고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신씨는 남편의 염원을 젊은이들이 받들어주길 기대했다.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을 당한 이들을 추모하는 '4.9인혁열사 40주기 추모제'가 9일 오전 경북 칠곡군 동명면 현대공원묘역에서 열렸다. 이곳에는 1975년 4월 9일 사형당한 8명 가운데 여정남, 도예종, 송상진, 하재완씨 등 4명이 잠들어 있다.

추모제에는 인혁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강창덕(89) 선생을 비롯해 도예종씨의 부인 신동숙, 라경일씨의 아들 라문석 시인, 송상진씨의 아들 송철환씨 등 유족과 시민단체 관계자 등 130여 명이 참석했다.

9일 오전 경북 칠곡군 동명면 현대공원묘지에서 열린 4.9인혁열사 40주기 추모제에서 춤꾼 강선구씨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9일 오전 경북 칠곡군 동명면 현대공원묘지에서 열린 4.9인혁열사 40주기 추모제에서 춤꾼 강선구씨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9일 오전 경북 칠곡군 동명면 현대공원묘역에서 열린 4.9인혁열사 추모제에서 당시 인혁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받았던 강창덕(89) 선생을 비롯한 유족과 민주화 원로들이 추모제례를 지내고 있다.
 9일 오전 경북 칠곡군 동명면 현대공원묘역에서 열린 4.9인혁열사 추모제에서 당시 인혁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받았던 강창덕(89) 선생을 비롯한 유족과 민주화 원로들이 추모제례를 지내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추모제는 열사들의 혼을 달래는 진혼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제례와 추모노래, 추모시 낭송, 추모사의 순서로 이어졌다. 춤꾼 강선구씨가 먼저 열사들이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모습과 혼을 달래는 퍼포먼스를 시작하자 주위는 숙연해졌다. 강창덕 선생은 깊은 생각에 잠긴 듯 열사들의 무덤을 쳐다보았고 신동숙씨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산수 이종률선생 기념사업회장이자 부산대 철학과 명예교수인 하일민 선생은 "올해도 어김없이 잔혹한 4월이 왔다"며 "왜 이분들이 돌아가셔야 했고 역사는 이분들을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일민 선생은 이어 "박정희 정권은 이분들을 두려워했고 이분들을 탄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박정희가 유신을 통해 집권을 강화하면서 민청학련 사건의 배후로 몰아 제2차 인혁당 사건을 일으켰고 사법살인으로 인해 유명을 달리하셨다"고 회고했다.

하 선생은 "이승만 정권에 못지않은 부정으로 권력을 잡은 박근혜 정부가 유신으로 회귀하는 정치후퇴를 자행하는 참담함 속에서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40주기 추모식을 맞아 이분들을 마음 속으로 다시 되새기고 살아남은 우리들이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자"고 말했다.

장세룡 대구경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장은 "여정남 선배가 돌아가시기 전 시계를 하나 남겼는데 그 시계를 가진 사람이 대구 운동의 지도자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시계를 찾았지만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시계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준 것"이라고 말했다.

강창덕 선생은 "내 나이가 이제 89살인데 내년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먼저 가신 열사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강 선생은 "일년에 한 번 올리는 추모제가 너무 빈약해서 열사들과 유족들에게 미안하다"며 "젊은 개혁가들이 열사의 정신을 계승해 달라"고 당부했다.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당한 도예종씨의 부인 신동숙(86)씨가 9일 오전 현대공원묘역에서 열린 추모제에 앞서 가진 표지석 제막식에서 남편의 표지석을 쓰다듬고 있다.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당한 도예종씨의 부인 신동숙(86)씨가 9일 오전 현대공원묘역에서 열린 추모제에 앞서 가진 표지석 제막식에서 남편의 표지석을 쓰다듬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9일 오전 경북 칠곡군 동명면 현대공원묘역에서 열린 4.9인혁열사 추모제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9일 오전 경북 칠곡군 동명면 현대공원묘역에서 열린 4.9인혁열사 추모제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아찔했던 슬픔의 냄새가
아직 폴폴 날리는 사월
특별한 시간보다 평범했던 날들이
더 많았던 사람들
일순간에 사라져버린
아버지란 이름, 남편이란 이름 대신
간첩이란 이름표를 달고
아픈 역사의 주둥이를 막고
먼 세상 버리는 날..."

라경일 선생의 아들인 라문석 시인이 인혁열사 40주기 추모일에 부쳐 만든 시 '오지 않는 사월'을 낭송하자 숙연해진 참가자들은 일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성악가 박경태씨는 아코디언 연주자 홍기쁨씨와 함께 추모의 노래로 열사들을 위로했다.

이날 추모제에 앞서 지난 8일에는 대구시 중구에 있는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에서 인혁열사들을 추모하고 활동가들이 함께 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열사들을 추모하는 영상을 감상하고 열사들의 정신을 계승하는 대담이 진행됐다.

한편 여정남 열사가 다녔던 경북대학교에서도 추모행사가 진행된다. 9일 오후 7시에는 백호관 소강당에서 사회학과와 정치외교학과, 경북대 연극반 학생들이 인혁당 사건을 다룬 연극 <장막 뒤에서>를 공연한다. 이어 11일에는 여정남추모공원에서 추모제를 지낸다.


태그:#4.9인혁열사 추모제, #인혁당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